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 논어 글쓰기 11회 - 말 보다 행동

토용
2020-11-06 21:47
56

宰予晝寢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不可杇也 於予與何誅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

 

재여가 낮잠을 잤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손질할 수 없다. 재여를 어찌 꾸짖을 수 있겠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말을 듣고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말을 듣고 행실을 살펴본다. 재여로 인해 이렇게 고치게 되었다.”

(공야장 9)

 

공자에게는 제자가 많다. 논어에 나오는 제자들만도 30여 명에 가깝다. 그 중에서도 공자가 콕 집어 10명의 뛰어난 제자들을 거론한 적이 있었다. 공자가 외국을 떠돌 때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함께 고생했던 제자들이었다. 그 중 언어에 재아가 있었다. 낮잠 자다 혼난 바로 그 재여이다. 언어가 특출나다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외교술에 능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재여와 함께 언어에 뛰어났다고 평가받은 자공도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외교적인 역량을 크게 발휘했다. 아마 재여도 그런 방면으로 능력을 보였던 것 같다. 계손씨 밑에서 벼슬을 하고 외교관으로 초나라에도 갔었다고 한다. 그런데 논어에는 그런 말은 없고 공자에게 혼나거나,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다가 스승의 한숨만 나오게 하는 내용만 나온다. 공자는 보통 제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같이 사용했는데, 재여만은 언어에 뛰어났다는 말 외엔 혼나는 내용 뿐이다. 논어의 편집자 중에 재여의 제자들은 없었던 것일까? 어쨌든 미스테리하다.

 

재여는 부모의 3년 상을 주장하는 공자에게 1년 상만 해도 되지 않겠냐면서 자신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치던 당당함이 있었다. 낮잠 자다가 심하게 혼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상황에 아, 재여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낮잠 좀 잤다고 저렇게 인격모독 수준의 질책을 듣다니 재여가 불쌍했었다. 학창시절 토요일 오후의 낮잠이 나의 즐거움이었는데, 거기에 감정이입이라도 된 것일까? 어쨌든 그렇게 혼나고도 당당하게 1년 상만 해도 되지 않겠느냐면서 따지고 드는 모습에 절로 응원의 박수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 문장을 다시 읽어 보면서 공자는 재여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재여를 혼낸 문장에 이어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말을 듣고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말을 듣고 행실을 살펴본다. 재여 때문에 이렇게 고치게 되었다.” 아마도 재여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었나보다. 말을 잘하는 재여였으니 공자 맘에 쏙 들게 말을 잘했겠지. 그래서 공자도 신뢰를 했을 것이고. 단지 낮잠을 잤다는 한 가지 일만 가지고 공자가 그렇게 화를 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전부터 이미 재여의 행동을 공자는 찬찬히 살펴보지 않았을까?

 

공자가 안회를 두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안회는 질문이 없어 어리석은 듯 보였지만 생활하는 것을 보니 배운 대로 하고 있었다.” 말만 앞세우지 않고 실천으로, 행동으로 보이는 모습을 공자는 높이 평가했다. ‘말은 어눌하게, 행동은 민첩하게’ 공자가 항상 강조하던 모습을 재여는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난 이 문장이 재여가 가진 말 잘하는 재능이 단지 말만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언행일치가 되기를 바라는 공자의 애정 어린 꾸짖음으로 읽힌다. 재여는 스승의 마음을 알았을까? 알았으니 결국 뛰어난 제자 열 손가락에 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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