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5회차 후기: 司馬牛의 憂

바람~
2021-03-19 17:45
609

司馬牛

 

사마우는 송나라 귀족출신으로 공자 제자이다. 桓魋(向魋(상퇴)라고도 함)의 동생이라고 한다. 송나라 대부로 실권을 잡았던 환퇴가 군주인 경공과 권력 다툼을 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 다니며 고생할 때, 공자의 제자로 있던 사마우는 걱정이 많았다.

 

사마우가 스승에게 仁에 대해 물었더니 공자가 답한다.

 

仁者 其言也訒

어진 사람은 말하는 것을 어렵게 여긴다.

 

공자는, 사마우가 말이 많고 조급한 성격이 있어서, 말하는데 더 신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다음 장에서 사마우가 군자에 대해 물으니 공자가 답한다.

 

君子 不憂不懼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형 환퇴가 난을 일으켜 우가 늘 근심하는 것을 보고, 공자는 ‘집안 걱정 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라’라는 의미로 답한 거 같다고 우쌤은 말씀하셨다.

 

다음 장에서 사마우는 걱정하며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형제가 있는데 저만 홀로 없습니다.”

 

이에 자하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死生有命 富貴在天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

군자가 공경하여 실수가 없고 남에게 공손하여 예의가 있으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형제가 될 것입니다.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근심하겠습니까?

 

 

사마우는 논어 안연장에서만 3장에 걸쳐 등장하는 제자이다. 사마우가 어떻게 공자의 제자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형과 다른 형제들이 당할 위험에 노심초사 걱정에 휩싸인 모습이 그려진다. 마음을 다스리기가 당연히 쉽지 않았을 터. 스승에게 仁에 대해, 君子에 대해 물음은 본인의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스승의 답을 듣고, 그 답을 되풀이하여 묻는 사마우는 아마 그것이 자신에게 너무 어려움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다. “말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면 仁이라 할 수 있습니까?”,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君子라 할 수 있습니까?”

그 뒤에 생략된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인자가 되기엔, 혹은 군자가 되기엔 어려울 것 같군요. 말하는 것도 삼가기 어렵고, 근심이나 두려움을 그만둘 수 없으니 말입니다...ㅠㅠ’

그의 물음에 공자는 속을 들여다보듯이 이렇게 답하신다.

 

爲之難 言之得無訒乎

인을 실천하기 어려우니, 말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느냐?

內省不疚 夫何憂何懼

안으로 살펴 부끄러움이 없으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집안 형제들이 그런 상황이라면 仁者와 君子가 아닌 바에야 누구라도 마음을 잡고 흔들림 없이 공부에 집중하기란 정말 어려웠으리라. 제자의 性情을 아는 공자도 그것을 알고 있었을 테지만, 말로 다독여줄 뿐 더 이상의 도움은 줄 수 없었던 것 같다.

 

<공자세가>에 공자와 환퇴의 악연이 나온다. 공자가 송나라를 지날 때 나무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환퇴가 와서 나무뿌리를 뽑아버려 공자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그때 제자들이 공자에게 도망가기를 권하지만, 공자는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셨으니, 환퇴가 나를 어찌하겠는가?”(공자의 말 부분은 논어 술이편 22장)라고 말하며, 자신의 뜻에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제자들은 몹시 불안했으리라.

 

仁者도 君子도 될 수 없는 사마우는 형제를 잃은 슬픔에 걱정하고, 아마도 또래였을 子夏가 저 유명한 ‘君子 四海兄弟’설로 위로를 한다. 동학을 위로하는 마음이 컸다 해도 좀 심하게 과장한 말이다. 실상 위로가 전혀 되지 않는 말... 자하는 자기 자식을 잃었을 때, 슬픔을 이기지 못해 너무 운 나머지 눈이 실명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겪은 친족의 상실에, 자하는 본인이 말한 ‘사해형제설’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유명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오늘날에도 겉치레가 심한 빈 말로 보인다. 진정 위로가 되는 말은 무엇일까. 말은... 찾기가 어렵다. ‘그 사람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말이나 행동’ 정도일까. 이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으나... 喪이나 어려움을 당한 이에게 최선의 위로는 그저 슬픔을 함께 하거나 옆에 있어주는 것이 아닐지.

 

사마우는 그렇게 공자의 가르침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떠돌다 길에서 죽었다고 한다. 걱정이 지나쳤으나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도움도 받지 못한 듯하다.

 

왜 굳이 사마우에 대하여? 라고 저에게 물으신다면...

仁者도 君子도 되지 못한 사마우에게 마음이 가서...^^

댓글 4
  • 2021-03-20 11:19

    그러게요... 제가 사마우 옆에 있었더라면... "너라도 정신 단디 차리고 후일을 도모 해야쥐~ 혹은 집안을 일으켜야쥐~

    일단은 우리랑 함께 여그서 공부 하면서 때를 기다려 보자규~" 이랬을 것 같아욤 ㅋㅋㅋ

  • 2021-03-22 12:22

    후기를 읽으니 선생님의 강의가 다시 확 느껴지네요.
    공자님의 맞춤식 교육이 여기서도 드러나네요.
    죽음과 슬픔 속에서 감정과 외부 상황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제자에게

    마음을 정신을 단디 잡으라고 고상하게 말씀해 주신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좋은 말들을 많이 듣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역량이 또 필요한가 봅니다. ^^

  • 2021-03-23 08:47

    후기를 읽고 사마우에 대한 인상이 좀 바뀌었습니다. 질문 방식이 독특해서 외우기는 좋았지요. 

    바람에 산새 소리 실려오는 진달래 핀 봄날입니다. 

    • 2021-03-23 21:45

      와우~ 네 사람이 들어간 한 문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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