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7일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_우연

관리쟈
2022-12-0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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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겨울이다. 또다시 시작되는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기획하는 습관적 연례행사가 진행되는 계절. 후회와 반성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희망과 각오를 다짐하는 일상이 이제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슬픔과 기쁨이 항상 우리 곁에 떠돌고 있고 원망과 감사가 늘상 내 곁에 머물고 있음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손 뻗어 무엇을 취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내 도처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감정들 안에서 고마움과 즐거움, 뿌듯함만을 손에 잡고 같이 살아가길 노력한다. 팔 벌여 껴안은 감정 중에 어찌 슬픔과 분노가 없으려만은 이 또한 나의 삶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기 위한 인간의 운명임을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보기로 하자.

 

한 해를 보내며 감사함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주문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공기에 힘입어 숨 쉬고 살 듯이, 알게 모르게 주어진 다양한 도움과 관심 속에 일상을 이어가고 있음을 나는 안다. 내 주위에 떠다니는 고마움을 나는 그저 손 뻗어 잡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이제 모르지 않는다. 허나 손 뻗어 잡을 힘조차 없을 때, 숨 쉬는 공기의 희박함을 느낄 때 주어지는 작은 관심은 감사함을 넘어 축복이다.

 

 

올해의 서두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시작했다. 긴 세월의 투병과 결코 짧지 않은 아버지의 간병으로 아버지의 삶이, 나의 삶이 점점 메말라 갔고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다시 사고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모든 위대한 철학과 문학은 모두 필멸의 인간 운명에 대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후에 부딪힌 아버지의 사망, 아버지의 투병을 함께한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한 세월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으로 밀려와 나를 끝없는 나락으로 잡아 내렸다.

 

그랬다, 간병과 이별 후의 짧지 않은 그 시절, 마음 쓰며 건네주는 작은 위로,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는, 하지만 결코 무심하지 않은 조그만 인사들이 없었다면 이 시간들을 어찌 견뎌냈을까. 무너져 내리는 감정의 폭풍 속에서 겨우겨우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주위의 작은 관심과 따스함이었다. 이는 감사함이라는 상투적 언어로 표현해 내기에는 망설여지는, 엄청난 에너지였다. 나는 이런 고마움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우리의 삶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거대한 감사함과 축복 속에서 진행되고 있구나. 아직도 이 때 일을 생각하면 힘겨움과 고마움 사이에서 가슴이 아파 온다.
이런 위대한 사건의 중심에 문탁 사람들이 있었다.

 

한 해를 보내며 가장 마음에 남는 일이다.

 

 

댓글 8
  • 2022-12-07 06:46

    우연쌤, 아침부터 찡하네요. 헛헛한 표정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안도했었던 기억이..
    우리 감사할 일 더 많이 만들어가기로 해요.

  • 2022-12-07 18:48

    우연샘과는 장자 공부할때 호흡을 맞췄었지요.
    명쾌했던 에세이가 어렴픗이 기억나요.
    소식을 듣지 못하는 사이에 인생에
    큰 일이 있었네요.
    늦였지만~~
    함께 식사하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싶어요.
    연락할께요.

  • 2022-12-07 19:08

    곁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아파하지만 또 그 사람들 덕분에 웃고 살아갈 힘을 내는 게 참 오묘하지요.
    우연샘! 올 한 해 애 많이 쓰셨어요.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우연샘을 안아주고 싶네요.
    그리고.. 이렇게 한 해를 보내는 마음 나눌 수 있어서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 2022-12-07 19:39

    조금 바쁜 일들이 마무리되면서 놀 시간이ㅋㅋ
    이런 소식이 우연님을 기쁘게 하려나요?
    오늘 바람~님과 우연님 이야기했답니다.
    금요일 오후에 파지오셔요.~ 바람~님이랑 기다리고 있을게요^^

  • 2022-12-08 13:58

    우연샘, 올 한해 정말 수고했어요^^

  • 2022-12-09 09:23

    시크한 우연샘이 파지사유에 마실나오면 그 묘한 매력에 모두 모여들지요~
    앞으로 5년이 고민인 우연쌤의 답답증을 해결할 대책이 시급한 데 고민입니다....;;

  • 2022-12-09 09:46

    우연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우연샘의 감사글에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내년엔 더 많이 웃을수 있는 일을 같이 만들어요

    그리고ㅋㅋ
    길위기금에 보내주신 거한 ...
    정말 감사합니다.

  • 2022-12-09 21:50

    우연샘!!
    올 한해 고생 많으셨어요
    2022년의 샘을 생각하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전 더웠던 한 여름 어느날
    홀로 계곡에서 물놀이 하시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인생살이 허무하다시면서도 즐길거리 제대로 찾아 몸을 움직이는
    뭐랄까 모험가 느낌 ㅋㅋ
    내년엔 저도 데려가주셔요
    계곡물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