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논어 미리 읽기] 16편 계씨 - 염유... 그리고 곤이학지

인디언
2021-02-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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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16편은 ‘계씨(季氏)’입니다.

춘추시대 노나라를 장악한 대부 삼환(三桓) 집안의 계손씨를 말하죠.

당시 노나라는 네 조각이 나 있었고 계손씨가 이 중 둘을, 맹손씨가 하나, 숙손씨가 나머지 하나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계씨’편 1장은 계씨가 이미 노나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또 ‘전유’라는 노나라의 부용국(노나라 안에 있지만 자치국가)을 정벌하려고 하는데, 가신(家臣)인 염유를 통해 공자의 의향을 떠보는 장면입니다.

계씨가 벌이려는 일을 듣자마자 공자님은 바로 “염유! 너의 잘못이다!” 라고 말합니다.

공자님은 염유가 계씨 밑에서 가신을 하면서 하는 짓들이 영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제후도 아닌 계씨가 제후처럼 태산에서 제사를 지내려고 했을 때도 공자가 염유에게 “네가 막을 수 없겠느냐?” 라고 했으나

염유는 “저는 못해요.”라고 답해서 공자를 실망시켰죠(팔일 6장).

전유는 선왕들이 나라로 봉해 준 땅이고, 나라의 중심에 속하는 곳이며, 노나라 왕실의 공신이므로 정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공자에게 염유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 윗사람이 즉, 계손씨가 하려는 거라고 말을 돌립니다.

공자는 신하의 도리(맡은 바에 온 힘을 다하되 자신의 생각이 실행될 수 없으면 그만두는 것)를 말하면서 윗사람의 잘못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는 염유를 다시 꾸짖습니다.

궁지에 몰린 염유가 본심을 드러냅니다. 전유땅은 계씨의 본거지인 비(費)땅에서 가까우니 지금 취하지 않으면 자손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그 자손은 바로 계씨의 후손인거죠. 잘못된 대부를 바른 길로 이끄는 제대로 된 신하(대신)이기를 바라던 공자는 이미 계씨와 한몸처럼 되어버린 구신 염유에게 또 한번 실망하고 “구(염유)! 욕심나면 욕심난다고 할 것이지 꼭 핑계를 대는 놈들이 나는 밉다!”고 크게 꾸짖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 설명하십니다.

『논어』에서 보기 드물게 긴 장(章)입니다.

여기서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정치의 본질은 <이문서당> 수업 시간에 직접 보시면 더욱 좋을 듯해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결국 염유는 공자스쿨에서 파문 당하기에 이릅니다.

계씨가 농지세를 새로 부과하고 싶어서 역시 염유를 공자에게 보내 의향을 떠보는데 공자는 답을 하지 않습니다. 안 된다는 의미였죠. 세 번 씩이나 재촉했지만 공자는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계씨는 결국 새 농지세를 시행했고, 공자님은 염유에게 주공보다 더 잘사는 계씨를 위해 세금을 거둬 이익을 더해주었다며 “너는 내 제자가 아니다. 얘들아 북을 울려 성토하라!”(선진 16장)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공자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 스토리는 노나라 역사를 기록한 『춘추좌전』 에도 나오는 걸 보면 당시 꽤나 알려진 이야기였던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염유는 당시 제후나 대부들이 탐내던 상당히 능력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공자님도 능력 있는 제자들 10명(孔門十哲) 중 정사(政事) 즉, 행정의 달인으로 염유를 꼽았죠(선진 2장).

계강자가 공자스쿨에 제자들을 스카우트 하러 와서 염유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님은 염유는 다재다능(藝)하니 행정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로, 자공과 같은 수준의 평가였죠(옹야 6장).

그런데 계자연이 염유와 자로에 대해 물었을 때는 대신(大臣)이라기 보다는 구신(具臣)이라고 평가합니다(선진 23장).

염유의 한계를 잘 알고 계셨던 거죠.

