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논어 3회차 후기

산새
2021-03-07 02:46
826

<선진-18> 부터 25장 앞부분까지 마쳤다. 

공자 제자들의 코멘트라 <공야장>과 함께 보길 권하셨으니 다시 한번 되돌아가 읽어보면 좋을 듯^^

 

18은 빈부귀천의 명(天命)을 받아들였는지 여부로 안회와 자공을 비교했다.

천명을 받아들이고 안빈낙도했던 안회는 자주 쌀독이 비었지만 명을 받아들이지 않은 자공은 번번이 예상이 적중해 재화를 늘려갔다. 물론 공자는 군자가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대신 가난하면서도 도를 추구하는 자세는 더 높이 평가하여 안회의 삶은 늘 칭찬받았다.

사마천은 인물열전의 마지막인 <화식열전>에서 자공과 같이 부자가 된 인물들에 대하여 “그들은 모두 사물의 이치를 추측하여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時運에 순응하여 이익을 얻고, 상업을 하여 재물을 얻고, 농업에 힘써 재산을 지켰다”고 적으며 말미에 “재능이 있는 자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못난 사람에게서는 기왓장 흩어지듯 재물이 흩어져버린다”고 썼다. 자공도 스승인 공자에게 칭찬받고 싶었을텐데.. 그의 재능을 높이 인정한 이는 사마천!

 

19은 자장이 선인(善人)의 도를 묻는다. 자장은 <선진-17>에서 공자가 편벽(辟)되었다고 평했던 인물이다. 외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 멋 부리고 놀러 다니며 공부는 소홀했던 제자. 그가 선인의 도를 물었다. (성인의 도가 아니다)

선인(善人)은 후대엔 그저 착한 사람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 그러나 주자의 주를 보면 ‘바탕은 아름다우나 아직 배우지 못한 사람(質美而未學者)이다. <학이-6>에서 공자는 文을 배우기에 앞서 도리에 맞는 행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부를 통해(옛사람의 책을 읽고)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그 길을 삶의 목표로 삼아야 군자가 되고 성인도 된다.

<맹자-盡心下25>에는 인간의 단계를 善人->信人->美人->大人->聖人/神人 으로 나눴다. 첫 단계인 善人은 인에 뜻을 두고 악함이 없으니 누구나 좋아하고 따를만한(可欲) 사람이다. 학문을 익혀 자기가 추구할 가치를 몸소 실천(有諸己)하면 그 다음 단계인 信人이다. 배워야 언행의 신실함을 얻는다. 信의 단계가 충만하여 쌓이고 꽉 차면(充實) 美人이다. 그것이 꽉 차서 내면 뿐 아니라 겉으로 광체가 비치면(心光體胖) 그 다음 단계인 大人이다. 덕이 훌륭하다. 대인은 영향력이 커져 추천을 받게 되고 정치를 하게 된다. 大人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감화(化)시키는 경지(大而化之)까지 가면 聖人이다. 생각하지 않고 힘쓰지 않아도 도에 맞는다(中道). 인간인데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사람, 不可知(앎을 넘어 알 수 없는)의 경지에 이르면 神人이라 한다. 聖의 다른 모습이며 같은 경지다.

 

20은 논독(論篤)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직역하면 ‘말하는 바가 독실하다‘는 뜻인데 논지가 탄탄하고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이다. <학이-3>의 巧言令色과 통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군자는 겉과 속이 한결같은 자이고, 색장(色莊)은 외모는 장엄하나 내심은 나약한 자이다. 그 말만 듣고 가벼이 허여하면 그가 몸소 실천하는 자인지 외모만 꾸미는 자인지를 내가 알지 못한다.”고 풀었으니 知人에 관한 것이다.

 

21은 자로(-9), 염유(-29), 공서화(-42)가 나온다. 각기 다른 세대의 제자다.

자로와 염유가 좋은 얘기, 의로운 것에 대한 얘길 들으면 바로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지 물었다. 공자는 자로에겐 父兄에게 여쭈어보라며 ‘욱하지 말고‘ 시간을 두어 생각해보게(兼人故退之) 했고, 소극적인 염유에겐 물러나지 않고 바로 실천하게(退故進之) 했다. 케이스별로 답해주는 공자 특유의 어법이며 3세대 제자인 공서화가 두 선배의 사례를 통해 학습하는 현장이다.

