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2일차]스피노자-공동체와 정치

새털
2018-08-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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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4.jpg

스피노자는 문탁이 사랑하고 사랑하는 최애캐 철학자다.

그러나 스피노자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전달하기는....어렵다.

2년차에 접어든 글쓰기강학원의 '스피노자와 글쓰기팀'의 에세이 발표때마다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스피노자 너무 어려워요!!' 이런 항의성 피드백을 받는다.

아....그래서 스피노자의 공부는 나날이 늘어날수밖에 없고, 우리는 스피노자를 오래 사랑할 수밖에 없다.

밀양인문학캠프에서 '스피노자의 철학을 중심으로 공동체와 정치'를 발표하자고 했을 때

우리가 무엇보다 신경쓴 것은 '쉬운 스피노자' '알아들을 수 있는 스피노자'였다.

오영샘은 <우리는 모두 엮여 있다>는 에세이를 통해

우리는 각각의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관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북클럽과 문탁활동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스피노자의 철학이 있었음을 밝혀주셨다.

둥글레샘은 <우정과 민주주의>에서 친한 사람들과의 사적 친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관계를 성장시키는 우정과 그 우정이 지성에 의해, 콕 찍어서는 공통관념에 의해 단련될 수

있다는 주제를 에세이로 발표했다.

스피노자1.jpg

앗! 그런데 우리의 '쉬운 스피노자, 알아들을 수 있는 스피노자' 전략은 인문학캠프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혹자는 "아....그런 당연한 얘기를 왜 굳이 스피노자의 이름으로 얘기해야 하나요?"

"스피노자는 내일 죽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는데, 그 말과 오늘의 발표는 무슨 상관인가요?"

혹은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스피노자'라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여전히 많은 분들이 '알아듣기 힘든 스피노자'였다는 판단 미스가 있었다.

스피노자3.jpg스피노자5.jpg

그래도 우리는 꿋꿋하게 가끔 핸드폰으로 카톡을 해가며, 웹서핑도 해가며, 발표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고,

송전탑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이웃들과 어떻게 공통개념을 형성하고 슬픔이 아닌 기쁨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그것이 우리의 능력임을 이해해야 한다는 아주 긴~~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인문학캠프 내내 열심히 참여하신 '어린이책' 선생님은 '시부모님과 자신의 관계에서는 노력을 통해 관계가 개선되고

자신의 역량이 키워졌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이 적용 가능한 것 같지만, 송전탑 문제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는 반감과 섭섭함을 강하게 어필하셨다. 있는 힘껏 열심히 애를 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걸 내 능력의 한계로 받아들이라니....무슨 그런 철학이 필요한가?

스피노자2.jpg

그래서 모두의 표정은 위 세 분의 선생님들처럼 어둡고 무거워졌다.

아....스피노자의 철학이 그런 게 아닌데...그걸 어떻게 잘 설명할까??

힘겨운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마지막에 말씀해주신

밀양장애인인권센터 하연주샘의 소감이 이 모든 것을 잘 정리해주었다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저의 활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것이에요.

장애인동료들이 그들 각자의 잘못이 아닌데도, 스스로 자책하고 수동적으로 지내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

그 친구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 이대로 충분하다. 그러니 함께 잘 살자고 늘 얘기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이 이런 저의 활동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연주샘은 인문학캠프 내내 참석해주셨고 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셨다.

올해 밀양에서 만난 최애캐샘이다!!

일요일 헤어지며 서로 번호를 주고받았다.

곧 그 번호로 뭔가 연락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기쁨으로 우리는 내년에도 밀양으로 가지 않을까?

이번 인문학캠프의 주제는 '밀양에서 배운다'였다.

우리가 배운 내용은 괄호에 쳐져 있다.

각자 뭔가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겠지?

댓글 4
  • 2018-08-14 20:40

    작년 인문학 포럼에서 '왜 공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대로 대답을 못한 것 같아 돌아와 끙끙대다 1년이 지났습니다.

    '밀양에서 배운다'는 제목의 캠프에서 스피노자와 공동체를 발표한 시간이야말로

    제대로 밀양에서 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록 버벅대고 거칠기는 했지만

    작년 인문학 포럼 때보다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아서 좋았고,

    우리의 정체를 좀 더 이해시킨 것 같아 좋았고,

    밀양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듯하여 좋았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집단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공부로 밀양을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공부해야 그걸 해 낼 수 있는것일까? 

    밀양×문탁을 내건 이 캠프는 어때야 하는 것일까?

    다시 화두를 들고 1년을 궁구해볼까 합니다.

  • 2018-08-16 20:36

    버벅대는 우리공부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가리고 있던 겉포장을 벗고 

    진솔하게 만날 기회를 가졌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밀양과 문탁이 함께 할 수 있을지 가늠자가 될 것도 같고

    발표자 두 분과 진행하신 요요샘 고생 많으셨어요

  • 2018-08-18 13:37

    서툴고 모자랐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저한테는 이번 밀양캠프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요샘의 모두발언부터 마지막의 하연주샘의 이야기까지 저는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한 순간도 졸리지 않았던 유일한 시간이라고 해야할까요? ^^;)

    혹시나 오해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공동체, 우정,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신 요요샘과 오영, 둥글레!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질문들에 대해서

    제 입과 맘속에서는 나름의 대답을 찾느라고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이런 예를 들어서 말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수만가지의 생각들....

    '아~ 이렇게밖에 이해되지 않는구나!' 하고 실망이 되기도 했지만,

    발표자리에 있는 분들보다 더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공부한 것을 가지고 우리의 언어로 밀양을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통해서

    어떻게 공부하고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더 구체적이고 세밀해야하는지

    정말 실감하는 자리였습니다.

    내년 밀양캠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좀 더 정치한 생각과 글을 생산하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부끄럽고, 많이 배웠던 시간입니다.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고,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2018-08-18 18:33

      이 댓글만으로도 그날 스피노자 발표는 120프로 성과가 있었던 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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