 

사실 염유도 자신의 역량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공자가 여러 제자들과 함께 앉아서 각자의 포부를 말해보라 했을 때 염유는 작은 나라를 다스리게 되면 3년 안에 백성들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고 답합니다. 다만 예악은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죠(선진 25장).

염유의 국가 경영전략 포인트는 경제부흥입니다. 경제발전은 이룰 수 있으나 문화적 측면에까지 미치치는 못할 것이라는, 혹은 그것까지는 신경 안 쓰겠다는 자기진단인 셈입니다.

우리가 잘 쓰는 ‘역부족(力不足)’도 염유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염유가 공자스쿨에서 공부하면서 뭔가 자기와는 잘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어느날 공자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

공자님 왈, “역부족자는 하는 데 까지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그만둔다. 그런데 너는 미리 선을 긋는구나!”(옹야 10장)

공자님과 염유 사이에는 이미 어떤 선이 그어져 있었을까요?

염유라는 제자에 대해 많은 스토리가 실려 있는 후논어, 염유에 대해 관심을 한번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또 계씨 편에는 동양에서 기본으로 하는 ‘삼(三)’이라는 숫자가 계속 나옵니다.

익자삼우(益者三友) 손자삼우(損者三友) : 이로운 벗 셋, 해로운 벗 셋(4장)

익자삼요(益者三樂) 손자삼요(損者三樂) : 이로운 좋아함 셋, 해로운 좋아함 셋(5장)

군자유삼건(君子有三愆) : 군자를 모실 때 세 가지 잘못이 있다(6장)

군자유삼계(君子有三戒) : 군자에게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다(7장)

군자유삼외(君子有三畏) : 군자는 세 가지를 두려워한다(8장)

그동안 봐온 『논어』와는 문장 스타일이 좀 다르죠? 그래서 계씨 편이 제나라 논어(제논어)일 거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공자님은 자신을 호학자(好學者)라고 하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실 우리도 호학자이기를 기대하며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여기 계씨 편에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 곤이학지(困而學之), 곤이불학(困而不學) 이라는 배움에 대한 아주 중요한 말이 나옵니다(9장).

생이지지자는 요새말로 하면 금수저겠죠? 공자님 자신은 생이지지자가 아니라고 했는데 후학들은 공자님을 생이지지자라고 했죠.

생각해보면 평생을 호학자로 살 수 있는 것이 생이지지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며 산다는 것이, 더구나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는 것을 계속한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저는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는 일은 많고도 많습니다. 공부 안하고 살 핑계도 널려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곤이학지 하다보면 잘 살다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게 참 고맙기도 합니다.

우리 <이문서당>에서 같이 공부하며 삽시다!!!

 

 

댓글 4
  • 2021-02-06 12:54

    역부족자는 문탁 일년짜리 프로그램 론칭시기에 꼭 맞는 일화입니다~~ 지금 머릿속으로 막 재고 있거든요. 해보고 역부족이면 중도포기... 가 낫겠네요.

  • 2021-02-06 12:59

    논어가 재밌는건 공자님의 말씀만 지루하게 있어서가 아니라 제자들의 이야기도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겠죠.
    염유가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1급 인재가 되었을텐데...... 욕도 안 먹고^^

  • 2021-02-10 08:52

    저는 예전에는 공자제자 탑3... 음... 자로, 자공, 안연? ㅋㅋㅋ...... 이 사람들에게 훨씬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점...공자를 떠나간 제자, 공자와 의견이 맞이 않았던 제자...염유, 재아...............한테 관심이 옮아가더라구요.
    그들은 공자스쿨의 소수자이고 외부자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어떤 탈주선을 탄 것일까, 뭐 이런? ^^

  • 2021-02-11 08:54

    그러니까 제환공에 대해 관중
    계환자에 대해 염유 그런 공식처럼 보이네요

    그래도 나중에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 올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한 사람이 염유이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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