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논어 미리읽기] 17편 <양화>, 알아야 면장을 하지!

요요
2021-02-0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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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문서당에서 공부한 친구들이 우샘으로부터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장자> <시경> <사기> <주역> 등을 배우고 

다시 <논어>로 돌아오는 세월 동안 나는 한 번도 이문서당에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2021 논어 미리읽기] 차례가 돌아왔다.

좀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어쩌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문탁 학인으로 적을 두고 10년이 넘도록 화요일이면 이문서당이 열리는 것을 보아왔으니,

적어도 풍월을 읊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사설이 길다..ㅎㅎ)

 

2009년 겨울에 문탁 터전을 마련하고  2010년 1월에 연 첫 강좌가 우샘의 <논어>였다.

동네에서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진짜 그랬다! (세상 많이 달라졌다.^^)

강좌에서 짧게 주마간산격으로 <논어>의 맛을 본 사람들과 얼씨구나,하면서 <논어>를 읽는 강독 세미나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2년간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논어>를 읽었다.

나는 그렇게 2년에 걸쳐 논어 1독을 했다.(그 때 같이 읽었던 사람들에게 무지 감사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뒤로? <논어>를 2년에 마친 세미나는 한문강독 세미나가 되었다.

 

학이당과 이문서당 투 트랙으로 공부하는 친구들이 전공공부하듯이 고전을 읽고, 암송을 하고, 온갖 2차 텍스트를 들입다 파는 동안

내가 한 것은 교양강좌 듣듯이 여름과 겨울마다 열리는 우샘의 강좌를 빼먹지 않고 듣는 것, 

학이당 벗들의 에세이 발표에 빠뜨리지 않고 출석한 것,

그리고 '나는 고수다' 같은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해서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

동양고전에 대한 내 앎의 오할은 강독으로, 오할은 귀동냥으로 얻은 것이다. 그러니 서당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

 

<논어>의 17편 <양화>에 어떤 말씀이 있나, 기린과 진달래, 여울아가 함께 풀어서 읽은 <낭송 논어>를살펴보았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이 많지만 그 중에서 특히 내 눈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첫째는 재아와 공자님 사이에 삼년상을 두고 주고받는 이야기.

언젠가 낮잠자다 걸려서 공자님에게 혼난 재아는 여기서도 삼년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공자님은 재아의 면전에서는 삼년상이 아니라 일년상이 편하다고? 그래? 

 "그렇다면 네 편한대로 해라(女安則爲之)"라고 쿨하게 대답해 놓고

재아가 나가자 다른 제자들에게 뒷담화를 한다. "재아는 불인하구나!"(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

아마 혀를 끌끌 차며 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일년상으로도 충분하다는 재아의 이야기는 아주 공리적이다. 유용성에 근거를 둔다.

이에 대해 공자님은 무엇을 근거로 재아가 불인하다고 했을까?

공자님이 예의 근거를 재아처럼 유용성에 두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고 "나때는 말이야.." 꼰대스타일은 물론 아니다.

공자님의 답은 후논어 17편 21장에 있다. 재아와 공자님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째는 왜 시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여기서 시는 <시경>을 말하는 것일 게다.

"왜 시를 배우는가?"

여러 이유들이 제시된다.

"감흥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정치의 잘잘못을 살필 수 있으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원망할 수 있다."

어디선가 나오는 흥어시(興於詩 )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새, 짐승,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多識於鳥獸草木之名)"고 공자님은 덧붙인다.

 

나는 <시경>은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조수초목의 이름과 관련해서 엄청 어려운 한자들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다.

내가 읽은 시라고는 <당시삼백수>나 <고문진보>에 나오는 시가 전부다.

대개는 읽고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지만 간혹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시들이 있다..

며칠 전에 한문강독세미나에서 두보의 시 <뜰앞에서 감국화를 탄식하다>를 읽었다.

왜 감국화를 옮겨 심는지, 옮겨심는 시기가 늦어지면 왜 공연히 가지만 길어지고 잎만 커지는지,

공연히 가지만 길고 잎만 크다면 왜 뿌리를 맺지 못하고 풍상에 얽매이게 되는지,

초목의 생태를 알지 못하고서는 뜰앞의 감국화를 탄식하는 두보의 감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시를 읽다보면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조수초목의 생태도 알게 된다.

