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쏘릴20] 이렇게 또 배운다

산새
2020-05-09 23:55
788

 성인이 된 이후로 그냥 들어오는 돈이란 없었다. 직장 다닐 땐 명절보너스 봉투에 복권을 항상 넣어주어 받았었지만 그것이 적은 돈으로나마 바뀌는 경험은 전무했다. 길 가다 돈을 주운 적도 없고.. 그러므로 돈이란 힘을 들여야 나오는 것이고 로또 같은 건 내가 관심 가져봐야 소용없는 것. 그래서였나. 재난기본소득을 준다는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믿기지 않았고 설마 했다. (이렇게 쓰고보니 난생 처음 로또 맞은 기분이 든건가 싶기도..)

 

 공정마스크 5부제를 해도 정해진 시간과 요일에 맞춰 약국가서 줄서는 번거로움이 싫어 천마스크를 빨아 쓰는 선택을 했는데.. 돈을 준다니 알람까지 맞췄다가 일찌감치 주민자치센터에 갔다. 서둘러 갔는데도 줄이 길었고 몇걸음 앞으로 가보지도 못했는데 에러가 났다고 나중에 오란다. 어떤 남자분은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며 어쩔거냐고 소리소리 질렀다. 나도 큰맘 먹고 온터라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그래~ 어쨌든 쉽게 들어올리가 없지' 하며 발길을 돌렸었다. 오후에 다시 한번 가서 파란카드를 받아오는데  '공돈'이라기보다는 '숙제'를 받아오는 기분도 들었고 이걸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경기도 지역이면 다 사용할 수 있는 줄 알고 탄천을 걸어 미금에 있는 식당엘 들어가 간만에 남편과 외식을 했다. 코로나19로 주변의 식당들이 손님이 드물었었기에 서로 좋은 일 아닐까 하면서.. 그런데 카드가 안 된단다. 식당 주인도 그어 보고나 알았으니.. 결국 예정에 없던 돈을 썼고 좋았던 기분도 사라졌다.

그런데 용인시민은 용인에서만? 경기도에서 10만원, 용인시에서 10만원 받았는데 선불카드 한 장에 다 넣어서 주고는 용인에서만 쓰라니까 좀 이해는 안갔다. 하지만 근거리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돌리니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활동을 할때의 나는  '나의 편리함과 필요'를 중심에 놓았었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중심에 놓고보니 마음이 참 달라진다. 이런 생각을 잘 안하고 사는구나 반성도 되고. 

 

 연매출 10억 이하 소상공은 모두 해당된다고 들어서 쓸 곳이 많다고 여겼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안 된다는 곳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헛걸음 하지 않기 위해 [경기지역화폐] 앱을 깔았다. 앱을 통해 검색하니 주변 가맹점을 미리 찾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경제의 막힌 혈관을 돌게 하기 위한 기본자금으로 이해했기에.. 잘 쓰면 약이 되리라 생각한다.

3개월이란 기한이 있고 잘 써야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니 금방 쓸거라 여겼던 그 돈을 사실은 잘 쓰지 못하고 있다. 장보러 몇 번만 가면 없어지는 돈이고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둔 묵직한 책 몇권만 사도 없어지는 돈인데.. 그렇게 쓰면 안될 것만 같고.

 

 주변의 작은 식당들을 종종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그동안 올린 릴레이 글을 보면서.. 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선순환'을 하려는 문탁인들을 통해 나도 사용처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할 것 같다. 이렇게 또 배운다^^

 

댓글 3
  • 2020-05-10 10:21

    공동체 기금으로 일부를 내고 싶은데.. 현재상태는 어느 쪽에 보태는게 더 도움이 되려나.

    • 2020-05-10 11:35

      어디든 산새 마음 움직이는대로 하셔요
      어디든 환영^^

    • 2020-05-10 20:39

      그중에서도 제일은
      길위기금 ㅋㅋ
      하나은행 정성미
      441-910008-4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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