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 구미현쌤의 가족사에서 배우기 위해

밀양인문학
2018-07-30 08:36
396

밀양인문학에서 구미현쌤을 모시고 3대에 걸친 가족사와 우리의 현대사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특히 조부께서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셨고, 친일로 몰렸으며, 명예를 회복하려는 후손들의 노력이 거부됐습니다.


그런데 친일로 몰리게 된 것이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일본이 그런 것도 아니고 같이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면?


440억의 거금을 쏟아부은 어떤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인데, 역사왜곡 논란이 큰가 봅니다.  


팩트가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근대사를 꾸려나간 주체가 누구이며 어떤 성격인가를 보는 역사의식이 문제라고 합니다.


구미현쌤의 가족사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한겨레21에 구미현쌤 가족사와 함께 실렸던 <역사문제연구소>의 후지이 다케시의 인터뷰를 요약발췌해서 보겠습니다. 


박근혜정부에서 역사교과서 논란이 있었던 것 기억하시죠? 그 시절 인터뷰입니다.


2015년 8월 10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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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제처럼 공허한 중심

8월5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역사문제연구소에서 후지이 다케시(43·성균관대 사학과 연구교수)를 만났다. 그는 2013년 2월부터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2000년 한국에 온 뒤 성균관대에서 조선민족청년단(족청)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에 ‘정본’이 있는가. 국정교과서가 유일한 역사일 수 있을까. 차라리 역사는 수많은 가능성의 총체이지 않을까. 그것은 시인이 말한바, 다른 것을 갖고 싶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 아닐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수많은 타래를 한 가닥 한 가닥 대면하고 곱씹고 드러내고 기억하는 것 아닌가. 그것을 일러 역사적 진실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광복 70주년이라며 정부에서 8월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광복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가 중심의 발상이기 때문이다. 해방이라고 하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그날 일제 지배에서 풀려난 사실이다. 해방이라는 개념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까지 포함한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대만의 경우 한국의 광복절에 해당하는 게 8월15일이 아니라 10월25일이다. 중화민국의 장제스 군이 들어온 날이다. 예전부터 우파 쪽에서는 광복이라는 말을 썼다. 이미 있는 국가나 민족의 부활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우리가 직접 새로운 사회를 만들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어떤 사회를 만드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는데, 그때 핵심은 누가 그 주체가 되느냐였다.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광복보다 해방이 적절할 것이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뉴라이트에 견줘 ‘올드라이트’라는 표현을 썼다.

요새는 올드라이트 노선도 폐기한 것 같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는 약간 민족주의적인 모습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달라야 하니까. 그런데 이제는 아예 역사를 안 건드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면 민족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지배와 저항이라는 관점이 중심이 된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권의 약점인 친일이나 독재의 문제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근현대사는 되도록 가르치지 않으려고 하는 듯하다. 지금이 국민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1970년대에는 산업전사라는 말처럼 조국과 민족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을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인간형을 만드는 데 민족주의가 중요했다. 지금은 금융자본이 자본 축적의 핵심이다. 금융자본이 증식하는 데 노동력은 중요하지 않다. 돈 빌리고 갚는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어떤 인간형을 굳이 공들여 만들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국민이나 민족으로 호명해서 동원하는 방식이 폐기된 상황에 가깝고, 어찌 보면 역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역사가 필요할 텐데.

그렇다. 다른 대안을 생각할 때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독립운동에도 다양한 노선이 있었다. 단순히 목숨 바쳐 싸웠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위한 어떤 모색이 존재했는지 생각할 수 있다.

친일 청산 문제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친일파가 왜 문제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가까웠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지배에 협력했다는 것이 문제다. 친일 문제는 결국 권력의 문제와 연결된다. 막연한 이미지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이 어떻게 굴러갔고 거기서 친일파는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했는지, 디테일한 상상력을 가지고 생각하지 않으면 쉽게 반박당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친일 불가피론’도 있다.

그들이 일제에 저항할 수 없었다는 논리는, 사실 지금 권력에 저항할 수 없다는 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권력에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친일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친일에 대해 생각한다면, 개개인의 선택이라든지 구체적 상황에서 봐야 한다. 그래야 그런 권력에 어떻게 저항할지 생각할 수 있고, 현재의 권력에 저항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저항 가능성이다. 항상 대안이 없다는 인식에서 친일을 정당화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행위가 비롯된다. 다른 가능성이 없다면, 절망적인 상황을 미화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게 인간의 심성이다. 이승만이나 박정희를 훌륭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려는 이들은 이런 심성을 이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저항이 가능하다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다.

친일·부역한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은 저평가되어 있고.

민족 문제가 결국 계급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라는 게 긍정적으로 안 쓰이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안 가르친다.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운 학생이 없는 거다. 예전 반공교육이랑 요즘 하는 게 비슷하다. 연평해전·천안함에 대한 글을 쓰게 하고. 학교 반공교육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편향된 이념교육을 하니까 제대로 보기 힘들게 된다. 역사의식이라는 게 없어질 수밖에 없다.

역사의식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라는 인식을 갖는 게 역사의식이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그때가 과도기였다는 걸 아는 거다. 항상 기로에 있는 것이다. 다양한 선택의 총체가 역사라는 걸 알아야 하고 역사교육은 그걸 배우는 것이다.

70년 전 해방 공간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했었다.

그렇다. 그런데 해방 직후에 대한 교육을 안 하려고 한다. 그런 가능성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걸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선택지도 없다고 교육하고 싶어서다.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하고 상상력을 제한한다. 지금 사회에 불만을 가져봤자 좋을 일 없다는 식이다. ‘헬조선’이라고까지 불리는 감옥 같은 사회에서 살아야만 한다면, 이 감옥을 예쁘고 쾌적한 것으로 생각해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이렇게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절망이 깔려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원문 :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00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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