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릴레이 13> 화내지 말고 즐겁게 써 봐요

진달래
2020-04-30 02:06
774

우리집은 서울이다. 

서울은 재난기본소득을 개인이 아닌 가구당 지급했다. 

그래서 서류도 남편이 준비해서 신청했다. 나는 서류를 힐끗 보고 싸인만 했다.

-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 서울시는 재난기본소득이 아니라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신청하고 지원금을 받는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청도 간단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제로페이로 받으면 10%를 더 준다고 해서 우리는 4인가족으로 44만원을 받았다. 

받은지 며칠 되지 않아 공돈이 생겼으니 밥이라도 먹으러 가자고 해서 외식을 했다. 

후식으로 동네 아이스크림집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에서 지급받은 제로페이를 쓰러 나왔더라. 

이렇게 재난긴급생활비의 첫사용은 순조로웠다. 

얼마남지 않은 제사 비용에도 이걸로 쓰면 될 것 같았고, 겨울 옷도 세탁소에 마음 편히 맡길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제로페이로 받은 재난긴급생활비의 사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이번에 지원금으로 받은 제로페이는 남편 핸드폰에 들어있다. 

그래서 그 돈을 쓰려면 꼭 남편과 함께 가던지 아니면 남편 핸드폰을 가지고 가야 한다. 

결국 남편이 아니면 이 돈은 쓰기가 어렵다. 

또 평소에 제로페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로페이 가맹점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인터넷으로 제로페이 가맹점임을 확인하고 세탁물을 맡겼는데 찾으러 가니 이제 신청해서 아직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이라고 되어 있는 동네 햄버거집은 사용자가 너무 없어서 이젠 안 한다고 했다.

게다가 사용할 수 있는 지역도 한정되어 있다.

서울시에서 지원했지만 사용은 각 지역구, 예를 들면 용산구 주민은 용산구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집은 용산구와 성동구 경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장을 대부분 성동구로 보러 다닌다.

결국 장보는데도 제로페이가 별 도움이 안 되었다. 

그러다보니 남편이 화를 내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냥 가서 물건을 사고 결제하려고 보니 안 된다고 해서 화를 냈다.

나중엔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결제가 안 된다고 하는 곳이 많아서 또 화를 냈다. 

장보기도 만만치 않아  '재난긴급생활비'라는 명목도 퇴색했다. 

급기야 남편은 외식이나 하라는 거냐며 화를 냈다. 

우리는 지원금을 제로페이로 받은 것을 후회했다.

 

 

시간이 좀 지나고 화가 약간 가라앉은 남편과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애들이 학교 다닐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러니 화 내지 말고, 즐겁게 써 봐요." 

 

 

 

 

댓글 4
  • 2020-04-30 09:18

    공감~ 공감~
    저도 그랬어요. 그냥 써도 된다고 하지만 막상 필요한 곳에 쓰려고하면 안되더라고요. >@<
    저도 화내지 말고 즐겁게 써 볼게요~

  • 2020-04-30 10:18

    세상에! 제로페이 엄청 선전하더구만 이런 불편함이 있었다니!!!
    경기지역화폐도 충전할 때 늘 10% 더준다고 하데요.
    전 오히려 이번 기회에 지역화폐를 앞으로 사용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이것도 안 되는데가 있어서 체크 필요함.
    화가 날지도 ㅋㅋㅋ

  • 2020-04-30 12:27

    문탁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작은 매장들마다 재난소득 쓸 수 있다고 붙여놔서
    웬만한 데는 다 되나보다 생각했어요.
    제가 장보러 자주가는 동네마트도 당연히 되려니 생각했는데, 연매출 10억원 이상 매장인가 봐요.
    경기지역화폐 홈페이지 검색에서 뜨지를 않네요.
    화내지 말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재난소득카드 쓸 수 있는 마트를 찾아봐야겠어요.ㅋ

  • 2020-04-30 20:24

    ㅠㅠ 아직 기간이 좀 있으니 그 사이에 사용되는 곳이 늘어나길 바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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