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회 후기: 씁쓸한 말년을 보내는 공자님

기린
2021-02-21 22:32
44
  1. 충분히 슬퍼함이 예다

 

『논어』는 읽지 않았더라도 어디선가 한번 쯤 들어본 말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삼십에 자립했다. 사십에 불혹하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오십에 지천명하여 하늘의 명을 알았다. 육십에 이순했으니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았으며, 칠십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子曰 :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위정,4)

 

선진편에서 안연의 죽음을 겪은 공자님의 슬픔은 지극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적통이라고 여겼던 제자의 죽음 앞에 장례에서 통곡하셨다고 한다. 일흔이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회고에 비추어 본다면, 애통한 마음이 하는 대로 곡을 하는 예(禮)를 넘어 통곡에 이르렀나보다. 일흔의 스승이 제자를 떠나보내는 마음의 예, 상례는 형식적으로 하는 것보다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는(喪, 與其易也, 寧戚-팔일,4) 예법에 충실했던 것이다.

 

 2. 소박함을 잃어가는 세태를 바라보는 마음

 

안연이 죽었다. 문인들이 그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려고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 된다.”

그러나 문인들이 성대하게 장례를 치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회는 나를 아버지처럼 대했는데, 나는 그를 자식처럼 대하지 못했구나. 이는 내 탓이 아니라, 자네들의 탓이다.”

 

顔淵死, 門人欲厚葬之. 子曰 : “不可.” 門人厚葬之. 子曰 : “回也視予猶父也, 予不得視猶子也. 非我也, 夫二三子也.” (선진,10)

 

하지만 제자들은 후장을 고집했다. 슬픔보다 형식을 따르고자 함이다. 생전에 스승의 인정을 한 몸에 받았던 동학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름으로써 공자학단의 변고를 널리 알리고 싶었을까. 혹은 성대함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고, 그 효과로 14년의 주유에서 돌아와서도 공자학단이 건재함을 드러내고 싶었을까. 제자들이 그리한 맥락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공자의 말씀은 남아 제자들의 처사에 심사가 언짢았음은 알 수 있다. 이미 지난 일이라 탓하지 않는(旣往不咎 -팔일, 21) 평정심이 흐트러진 말씀이다. 점점 더 형식에 치우쳐 소박(野, 質)함을 잃어가는 세태를 어찌할 수 없는 일흔 노인의 역정이 느껴진다. 아무리 마음이 하고자 해도 세상은 점점 예악의 법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실, 씁쓸하실 것 같다.

 

댓글 2
  • 2021-02-22 00:50

    슬픔을 따르다 보면 예에 다다를까요? 자식과 같이 아끼는 마음과 예를 다하려는 마음 .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은 주어도 주어도 아쉬운 마음이라던데..
    공자님께서 안연을 자식처럼 아끼는 마음은 일견 거칠어 보이지만 오히려 본질과 맞닿아 있는 선진의 예와 닿아 있는 걸까요?
    안연의 죽음을 둘러싸고 논어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 2021-02-22 12:50

    공자님이 곡을 넘어 통곡을 하셔서 제자들이 헛갈렸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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