 

22은 공자(BC497, 55세)가 광땅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야기로 <자한-5>에서도 나왔다. 안연이 뒤쳐졌다가 뒤늦게 합류했는데 공자는 안연이 죽은 줄 알고 크게 놀랐다. 둘은 아버지 같은 스승, 아들 같은 제자였다. 공자는 안연이 자신의 도를 담아낼 인물로 여겼지만 일찍 죽었다. 그 애통함이 얼마나 컸는지는 <논어>에 여러 번 나온다.

 

23은 계자연(계환자의 동생)이 공자에게 자로와 염유 둘을 모두 자신의 수하에 둔 것을 자랑삼아 질문하는 내용이다. 그 둘이 大臣이냐고 묻자 공자는 그저 구신(具臣:자리를 채우는 신하)일 뿐이라 말한다. 大臣은 군신의 예(道)에 맞게 군주를 섬기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자로와 염유는 계씨집안이 권력을 독단하고 참람하였는데 그 집에서 벼슬하면서 이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불가함을 알면서도 그만두지 않았으니 ‘구신(具臣)정도밖에 안되지‘ 라며 제자들을 깎아내려 계자연의 기고만장함을 누르려했으나 그 마음은 몹시 씁쓸했을 것이다. 그럼 무슨 말이든 윗사람이 시키면 다하는 자들(從之者)이냐는 물음에 부정은 못하고 군신간의 의리는 잘 알고 있어 아버지와 군주를 시해하는 큰 잘못까지 따르지는 않을 거라며 선을 긋는다. 그 정도는 내가 가르쳤다고. 무려 정사에 손꼽히는 자로와 염유인데.. 대를 물려 권력을 쥐고 흔드는 계씨들 밑에서 그들을 돕는 자로와 염유보다 벼슬자리를 단박에 뿌리친 민자건<옹야-7>을 크게 칭찬하는 이가 공자다.

 

24은 자로가 자고(子羔)를 비(費)땅의 읍재(邑宰)로 삼으려고 한 이야기다. 자고는 이름이 시(柴)이고 공자가 <선진-17>에서 愚하다고 평했던 인물이다. 알고 판단하는(知) 것은 부족하나 행실(行)은 여유롭다(厚)고 했다. 비땅은 계씨의 본거지라 할 만큼 크고 중요한 곳이다. 공자는 자고가 아직 그런 일을 맡기에 부족하다고 여겨 자로를 탓했다. 자고는 자로의 제자일 가능성도 있다. 주자는 자고가 ‘자질은 아름다우나 아직 배우지 못했‘기에 갑자기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하게 되면 자고를 해칠 뿐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니까 자고는 <선진-19>에서 언급했던 善人이다. 공자는 배움의 단계(修身/好學)를 무시하고 서둘러 공직을 맡게(治人)하면 그를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자로는 그것이 꼭 책을 통해야만 가능하냐며 일을 통해서도 인생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어쩐 일로 자로에게서 그럴 듯한 말이 나왔으나 공자의 심기만 건드렸다. 졸지에 자로가 말 잘하는 사람이 되었고 역시나 그런 사람을 몹시 싫어한다며 말을 마치셨다.

 

25은 자로,증석,염유,공서화가 공자를 모시고 한자리에 앉았다. 좀처럼 모이기 어려운 구성원들이 함께 했다. 증석은 여기에 딱 한번 등장하는데 증자(증삼)의 아버지다. 공자는 <학이-1> 마지막 문장에서 ‘군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나 제자들은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한번 밝혀보라셨다.

먼저 입을 뗀 사람은 역시 자로다. 자로는 만일 자신을 알아주어 정사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국 사이에 끼어 군사적 침략도 받고 기근까지 겹친 어려운 (천승의) 나라의 백성을, 3년 안에 , 잘 훈련시켜 용감하게 만들고, 또 의로운 방향으로 살아가도록 이끌 수 있다고 한다. 공자는 '내 예상대로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하며 희미하게 웃었(哂)는데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제자들은 조금 긴장이 된 모양. 나머지는 다음 시간에 이어진다. 

 

제자들이 나오는 이런 장면들은 마치 사극을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잘 그려진다.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그러다 가끔씩은  강의를 듣는 이문서당 동학들과 공자의 제자들을 연결해보기도 한다. (닮은 제자 찾기^^)

댓글 2
  • 2021-03-08 00:06

    정갈한 후기 감사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산새가 닮고 싶은 제자는 누구인지?ㅎㅎ

  • 2021-03-09 08:48

    산새의 후기는 확실한 복습^^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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