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삼아 걷기- 02

느티나무
2022-05-1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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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기를 일로 삼아야만 한다.

부실한 허리 때문이다. 

예전엔 일 년에 두어 번은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갔다. 

3번 4번 디스크는 이미 까맣게 닳아서 없고 5번 마저 터져서 새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 5년 전이다. 

가끔 그것이 신경을 누르면 여지없이 병원 신세를 지거나 꼼짝 없이 며칠을 누워 지내야 한다. 

어느날엔가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남편이 출근 전에 사다 준 김밥으로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두려워졌다. 이런 모습으로 노후를 보내야 하면 어떻게 하나...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 않고 운동을 해서 허리 근육을 키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걷기를 일삼아야 한다.

걷다 보면 걷는 내 몸을 의식하게 될 때가 있다. 

걸음걸이가 삐뚤삐뚤 하기도 하고 팔이 제 맘대로 움직이기도 하고 허리가 구부정함을 느낄 때 

허리에 힘을 주고 맘 속으로 따라하는 걷기의 방법이 있다. 

 

"어디에서 시작할까? 근육이 긴장한다.

한쪽 다리가 기둥처럼 땅과 하늘 사이에서 몸을 지탱한다.

다른 쪽 다리가 뒤에서 휙 옮겨 온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

몸무게가 앞쪽 발볼로 쏠린다. 엄지발가락이 바닥을 밀어내면, 몸무게는 또 한 번 미묘한 균형을 찾아간다.

두 다리가 위치를 바꾼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이 이어지면서, 탁, 탁, 탁, 탁, 보행의 리듬이 생긴다."

(걷기의 인문학/ 리베카 솔릿)

 

마치 명상을 하듯 이렇게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땀이 나고

어느새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댓글 8
  • 2022-05-12 07:51

    어느 날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힘들다는 걸 알았을 때 괜찮겠지..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그냥 괜찮아지지는 않더군요. 그것이 걸어야할 이유더군요.

  • 2022-05-12 08:38

    느티샘 허리근육이 빵빵해지길 

    아자아자 응원합니다.

    저도 미리미리 허리근육 키워둬야겠어용

     

  • 2022-05-12 08:46

    잘못, 많이 걸으면 허리에 오히려 무리가 가요. (경험담임)

     

    걸으면서 허리근육을 키우려면  머리꼭지를 누가 위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허리를 곧추세워야 하는데 허리를 휘게 하면(=배를 내미는 것임) 안되고 5번 요추부터 하나씩 요추와 흉추를 세워나간다고 생각하고 허리를 세워야 해요. 그렇게 허리를 세우려면 배에 힘을 빡 줘야 해요.

     

    당분간은 그 자세에 신경을 쓰고 걸어야해요.

    • 2022-05-12 08:50

      아참 그리고 허리근력강화는 걷기만으로 안 되는 거 아시죠?

      플랭크나 브릿지 같은 거 해야 해요

      그런데 (이것도 경험담) 저처럼 코아근육 약한 상태로 (전, 원래 본투비 근력이 없어요)  하면 허리 나가요.

      그래서 전 풀플랭크를 권합니다. 하하하

  • 2022-05-12 09:11

    오늘은 문탁에 걸어서 가야겠군요.

    여러달을 잘 걸어 다녔는데,

    (고맙게도^^;;;;)가방이 점점 무거워져

    '흠~~어쩔수 없지~' 하며 차를 탔죠.

    ㅋ~

    근데, 이제 걸을때 자세까지 신경써야 하는군요. 등을 곧추 세우고 팔을 균형잡게 흔들며....힘차게. 어렵네요ㅎㅎㅎ

    느티샘의 생존을 위한 걷기. 응원할께요~

  • 2022-05-12 12:17

    알려주신 방법들을 생각하며 걸어봐야겠어요~
    저는 동네 마실 구경하듯 어슬렁거리며 걷거든요ㅎㅎ

    5월, 어디선가 우리 걷고 있겠네요~~ 

    느티샘, 사진도 기대해봅니다 히히히

  • 2022-05-12 21:42

    쌤을 귀찮게 해드릴게요.

    안 건강하고는 못 베기도록!

  • 2022-05-13 16:46

    오늘 걸으러 나갔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무사샘이 준 팁인데요.

    걸을 때 허벅지에 의식을 집중하고 걷는 게 좋다고 했어요. 그러면 근육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듯..

    그 말이 생각날 때마다 그렇게 해보려 하는데.. 정말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는 걸 늘 깨달아요.

    허리에 의식을 집중할 수도 있고, 허벅지에 의식을 집중할 수도 있고, 발에 의식을 집중할 수도 있을 터인데

    계속 집중이 흩어지겠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집중하며 걸어야 한다는 것..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