자장과 번지, 그리고 番地를 잘못 찾은 공자 (7회차 후기)

바당
2021-04-05 16:35
253

자장과 번지, 그리고 番地를 잘못 찾은 공자

 

 

   공자 말기에 배우러 왔던 두 제자 자장과 번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다. <<논어>>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子張은 진나라 사람으로 공자 63세 진채지간에 있을 때 15세의 어린 나이로 문하에 들어온 48살이나 차이나는 손자뻘 제자이다. 작년에 <<논어>> (전편)을 공부할 때부터 공자 앞에서 거리낌 없이 왕성한 질문을 쏟아냈던. 어떻게 하면 공무원이 될 수 있을지(學干祿)를 물어서 공부를 열심히(多聞 多見)하고 그 위에 언행을 신중히 하면 된다는 대답을 얻어냈고, 인접 국가이고 당시 중원까지 넘보았던 초나라의 영윤 자문에 대한 공자의 평을 듣고자 했다. 게다가 왕조가 교체되면 그 전 시대는 어찌 알 수 있는지를 물어 공자의 역사를 보는 관점을 풀어내게 했던 그 인물이다.

   이 정도만 봐도 자장은 지적 호기심이 대단하고 거침없이 자기 뜻을 감추지 않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 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광자같은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제자를 인생 풍파를 다 껴안은 완숙해진 공자는 잘 발효된 대답들을 내 놓으며 <<논어>>의 명구를 만들어낸다. 위대한 스승을 만드는 데 이런 제자가 꼭 있어야 할 듯 하다.

   이번 시간에도 자장은 달에 대해 묻는데, 간파한 스승, 네가 말하는 달이 뭔데? 하니 유명해지는 거요 했다. 내 그럴 줄~ 그건 문이야. 이라는 건 정직하고 가식이 없으며 의를 추구해야 되는 거야. 그 위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겸손함이 갖춰져야 하는 거지. 음 한마디로 위대해지는 거라고나 할까. 네가 궁금해 했던 문이라는 것은 겉으로는 인한 사람인 척 하나 속이 다른, 그러면서도 반성 없이 겉의 유명세만 추구하는 거지자장 바로 OTL.   허나 공자님은 이천 오백년이 지난 지금시대에는 유명하면 위대까지 해진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번지樊遲. 작년에 우 선생님께서 번지에 대해 울타리 번자를 쓰고 늦을 지를 써서 좀 유추해보자면 변두리에서 사는 좀 늦된 아이? 말귀가 어두워서 좀 기다려 줘야 하는 제자를 상상해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공자보다 36살이나 어리다. 처음 등장했을 때 공자의 말몰이꾼이었다. 공자는 늦된 제자를 위해 수준에 맞게 설명해주고 질문에 답한다.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물었는데 내가 어기지 않는 것이라(無違) 했지. 쉽게 말하면, 살아 생전에 예를 다하고 장사를 지내거나 제사를 지낼 때도 예에 맞게 하라는 거지.” 어느 날 에 대해 묻는 번지의 말에 공자는 대답한다. 공적인 일을 할 때, 백성들을 마땅한 길, 사람답게 사는 길로 이끄는 데 힘쓰고 귀신을 받들 되 거기에 빠져서 현혹되지 않으면 知者라 할만하다. 인자는 어려운 일을 솔선수범으로 하고 성과를 뒤로하면 仁者라고 말한다. 번지에게는 추상적인 仁과 知보다는 인자와 지자라는 현실적이고 바로 적용 가능한 일례를 들어 을 쉽게 설명하려 한 것이다.

  그런 그가 또 에 대해 묻는다. 이번에 공자의 대답은 좀 더 나아간다. 사람을 아끼는 게() 이고 사람을 바로 아는 게() 라고 대답하면서 덧붙여 거직조제왕(擧直措諸枉)이면 능사왕자직(能使枉者直)이라는 더 난해한 대답을 남긴다. 갸우뚱 하는 번지, 영특한 자하가 지나가 길래 어떤 뜻에서 스승님이 이 말을 했을까하고 묻지만....

  조심스럽지만, 나에게 물었으면 조금은 다른 대답을 하고 싶다. 공자님은 아마도 이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사람을 바로 알면() 좋은 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 사람을 아끼게() 되면 단점보다도 장점이 크게 보이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커지면 그 사람도 점점 더 자기의 장점을 발휘하려하고 단점을 줄이려고 노력하겠지. 이처럼 좋은 점을 들어서 나쁜 점을 버리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단점()이 곧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바른 것을 가지고 나쁜 것을 버린다(擧直措諸枉)는 것은 사람들 간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내면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라고.

 

   기원전 5세기 당시 공자는 에 대한 의미를 내면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해 보려했다. 하지만 안연 정도의 공부와 수양이 쌓이지 않으면 추상적인 개념이 소통되지 않을 정도로 인간의 의식의 분화가 내면에 대한 탐구까지 이르는 데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불쑥 의 내면적인 관련성을 설명하려다 아차! 대상을 잘못 골랐군’(번지番地를 잘못 찾았군!) 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었을까라고 잠시 공자를 빙의하여 상상해본다.

 

댓글 2
  • 2021-04-05 22:47

    바당샘이 해석하신 知人, 愛人 좋네요.

    자장과 번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것도 잘 읽었습니다.

    논어와 함께 생생하게 재현되는 제자들의 얘기도 재밌네요 ^^

    • 2021-04-07 09:18

      저는 이리 해석해도 되나?하며 고민하게 돼요. 우샘이 아시면 나에게 배웠다하지말게!! 하실까봐 ㅎㅎ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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