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9일차/ 세속이 좋아요

작은물방울
2021-10-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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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요일에 요가를 한다.

20대 후반부터 운동을 했던 탓인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답답하고 찌뿌둥하다.

예전에는 주로 땀이 단번에 나는 격한 운동을 즐겼다. 수영, 에어로빅, 스쿼시, 줌바댄스...

사실 요가도 비슷한 맥락에서 즐기게 되었다.  

요가를 처음 접했던 것은 서른 살이 되어 처음 가본 인도 여행에서였다.

 팩키지에 끼어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요가를 하고 마지막에 박장대소(?)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인상깊었다..

하지만 격한 운동을 좋아하는지라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이라 여기고 멀리했었는데... 어느 날 빈야사 요가를 한 후 땀을 뻘뻘 흘리고 

나서야 요가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요가를 한 뒤 무릎 아픔이 조금씩 완화되었고 허리 아픔도 많이 사라졌던 경험이 있어서

코로나로 헬스(내가 다닌 요가는 헬스장 내에 있었다)가 문을 닫고 난 후로도 친구들과 또는 혼자 요가를 했다.

일산에 이사 온 뒤로 본격적으로 다시 요가원을 알아봤고 

우연하게.. 이효리의 요가쌤의 제자가 한다는 요가원에서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이 요가원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신비한 기운이....)

요가의 매력은 요가 매트 정도의 공간 안에서 나의 몸을 움직이며 힘들지만 고요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요가복을 입지 않고 거울도 없다. 그리고 한 동작을 오래 오래 유지한다.(하타요가의 특징이지만 이곳은 약간 특이하면서 신비적인 분위기가 있다.) 

예를 들면 한 쪽 다리를 허벅지에 붙이고 다른 다리는 뻗고 팔을 들고 있는 자세를 3~5분 유지한다.

다리도 저리고 팔도 아프고 하지만 이상하게 땀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다른 자세도 마찬가지다. 흔히 부장가아사나(뱀 자세-대표적 후굴동작)라고 불리는 자세도 같은 시간을 버틴다. 

허리의 특정 부분이 핀셋으로 누르는 것처럼 아프고 괴롭지만 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버틴다. 

그렇게 한 시간 또는 한 시간 반 동안 수련을 하고 나면 살아있는 게 기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나의 들숨과 날숨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느낌을 느낀다

심심하지만 깊은 행복감을 맞을 때 충만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어제는 화요일 그렇게 수련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좋았다. 싸한 공기도 마스크 안에서 나오는 콧물의 감촉도 모두 좋았다.

그리고 세미나까지 마치니 후련하고 개운하며 몸이 가벼웠다.

 

분명 심심하지만 행복하다고 느꼈던 마음은 잠시...

내일(수요일) 할 일이 없으니 말초적 자극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일었다.. 

그래서 큰 코끼리와 소주 한잔을 했다.

알싸한 공기와 소주가 금상첨화였다. 

들숨과 날숨은 사라졌고 먹고 마시는 행복이 내 세상을 펼쳤다.

세속적인  행복에 취했다.

난 술에 취해 뛰어다녔고 (술을 먹으면 뛰는 버릇이 있다) 또 좋았다.

 

세속적인 행복에 취해 에코를 잠시 없는 존재인 양 미뤄두었다.

에코는 어쩌면 심심한 행복

또는 끈기있는 용기라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심심한 것들을 좋다고 하면서 또 제쳐두고 있는 나를 보며

반성하고 (자아분열의 최고인듯) ...

에코일지를 쓰며 킥킥 거리는 나를 보며 (이상하다? 미친것일지도....)이 글을 마친다. 

 

댓글 6
  • 2021-10-20 19:21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 2021-10-20 21:46

    물방울네는 대부분의 '희노애락'이 먹는것과 관련됐구먼.....ㅎㅎ

     

    효리의 요가스승님의 제자가 운영하는 신비한 요가원 궁금하오~ㅎㅎ

  • 2021-10-20 22:52

    ㅋㅋㅋ 물방울 왜케 웃겨.

    그런데 "한 쪽 다리를 허벅지에 붙이고 다른 다리는 뻗고 팔을 들고 있는 자세를 3~5분 유지한다."

    어떤 자세인지 상상이 안가요. 한 쪽 다리 허벅지에 붙였는데 다른 다리를 어떻게 뻗죠? 

    사진 첨부해 주세요 ㅋㅋ

     

     

     

    • 2021-10-21 09:10

      토용이 더 웃겨 서서 팔 위로 뻗고 다리 하나 올려 다른 쪽 허벅지에 붙인 이 자세 해봤을텐데… ㅋㅋ

      다들 심심- 말초자극 왔다갔다 사는 거 아님 방울은 좀 극적이긴한 듯 ㅋㅋㅋ

  • 2021-10-21 09:51

    공생자행성이 해보니까 일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ㅎㅎㅎ

    재밌는 물방울이 옆에 없으니 이런 방식도 참 좋군요

  • 2021-10-21 14:45

    토토로의 섭외 능력 (아이디어)에 감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