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릴레이3> 기본소득에 대한 단상

1.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대딩 아들은 집에서 온라인수업만 듣고 있다. 내 눈엔 띵기띵가 공부를 하는둥마는둥 보여 등록금이 아깝단 생각이 절로 든다. 대학에서 좀 환급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고. 혹시 등록금은 다 받으면서 시간강사나 비정규직들의 임금은 확 깍은 건 아닐까 의심도 해본다. 그러고 보니 두 달 넘게 휴관 중인 아파트 헬스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떠오른다. 헬쓰장 이용이야 일 년 몇 번 하지도 않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은데 청소하시는 연변아주머니나 트레이너는 월급을 제대로 받고 있나 마음이 쓰인다.

2.

몇 년전 파지사유에서는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하승수 지음)의 출판기념강연이 열렸었다.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땅이나 천연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은 사회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나가서 기업이나 개인이 버는 소득에도 사회공동체의 몫이 들어있다고 보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에 따르면 그 소득들도 90퍼센트는 사회공동체가 가진 공통의 자산 덕분에 형성된 것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분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한다. 공감은 했지만  “과연 가능한 얘길까”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중요한 변화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상상없이 어떻게 세상이 바뀌냐고 했었다. 그래도 그게 쉽겠나 싶었던 일이 이번에 현실화되었다.

3.

비록 일회성이긴 하지만, 빨리 기본소득신청을 하라는 요란한 문자 독촉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겐  하루라도 빨리 주면 얼마나 긴요하게 쓰일까. 일단 모두 받고 나중에 각자의 형편에 맞춰 세금으로 내면 지자체 재정에도 심한 무리는 없으며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원리를 다들 수긍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능성이 의심에서 실감으로 바뀌게 되니 경험의 힘이 참 놀랍다. 이번 기회에 기본소득 논의가 물꼬를 텄으면 좋겠다. 소비를 부흥시켜서 꺼져가는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진 자들 역시 이번 기본소득실시를 수용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본소득을 통해 탈성장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7년 저널세미나팀 곰곰이 만든 자료 http://moontaknet.com/?page_id=228&mod=document&uid=22768

4.

그렇긴 해도 당장 생활비가 없는 것도 아닌 우리집까지 받아서 굳이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었다. 그 정도 수준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탁에서 재난기본소득 어떻게 잘 쓸까라는 상상이 시작되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그 상상에 즐겁게 동참하고 싶어 졌다. 헬스장 아주머니 생각도 나지만 직접 연락할 만큼 아는 분도 아니라 대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이주노동자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경로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공감하는 친구들과 모아서 전하면 더 알차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5.

평소 신용카드를 거의 안 쓰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용인지역화폐로 신청하려고 생각 중이다. 우리집 주변에서 지역화폐 쓸 수 있는 곳을 검색하니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가 뜬다. 따로 신청하진 않은 듯 한데 아무튼 반가웠다. 거리두기 기간이 계속 연장되면서 <자누리화장품>이나 파지사유 자율카페에도 매출급감으로 인한 충격이 점점 전해지고 있는데 때마침 잘 되었다 싶다. 이번 기회에 재난 기본소득으로 친지들에게 자누리 화장품 좀 선물해 달라고 문탁친구들에게 부탁하면 되겠다 생각하니 안심이다. 물론 자누리제품만 하라는 건 아니지만^^ 아직 신청도 안 한 기본소득이지만,  함께 하는 이웃들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생각하니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