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 2분기 4회차 후기 - 재밌는 문장이 많구나!

자누리
2020-09-07 11:07
244

 

처음으로 줌강의를 들었습니다. 이게 나름 신문물이라 한분이라도 못듣게 될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 머리 속으로 몇 번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차질없게 하려면 미리 테스트도 해봐야했지요. 다행이 테스트도, 강의도 출석률이 매우 좋아서 다행입니다. 모두들 멋지십니다!!

후기는 정리를 해보는 쪽으로 써보았습니다. 6편 옹야편을 시작해서 모두 8장을 나갔는데, 전편인 공야장처럼 공자아카데미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1.인물열전

여덟 문장에 나오는 인물은 이렇습니다.

1장 중궁과 자산백자, 2장 안연, 3장 공소화와 염구, 원헌, 4장 중궁, 5장 안연, 6장 자로와 자공, 염구 7장 민자건, 8장 염백우

이 중 자산백자를 빼고 모두 공자의 제자들입니다. 공문십철의 제자가 다수 보입니다.

공문십철은 선진편에 나오는데 네분류입니다. 덕행에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 언어(외교)에 재여-자공, 정사(행정)에-염구-자로, 학문에 자유-자하입니다.

중궁에 대해서는 1장에서 可使南面, 4장에서 犁牛之子 騂且角이라 하여 집안문제로 비록 벼슬을 얻지 못하지만 매우 훌륭한 인재라고 언급하면서 신뢰를 보여줍니다.

안회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진 三月不違仁이 5장에서 나옵니다.

염구는 계손씨 집안에서 높은 지위를 가졌던 행정에 뛰어난 인물로 3장에서는 그 자리에서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를, 6장에서는 그의 특징을 다재다능하다는 藝로 표현합니다.

그 외 원헌과 민자건은 출사를 고사하는 대목이 나오고 염백우는 죽음을 앞두고 만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2. 簡

1장의 주제어는 남면이 아니라 簡인 듯 합니다. 간략, 간이 등에 쓰이기도 하는데 이 때는 번잡하지 않은, 아마 엑기스같은 뜻으로 쓰이는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대충하는, 소탈한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둘러싸고 중궁과 나누는 대화는 해석이 어렵습니다. 중궁이 장자계열의 지식인인듯한 자산백자는 어때요? 하고 묻는데, 공자는 “可也簡”이라고 답합니다. 괜찮지만 簡하다고 하여 자산백자가 약간 아쉽다는 의미로 썼지요. 그런데 중궁은 “괜찮아, 簡하잖아”로 반대로 알아 듣고 반박하는 뉘앙스로 말합니다. “居敬而行簡” 즉 심중이 엄하고 신중하되 남에게는 소탈해야지, 심중도 簡이면 너무 대충이지 않습니까?라고.. 공자는 네 말이 맞다고 하지요. 여기서 두 가지가 인상적입니다.

“居敬而行簡”은 동양사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자기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는 말이지요. 흔히 말하는 개인주의는 이와 반대입니다. 사실 자기에게 한없이 관대하고 남 탓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居敬而行簡”은 자연스럽지 않은, 특별히  큰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거기에 에너지를 의식적으로 쏟아붓지 않고는 이루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성리학에서 인간에게 고수준의 우주 정신을 부여하는 레토릭은 우월한 존재론이 아니라 성찰적 윤리학을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또 하나 공자에게서 보이는 ‘듣기’의 윤리입니다. 세미나에서 ‘그게 아니고’를 남발하던 저로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종종 실수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공자는 저와 달리 논리를 따지기 보다는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아니 깨닫고 싶어하는 그 저변을 듣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이유가 서로 무엇을 깨닫고 싶어하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不遷怒不貳過

매우 유명한 이 문장을 저는 얼마 전에 만들었던 세콰이어의 논어한문장 영상으로 기억하게 되네요 ㅎㅎ

이 문장은 11세기 성리학에 의해서 재조명된 문장이라고 합니다. 그런 만큼 정자의 주석을 볼 만하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원래 부여된 性은 감정이 표출될 때 거기에 “타고 ” 나온다는 겁니다. 본성에 대해서도 인의예지신이니, 사단이니 말을 하는데 이런 성과 정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하는 것보다 그런 개념을 통해서 어떤 효과를 보고 싶은지를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성은 감정을 타고 나온다는 말은 아주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성과 정이 다르면서도 그 실행의 측면에서는 함께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컨트롤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살 수 있고 그게 중요합니다. 감정이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면서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이것을 잘 컨트롤하는 게 조금이라도 살아감을 ‘잘하는’ 善이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정에도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칠정이라는 종류뿐만 아니라 거기에 타고 있는 인의예지신의 종류나 농도에 따라 다르겠구나 하는...

