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논어 미리 읽기] 19편 자장 - 2세대 제자들의 배움

느티나무
2021-02-13 21:37
288

가끔 예전에 공부한 책들을 들춰볼 때면 내 좋지 못한 습관을 발견하고 살짝 부끄러워지곤 한다. 책의 앞부분은 메모도 제법 있고 손때가 묻어 부피가 커져있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드문드문 줄이 그어진 정도만을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초심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논어』라고 해서 별다르겠는가. 『논어』 19편 자장을 펼쳐보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 이거 내가 공부한 내용 맞아?”

미리읽기를 쓰겠노라 답은 했으니 별 수 없이 원문부터 다시 찬찬히... ... 그런데 이게 웬일. 원문을 보니 기억이 난다.

“아~ 나 논어 좀 읽은 녀자인가 봐.” 이렇게 설레발을 치면서 <19편 자장>을 읽었다.

 

19편 편명의 주인공 자장은 ‘過猶不及(과유불급)’(선진편15장), ‘學干祿(학간록)’(위정편18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유명세와 달리 공자의 제자들 중 그다지 촉망 받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편명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자장편에서 조차 그는 동학들에게 ‘어려운 일을 잘하고 당당하지만 인하지는 못하다’는 평을 받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공자가어』 「제자행편」에서는 이런 이미지들을 불식시킬 만큼 좋은 평을 받았다. 자공은 그를 “아름다운 공로가 있어도 자랑하지 아니하고, 귀한 지위를 가졌어도 잘한다고 여기지 아니하며, 남을 업신여기거나 안일에 빠지지 아니하고, 고할 데 없는 이들에게 거만하게 굴지 않는 것은 자장의 행동이다.”라고 평했다. 이것은 자장이 배우고 익힘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 지 짐작케 한다.

 

전논어(1편~10편)에서는 주로 공자 그리고 그와 20세 전후의 연령차이가 나는 1세대 제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후논어의 자장편에서는 공자와 40세 이상이 차이나는 2세대 제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제자들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자장과 자하의 ‘사귐에 대한 논쟁’이나 자유와 자하의 ‘쇄소응대 논쟁’ 등이 그것이다. 물론 한쪽 편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맥이 빠지긴 하지만 그 논쟁의 열기는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자신들의 제자들에게 전수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건 팽팽한 신경전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이러한 논쟁을 통해 자신들의 학문을 더욱 벼리어 갔을 것이다.

 

자장편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장, 자하, 자유, 증자와 자공이다. 앞선 네명의 제자들과 달리 1세대에 속하는 자공의 등장은 좀 생뚱맞다. 자공을 치켜세우며 벌이는 숙손무숙과 진자금의 아부, 그리고 이를 거절하는 자공의 겸손은 왠지 자의적으로 느껴져 배알이 살짝 꼬이기도 한다. 반면 자하는 자신의 학파를 이루어 성장한 덕분인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자의 제자다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 중에 “日知其所亡 月無忘其所能”(날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며, 달마다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않는다-5장)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널리 배우고 뜻을 두텁게 하며, 간절히 묻고 가까운 것으로부터 생각한다-6장)와 같은 문장은 매우 유명하다.

 

子夏曰 小人之過也 必文”(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변명을 한다-8)

이번에 다시 자장편 미리읽기를 하면서 특히 마음에 남는 짧은 문장이다. 아마도 2021년 새로운 각오로 공부를 시작하는 나 스스로 어떤 변명도 하지말자고 마음을 다지는 중이라 그런가보다. 이전 나의 행동을 돌이켜 보건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나, 준비가 미숙하거나, 자신이 없을 때, 나는 변명을 하며 숨을 곳을 찾는 습속이 있다. 그리고는 그 변명을 더욱 그럴싸하게 꾸며대다가 결국은 꽁무니를 빼곤 한다. 어쩌면 공자의 제자들에게도 이런 고비들은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때 그들은 변명을 하기보다는 그것이 습속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지 않았을까. 『논어』 좀 읽은 녀자가 되려면 이제 더이상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는 짓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

 

흠... ... 각설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자장편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젊은 제자들은 패기 넘치는 논쟁을 펼치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선배인 자공은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었을 것이며, 이를 지켜보는 스승 공자의 노후는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오히려 이들의 모습에 누구보다 뿌듯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댓글 1
  • 2021-02-16 15:42

    느티나무의 공부에 대한 새로운 발심과 각오를 응원합니다!!
    변명하지 않는 공부, 저에게도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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