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삼아 걷기-07 그들을 만나다 1

느티나무
2022-05-1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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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모아 우리와 함께 걷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동물에게 인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동물은 우리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많습니다. 

 동물이 계속해서 우리와 삶을 나누는 것에 감사하며 언제나 그러길 바랍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동물님들에게 감사를 드립시다.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   (향모를 땋으며 168p)

 

아직은 아침 저녁의 햇살이 적당히 따뜻해서 걷기에 참 좋은 날들이다. 

그래서 인지 동네 개울길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마라톤 선수처럼 뜀박질 하는 젊은이들, 천천이 걸어가는 노부부, 

서넛이 길을 차지하고 한창 수다를 떨며 걷는 아주머니들...

그 와중에 손에 전자 파리채(베드민턴 라켓처럼 생김)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봤다. ㅠㅠ

어스름 저녁 길에 하루가 얼마 남지 않아 짝짓기 비행을 하는 하루살이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이들이 찌찍 하는 소리와 반짝이는 작은 불빛을 내며 저 전자 파리채에 부딪힌다.

세상의 아픔과 슬픔이 모두 감추어지고 평화롭기 그지 없어 보이는 풍경 속에

인간의 잔인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비껴 가면 될 것을, 손으로 휘휘 저으면 될 것을......  

 

오늘은 나의 일삼아 걷는 길에 동무가 되어주는 친구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오늘 마주친 자들이지만 초면은 아니다.

늘 짝꿍이랑 같이 다니는 오리,

늘 혼자 아름다운 왜가리,

나란히 해바라기 하는 비둘기들

이들은 아스팔트와 아파트 숲 사이에서 우리와 함께 공존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걷고, 숨 쉬고 싶은 공간을 찾듯이 그들도 그런가 보다.

어디서 자고 이렇게 나타나는지 가끔 그들이 사는  집이 궁금하다. 

다음은 얼마 전 새로운 코스, 동백 호수공원 길에서 만난 이들이다. 

 이상한 놈,   멋진 놈,  재미있는 놈.

호수 한 가운데서, 경전철의 철길 위에서

저들은 정지화면처럼 저렇게 멍~하니 있다. 

 

사진에 담지 못한 길동무들이 이들 말고도 있다.

한 번은 아기 고라니를 만나 적도 있고,

참새도, 까치도, 까마귀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도 있을 것이다.

두더지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수많은 곤충들까지

그들과 함께 걷는 길, 그들과 함께 사는 세상... ...

어바웃 동물.....

 

"자작나무 사람들, 곰 사람들, 바위 사람들(이) 존중 받을 자격과 사람 세상에 포함될 자격이 있는 인격체로 간주되고...

그런 존재가 풍성하게 거주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다른 관점을 가지는 방법을, 다른 눈으로 보는 것들을,

우리를 둘러싼 지혜를 상상해 보라....

우리말고도 지성이 있다.

어디에나 스승이 있다.

그러면 세상이 얼마나 덜 외로울지 상상해 보라." (어바웃 동물 공지에서 퍼옴)

 

 

 

 

 

 

 

댓글 5
  • 2022-05-18 09:59

    전자파리채 ㅠㅠ

    걷는 길에 여럿 친구들을 만나셨네요.

    마음 쓰는만큼 보이는 친구들~~
    저도 걸으며 만나는 동물친구들이 달라 보일 것 같아요

  • 2022-05-18 10:08

    사진도 글도 참 좋네요.

    이제 저도 걸을때 동물을 눈여겨 봐야겠어요.

    주로 사람. 상점. 그리고 식물만 봐왔거든요.

  • 2022-05-18 10:25

    아, 반갑네요. 제가 겨울에서 봄으로, 다시 봄에서 여름으로, 탄천을 걸으면서 만난 새들이네요.^^

    여기 일산에서도 작은 하천을 따라 나있는 자전거길을 종종 걷는데 그 새들을 여기서도 만난답니다.

    작고 하얀 새는 쇠백로, 우아한 회색 깃털은 왜가리, 까만 녀석은  엄청 먹성 좋은 민물 가마우지로 알고 있어요.ㅎ

     

  • 2022-05-18 10:31

    이상한놈, 멋진놈, 재미있는 놈...

    느티샘의 길동무 얘기를 들으니, 언젠가 만났던 저의 길동무들도 생각나고...

    비가 그치면 새로운 길동무 만나러 나가보고 싶네요^^

  • 2022-05-18 22:21

    저도 가마우지 탄천에서 처음 봤어요. 

    걸으면서 친숙해진 동물들이 많네요. 걷는 건 걷는 만큼 가까워지는 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