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복습단] 논어글쓰기8회- 휴식 같은 휴식

산새
2020-10-15 22:31
45

휴식 같은 휴식    

   

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   (술이 4장)

공자는 특별한 일이 없이 한가로이 집에 있을 때(燕居) 긴장을 푼 모습으로 편안(申申如)하셨고 

얼굴에는 즐거운 빛(夭夭如)이 있으셨다.

 

  ‘申申如/夭夭如’한 모습은 공자가 쉬는 모습이다.   ‘申申如(신신여)’는 긴장을 푼 모습이며  ‘夭夭如(요요여)’는 얼굴에 즐거운 빛이 있는 것이다.  정자(북송 유학자)는 다른 사람들은 한가로이 거처할 때 게으르고(怠惰) 방사(放肆)하지 않으면 너무 엄(嚴厲)하다고 말한다.  ‘放肆’는 감각기관을 혹사하며 제멋대로 구는 것을, ‘嚴厲(엄려)’는 쉴 때 쉬지 않고 오히려 더 바짝 긴장하는 것을 말한다. 성인인 공자는 그렇지 않아 저절로 감정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中和之氣’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약용은 용모보다 ‘말과 연결’시켜 풀이했다. ‘공자가 향당(고향마을)에 있을 때는 성실히 하여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였고, 조정에 있을 때는 말을 잘하되 오직 삼갔다’(향당 1장)  그러나 한가로이 있을 때는 말이 자애롭고 자상하며 얼굴빛이 온화했다고. 공자의 휴식은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시켜 말과 표정으로 드러난 듯하다.

 

 남편과 한가로이 집에 있을 때는 내 얼굴만 보면 ‘걷다 오자’는 소리에 자주 이끌려 나간다. 가볍게는 탄천을 따라 죽전까지 갔다가 오고, 시간이 넉넉한 날엔 배낭을 챙겨 광교산 코스들을 두루 다닌다. 코로나19로 다른 계획들을 보류하면서 걷는 일은 더 잦아졌다. 걸음도 빠르고 많이 걷는 걸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가끔은 무리가 될 때도 있지만.. 나 역시 숲을, 큰 나무를, 흙길을 좋아해서 다녀오면 머리가 시원해진다. 거기에 비하면 <양생팀- 등산동아리>는 산책하듯 여유 있고 무리하지 않아서 좋다.

 혼자 한가로이 있을 때는 주로 영화를 본다. 영화관을 찾는 것이 편치 않은 요즘은 거의 집에서 본다. 스마트한 TV와 OTT 덕분에 영화관 못지않은 수준으로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어 좋다. 거실 창을 열어 산바람이 드나들게 하고 있으면 휴가가 따로 없다.

 

 휴식이란 무엇일까? 남편은 집에 누워 몸을 편히 하는 것을 휴식이라 하지 않고 자꾸만 나가 팔다리를 움직인다. 그래야 참 잘 쉬었다고 한다. 나는 스크린 너머의 이야기들, 사람들을 보면서 갈등하던 것들을 잊거나 털어낸다. 여러 감정들과 섞여지며 부대낄 때도 있지만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이고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삼는다. 그러니까 휴식은 널브러져 아무것도 안하는 게으름이 아니다. 평소에 붙들려 불편했던 생각들과 관계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어 ‘이완’하기, 즉 몸과 마음을 ‘펴는 것’이다.  그러면 말과 얼굴빛은 저절로 부드러워진다.

 

  ‘잠잠이’(지금 제목은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라는 그림책이 있다. 겨울양식을 모으는 들쥐들 틈에서 혼자 저만치 앉아 한가롭게 눈을 감고 볕을 쬐며 ‘따뜻한 햇살과 갖가지 색깔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모은다. 양식은 떨어져도 ‘잠잠이’가 풀어놓는 햇살, 빛, 이야기는 춥고 삭막한 겨울 담벼락을 물들이며 친구들의 배고픔을 잊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  ‘잠잠이’는 게으른 ‘베짱이’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양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뭔지, 어떻게 해야 자기 삶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미 있게 보내는지 알고 ‘실천하는 자’다.

 현대의 사람들은 일도 휴식도 디지털 미디어에 매달려 시간을 소모하며 감각을 혹사하곤 한다. 거기서 벗어나 긴장을 풀고 이완이 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게 명상이든 운동이든 가벼운 산책이든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면 가장 좋다.  ‘잠잠이’처럼..  (매일매일 꾸준히~)

댓글 1
  • 2020-10-16 10:38

    회사에서 웍샾을 하다 15분간 쉬자고 해도 10분만 지나면 다 들어와서 앉더군요. 10분의 틀에 길들여진 휴식을 하며 몸과 마음이 얼마나 이완되었을까요. 휴식을 일의 반대말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이제 휴식하는 도리까지 공부해야 할듯합니다.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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