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1일차]농업 이주노동자의 삶 포럼 후기

히말라야
2018-08-12 14:29
440

밀양인문학 첫날, 공식프로그램으로는 첫번째였던 <깻잎 밭 이주노동자의 삶>포럼 후기입니다.

강사님은 지난해까지 밀양 깻잎 밭 이주노동자를 위한 시민모임에서 일하시다가 지금은 부산지역 금속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그루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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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작전에 우선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찍은 영상을 모아 만든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주로 남자들인 농장주들의 욕설과 손찌검, 성희롱과 성폭행 그 모든걸 당하며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지내야 하는 그들의 숙소.

사전에 글로 보고 상상했었지만, 보여지는 건 더  끔찍하고 기가막히고 한심하고 슬프더군요.

20Kg짜리 비료포대를 한번에 3개씩 나르지 않는다고 욕설을 퍼붓는 우리나라 남자, 그 남자에게 사장님...힘들어요...라면서 울던 이주민 여성의 목소리. 그 대비가 아직도 귓가에 맴맴돕니다. 또 그런 사장이 늦은 밤 트럭 안에서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불쑥불쑥 들어와서는 비료포대 10개라도 나를 만한 힘으로 그 여성들을 폭행하려하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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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지역의 깻잎 밭에는 주로 캄보디아의 젊은 여성들이 일을 하러 옵니다.

별다른 자격이 필요없고, 쪼그리고 앉아 일해야 하므로 남자들은 선호하지 않는 밭일에는 주로 '사정이 급한' 여성들이 온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나라와 나라가 계약을 통해서,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오게 되지만,  3년이라는 계약기간이 설정되어 있고 그 기간에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면 원고용주의 허락을 얻어야 하고, 만약 원고용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므로, 실제로 이 법은 고용하는 나라의 고용주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당한 일에 이의를 제기하면 너네나라로 돌아가라고 협박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계약금 몇백만원을 내놓으라며 협박합니다. 이는, 옴쭉달짝할 수 없는 노예계약입니다.

게다가 그 유명한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농축산업의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이나 휴식, 휴일에 관한 기준을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에 따라 제한없이'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업주에 유리하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지금 이주노동자들과 김그루님 같은 시민활동가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이렇게 작성한 최악의 근로계약서에 적은 거라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일당으로 하루에 11시간 일시키면서 그나마도 8시간 일한 걸로 취급해서 더 깍아 버리지 말고, 도심의 원룸값 받으면서 짐승도 살기 힘든 쓰레기같은 숙소를 주지 말라는 그런 정도의 요구사항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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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법과 시스템의 불합리성이 너무 견고해서 당장 작게나마 이룰 가능성이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작은 시도들...이런 것들도 거의 노예상태인 이들에게는 사실 어마어마한 힘을 내야만 가능한 일이지요...을 통해서 거대한시스템에 균열을 일으켜 가야하는 거겠지요. 아무말도 못하고 당하기만 하던 이들이 열심히 기록하고 영상을 찍고 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봅니다. 또 젊은이들이 가진 에너지가 있어서 힘든 투쟁 속에서도 웃기도 한다고 하니 낙담한 저희 마음에도 위로가 되고요.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일들이 있다는 사실은 '아는 것'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그 누군가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1인 1 SNS 운동이라도 해야할까요? ^^;;)

그리고 우리가 먹는 깻잎값이 너무 싼 이유가 무엇인지...잊지 말아야 겠지요. 요즘 [동물과 인간]세미나를 하면서 우리가 먹는 고기값이 싼 이유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합니다. 싼 고기를 위해서도 더 많이 너무 많이 죽어가는 동물들 뿐만 아니라 착취되는 이주민 노동자들이 있더라고요. 또 우리는 알지요...싼 전기뒤에는 밀양 같은 곳이 있다는 것을요. 우리가 '우리에게 너무 많이 주어지는 싼 것들'을 의심해야 하는 일이, 아마도 세상이 바뀌는 시작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제 값을 지불하면서 적게' 쓰고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그게 바로 고르게 가난한 세상이면서 모두가 풍요로운 세상이 아닐까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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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샘의 강의 메모

추신.

포럼에 참석한 모든 문탁인들 왈, "강사님이 너의 잃어버린 가족 아니냐?"

저도 사실 좀 당황했었어요....어머니께 잘 여쭤봐야겠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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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2018-08-13 00:56

    그날 강의때 깻잎을 더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요?

    저는 모르겠어요. 깻잎이 싼값에 팔리니 더 사야 한다겠지만 그러면 노동은 더 많아 질거잖아요

    그러면 이주노동자가 늘거나 고용주가 돈을 아끼기 위해 지금있는 노동자를 더 돌리거나 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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