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논어 미리 읽기] 공자님의 제자들, 주인공이 되다 - 선진편

진달래
2021-01-25 04:08
756

2020년, 이문서당의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논어』읽기’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개강이 미루어지고, 2층 대강의실과 파지사유로 나누어 수업하는 것도 모자라 결국 온라인 강의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뿐 아니라 『논어』 20편을 다 끝내지 못하고 앞의 10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하여 2021년 이문서당은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논어』 읽기’ 시즌Ⅱ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논어』는 요즘 우리가 보는 책처럼 앞부분부터 서사가 이어지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읽어도 사실 아무 문제가 없다.

 

후논어의 진위

『논어』를 흔히 앞의 10편을 『전(前)논어』, 뒤의 10편을 『후(後)논어』로 나누어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청대의 고증학자 최술(崔述, 1740~1816)이 처음 10편을 원전으로, 뒤에 10편은 이후 추가된 것으로 보는 견해를 따른 것이다. 특히 16편에서 20편은 그 앞의 다섯 편보다 뒤에 첨가 된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한 증거로 앞의 10편은 모두 자왈(子曰)로 시작되는데 뒤의 10편 중 16편 위령공은 ‘공자왈(孔子曰)로 되어 있는 점, 1편 학이의 3장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교묘히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드물다.(子曰 巧言令色鮮矣仁)”가 17편 양화 17장에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논어』 자체가 공자가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사후에 기록된 것이며, 또 한 사람의 저작으로 볼 수 없고 지금의 『논어』가 한(漢)나라 시기에 정리된 것으로, 우리가 전논어, 후논어를 나누어 보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저 지금, 앞의 10편을 전논어로 뒤의 10편을 후논어를 나누는 것은, 편의상 그렇게 나누어 부르는 것으로 하자.

 

논어의 주인공은 공자?

『후논어』라고 딱히 나누어 말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앞의 10편과 비교하면 뒤의 10편은 훨씬 이야기다운 문장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등장인물도 더 다양해지고, ‘자왈/공자왈’로 시작하는 문장의 수도 후논어로 오면 훨씬 줄어든다. 18편 미자와 19편 자장에는 아예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후논어의 주인공은 공자님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제자들 혹은 당대의 정치가들이라고 볼 수 있다.

각 편의 제목도 12편 안연, 13편 자로, 14편 헌문(원헌이 묻다), 19편 자장은 제자들의 이름이며, 15편 위령공, 16편 계씨, 17편 양화는 당대의 정치가(?)들이고, 18편 미자와 20편 요왈(요임금이 말하였다)은 공자 이전의 현인(賢人)과 성왕(聖王)이다. 따라서 앞으로 만날 후논어에는 당대 혹은 이전 시기의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공자의 제자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선진편은 논어000000

일례로 11편 「선진(先進)」은 대체로 제자들에 대한 공자의 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논어』에는 총 29명의 제자들이 등장하는데 선진편에 20명이 넘는 제자들이 나온다. 그래서 김시천 선생은 이를 『논어』판 「공자 제자 열전」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공자는 민자건의 효성스러운 모습을 칭찬하고, 성품이 굳센 자로가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을 것을 걱정한다. 앞에 ‘자왈’이 없어서 공자님이 말씀하신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자들의 성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도 있다. “자고는 우직하고, 증삼은 미련하고, 자장은 편벽되고, 자로는 거칠다.(柴也愚 參也魯 師也辟 由也喭)” 또 12편 「안연」보다 「선진」편에 안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선진편 총 15장 중 9장이나 된다. 그 중 안연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연달아 5장이 나오는 것도 특이하다.

선진편의 마지막 장은 논어에서 가장 긴 장으로 유명하다. 공자가 자로, 염구, 공서화, 증석과 함께 나누는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다.단순히 문답을 주고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장을 읽고 있으면 마치 읽고 있는 나도 함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음 『논어』를 읽을 땐 공자님과 그의 몇몇 제자들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춘추시대라는 변혁기 속에 다양한 인물 군상들 속에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보게 된다. 더욱이 그가 평하는 다양한 인물들 속에서 그 시대를 함께 사유하는 공자와 그를 이어가는 제자들의 현실적인 고민(?) 등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춘추시대 말, 앞으로 다가 올 혼란기를 예감한 공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2021년의 '『논어』 읽기' 시즌Ⅱ, 정말 기대가 된다.

댓글 1
  • 2021-01-25 12:53

    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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