불천노불이과는 애공이 호학에 대해 묻자 그 답으로 나온 말입니다. 다시 말해 공부는 이런 감정을 높은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공부의 이유가 확 다가옵니다.

 

그 외에도 3장에서 염구에게 충고하는 君子周急不繼富, 그리고 주자가 그것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원헌의 일을 붙여 놓았다는 것, 6장에서 제자들에 대해 핵심을 짚어 말하는 것, 염구나 민자건 이름에 대한 추정에서 당시 學을 통해 신분이동을 이루는 사회상에 대한 추정으로 나아가는 것 등이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알림]
이문서당 2분기 2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2)
봄날 | 2021.05.11 | 3207
봄날 2021.05.11 3207
[알림]
2021년 이문서당 1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봄날 | 2021.02.15 | 2692
봄날 2021.02.15 2692
[모집]
2021 강학원④ <이문서당> : 논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모집) (2.16 개강 /27주 과정) (43)
관리자 | 2021.01.09 | 조회 5713
관리자 2021.01.09 5713
[모집]
2020 以文서당 - 논어, 깊고 넓게 읽기 (55)
관리자 | 2019.12.16 | 조회 5555
관리자 2019.12.16 5555
914
춘추좌전 마지막 시간 공지합니다~~~
봄날 | 2021.12.06 | 조회 471
봄날 2021.12.06 471
913
춘추좌전 7회차 후기 (2)
산새 | 2021.12.05 | 조회 620
산새 2021.12.05 620
912
이문서당 6회차 후기: 대국에 예로 맞서는 노나라 (2)
고은 | 2021.11.29 | 조회 485
고은 2021.11.29 485
911
춘추좌전 5회차후기: 노애공 초기의 사건과 오자서, 초소왕 (1)
바람~ | 2021.11.22 | 조회 647
바람~ 2021.11.22 647
910
춘추좌전6회차 공지
봄날 | 2021.11.22 | 조회 497
봄날 2021.11.22 497
909
춘추좌전 5회차 공지 (3)
봄날 | 2021.11.15 | 조회 538
봄날 2021.11.15 538
908
양화 - 춘추좌전 3회 후기 (2)
영감 | 2021.11.09 | 조회 543
영감 2021.11.09 543
907
춘추좌전4회차 공지합니다
봄날 | 2021.11.08 | 조회 472
봄날 2021.11.08 472
906
백거전투, 그리고 천하무도의 시대가 열리다 (좌전2회차 후기) (7)
문탁 | 2021.11.01 | 조회 659
문탁 2021.11.01 659
905
[유례없는] 논어 수강 후기 (4)
영감 | 2021.10.30 | 조회 587
영감 2021.10.30 587
904
춘추좌전1회차 후기 (2)
뚜띠 | 2021.10.23 | 조회 498
뚜띠 2021.10.23 498
903
<춘추좌전> 1강 공지
봄날 | 2021.10.18 | 조회 611
봄날 2021.10.18 611
902
이문서당 논어 마지막 시간 공지합니다!!! (1)
봄날 | 2021.10.06 | 조회 514
봄날 2021.10.06 514
901
이문서당 3분기 마지막 수업 후기-자공의 공자 사랑 그리고 쇄소응대 (1)
인디언 | 2021.09.16 | 조회 536
인디언 2021.09.16 536
900
이문서당 3분기 마지막수업 공지 (2)
봄날 | 2021.09.13 | 조회 611
봄날 2021.09.13 611
899
3분기 8회차 후기 (2)
고로께 | 2021.09.13 | 조회 530
고로께 2021.09.13 530
898
이문서당 3분기 8회차 수업 알립니다~
봄날 | 2021.09.06 | 조회 522
봄날 2021.09.06 522
897
[이문서당] 논어 3분기 7회차 후기 (1)
산새 | 2021.09.03 | 조회 598
산새 2021.09.03 598
896
이문서당 3분기 7회차 수업 공지
봄날 | 2021.08.31 | 조회 553
봄날 2021.08.31 553
895
<6회차 후기> 은둔 지식인들에게 공자가 하고 싶었던 말 (3)
바당 | 2021.08.30 | 조회 614
바당 2021.08.30 614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