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릴레이 8> 나에겐 가뭄에 내린 단비

느티나무
2020-04-24 19:53
806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고 나는 직격탄을 맞았다.

학원이 벌써 10주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벌이가 없으니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며

일단 나가면 돈을 쓰기 마련이니 집 밖엘 나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탁의 세미나도 모두 쉬고 있는 상태고 딱히 나갈 일도 없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늘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살 때는 집에서 편히 쉬면서 읽고 싶은 책도 맘대로 읽고,

보고 싶은 영화도 실컷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을 갈망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시간이 주어졌으니 더없이 좋은 기회다.

종일 씻지도 않고 침대와 등짝이 붙어있는 것처럼 누워 네플릭스에 눈을 박고 있거나

이런 저런 책들을 기웃거리며 읽기도 하고 그것도 지겨워지면 괜스레 집안 정리에 요리까지... ...

그렇게 한 두주는 견딜만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무리 돈을 안 쓴다고 해도 매달 들어가던 지출까지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인데다

캐나다에 나가있는 딸도 갑자기 덥친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면접 끝에 합격했다고 좋아했던 독일항공사 공항 근무직도 취소되고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르바이트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으니

얼마간 견딜 수 있는 생활비도 보내주어야 하는데 ... ...

점점 답답하고 불안해졌다.

‘돈이 없으니 쉬는 것도 편치가 않구나.’

급기야 문탁의 여러분들의 걱정을 들을 정도로 나의 사정은 심각했다.

(여기에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다른 사정들은 넘기는 것이 좋겠다.)

그즈음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말들이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기대감에 아들에게 물어보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냐. 그러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희망의 싹을 싹둑 잘라버렸다.

그리고 생활비에 보태라며 월급의 5분의 1을 떼어주었다.

“그래 그렇지, 나 같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어.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다 준다는 게 가능한 일이겠어.”하며 단념을 했다.

그리고 아들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보내주신 구호의 손길 덕에 근근히 버티면서 두 달을 보냈다.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학원 문을 열 수 없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 초조해졌다.

그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도와 용인시 그리고 국가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단다.

“진짜, 진짜야?”

가족 당 나오는 재난기본소득을 합치면 그래도 크게 도움이 되는 돈이다.

파지사유에 쬐끔이지만 선결재를 해 놓았다. 쌀도 샀다.(ㅋㅋ)

나도 기금도 내고, 파지사유 월세에도 보태고 싶지만 이번엔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난, 참겠다.

내가 먼저 재난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기본소득, 내게는 그야말로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것이다.

 

 

댓글 4
  • 2020-04-25 10:03

    정말로 가뭄에 단비같은 재난기본소득이네요!
    살림살이에도 단비, 길위기금에도 단비, 공유지월세에도 단비!!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단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본소득이 뉴노멀이 되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더 활발한 논의를 해봅시다!

  • 2020-04-25 17:38

    당근, 그래야지요.
    화이팅!!

  • 2020-04-25 21:30

    그러게요.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재난기본소득이네요.

    느티샘. 화이팅!

  • 2020-04-28 18:32

    남편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는데, 언제 출근할지 기약할 수 없네요. 오늘 동사무소가서 카드를 받아왔더니... 돈도 안 들어왔는데... 든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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