재아의 유용성을 비판한 공자님이 '시를 배워라' 라고 말할 때는 또 유용성을 설하니, 공자님이 유용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시와 관련해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자님이 아들에게 한 이야기이다.

공자님은 아들 백어에게 이렇게 묻는다.

"주남 소남편을 배웠느냐? 주남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

子謂伯魚曰 女爲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주남 소남은 <시경>에서 첫번째 두번째 시라고 한다. 앞에 있으니 무조건! 가장 중요한 시일 터.

그것을 배우지 않으면..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 같단다.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보았는가? 숨바꼭질할 때 술레가 되어 기둥을 마주하고 있어도 답답한데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눈앞이 꽉 막힌 벽창호가 된 느낌 아닐까?

그와 관련한 단어가 담벼락을 마주한다는 뜻의 '면장(面牆)'이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나는 이 구절을 알기 전에는 면장이 읍장, 동장, 면장의 면장인 줄 알았더랬다.

글자깨나 읽어야 면장도 하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완전 오해였다.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시경의 주남 소남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서 나온 면장이었던 것이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사실은 알아야 면장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공자학당에서는 <시경>의 주남 소남은 군자가 되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데 빠뜨려서는 안 되는 기본 중에 기본이었음에 틀림없다.(근데 주남 소남을 배운다는 건 대체 뭘 배운다는 뜻인지 갑자기 담벼락을 마주한 느낌이 든다.ㅎㅎ)

 

내 생각에 <시경>은 좀 어려운 것 같으니.. ??우리는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논어>를 읽으셨습니까?"

"<논어>를 읽지 않았다면 동양의 정신세계와 사상사를 이해할 때 담벼락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 같지 않겠습니까?"

 

오래전에 겨우 겨우 논어 1독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쓰려니 민망하고 또 민망하다. 좀 설득력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ㅎㅎㅎ

하지만, 논어를 읽고 나면  읽기 전에 비해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어진다는 것, 그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더불어 적어도 <논어>는 배워야 동양 고전과 동아시아의 사유에 대해 담벼락을 마주한 것과 같은 상태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논어>는 어디서 시작해도 아무 문제없는 텍스트라는 것도 힘주어 말하고 싶다.?

 

.

 

 

 

댓글 5
  • 2021-02-14 16:54

    논어 읽고 면장의 느낌을 느낀 후 거기서 벗어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

  • 2021-02-09 21:07

    겨우 논어 1독에 풍월을 읊는다니요,
    너무 겸손하십니다^^

  • 2021-02-10 08:53

    논어 1독...이렇게 계산하면 안됩니다. 총량으로 따져야해요. 그리고 총량도 기간*밀도의 가중치를 계산해야 해요.
    그래야 이 정도의 글이 나옵니다. 푸하하핫

    글구 <시경>은
    나의 다,다음 과제
    일단 맹자, 그리고 어떤식으로든 장자 정리............그 다음에 시경....호호홋............. 할 공부가 이리 밀렸으니 겁나 행복함................ㅠ

  • 2021-02-10 11:38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을 쉽게 쓰면 안되는군요. 요요샘하고 처음에 같이 논어를 공부하다 만 일인으로서 그때 계속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2021-02-11 11:26

    그럼에도 맹자를 보면 우리샘(공자)은 요순 보다도 더 훌륭하시다고 말 한 사람이 재아죠
    재아와 염유. 저는 사서공부 할 때 사람이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못마땅하더라도 꼭 나쁘지는 않을 텐데...그런 생각을 했지만 막상 또 싫은 상황이 오면 감정은 또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내가 머 성인도 아니고 하물며 성인이신 공자님도 그러시고 예수님도 성전 앞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막 화 내시구 ㅋㅋㅋ
    아무튼 시경~좋아요
    저도 주남 소남이 좋아요 (쉽고 간단하고)ㅎㅎ
    논어를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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