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릴레이2> 나 죽기 전에 기본소득을 받아보는구나

띠우
2020-04-18 19:28
405

 

우리집은 4인 가족이다. 대부분의 돈은 남편이 번다.
아직도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남편의 직업은 반도체디자인 엔지니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불안정한 경기 때문에 남편 고민을 들어주곤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다행히 일거리가 줄어들진 않은 것 같다.
물론 하청업자이다 보니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상황은 괜찮다.

 

그런데 이번 재난기본소득으로 우리집에도 100만원이 들어온다.
경기도와 용인시에서 1인당 20만원과 초중고돌봄지원금으로 1인당 10만원이다.
사실 형태가 어찌되었든 기본소득이 현실화된다는 게 신기하다.
이것을 어떻게 써야할까.
월급이 제때 들어오다 보니 재난기본소득을 받는 일이 조금 고민스러워졌다.
 마을경제공부의 영향도 분명하지만, 받는다면 다르게 써보고 싶었다.

 

 

우리집 세 사람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기에 우선 아이 둘과 이야기했다.
우리집은 아빠의 월급이 제때 들어오니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상황을 설명하고
처음 실시되는 재난기본소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지역화폐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자기들은 집에만 있어서 쓸데가 없으니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두어 차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의 생각이 조금 오락가락했다.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어서였는지 의미있는 일에 쓰고 싶다고 하더니만
실제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실실 웃었다.
각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이야기하니
(내놓으라는 말보다 무서웠는지) 지역 경제 활성화도 돕고

의미있게도 쓰는 일이라면 찬성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재난기본소득을 우리가 쓰지 않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문탁 내에서 100만원을 쓰는 것보다는
외국인 노동자나 많이 어려운 분들에게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에 올려보는 건 어떠냐는 말도 했다
(남편은 나의 설명과는 상관없이 문탁이 부유하다고 생각한다).
알아보니 경기도나 용인시에서는 이미 재난기본소득 기금을 받고 있다.

 

시우는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기본소득을 준 적이 있었는데
지역에서 돈을 쓰기보다 오히려 저축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불안하면 우선 사재기부터 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지금도 월급이 들어오니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이렇지만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상황들이 있을 것이기에
다양한 의견들을 편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단발적일지라도 기본소득이 가능해진 현실이 왔다.
국가가 각자의 형편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돈이 눈앞에 있다.
이것이 우리 안에서 좋은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공유지를 위해서 쓸 수도 있고, 많이 모인다면 또 다른 연대의 길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재난기본소득을 다른 방식으로 쓰는 것에 대해
우리집 세 사람의 동의는 얻었고,
앞으로 친구들과 상의해가면서 어떻게 쓸지를 구체화해볼 생각이다.

댓글 6
  • 2020-04-19 08:20

    시우가 일본의 사례까지 알고 있다니 기본소득 공부 제대로 했네요
    식구들기본소득 철학까지 챙긴 띠우 부럽

  • 2020-04-19 09:44

    아..띠우네는 애들 포함 식구들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거구나.
    난..
    오마니와 (해외에 있는) 아들 꺼 (근데 받을 수 있나?) 모두 내 맘대로 할거라서....ㅋㅋㅋㅋㅋ

  • 2020-04-19 11:25

    ㅎㅎ 좌충우돌 갑론을박 티격태격하면서 마을경제 실험을 같이 해오지 않았다면
    저 역시 알뜰하게 저축하는 쪽을 택했을 것 같아요.ㅋㅋ

    • 2020-04-20 10:48

      네? 누가 알뜰하다는 건가요?

  • 2020-04-19 22:40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동네 가게들을 이용할 일이 잦았는데 덕분에 어디 써야 할지 고민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동네 식당들, 동네 정육점, 동네 과일가게, 동네 반찬가게, 동네 옷가게, 이렇게 저희 집은 며칠 만에 세 식구 앞으로 들어온 돈 다 썼습니다. 가정 경제가 위기 상황은 아니니 빨리 동네에 흘려 보내는게 나눠준 목적에도 맞을 것 같아서....

  • 2020-04-22 16:47

    나만 빼고 다 돈버는 식구들에게 재난지원금 다 나에게로 모아달라고 할까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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