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밀양... 여기 왜 있지?

여름밀양팀
2020-08-18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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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간 우리 일행은 밀양과 어린이그림책시민연대(어책연대), 밀양다큐팀, 문탁 이렇게 총17명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밀양 어르신들은 많이 못오셨다.

 

그래도 일당백 이영자님. 요즘 살이 빠지고 기력도 많이 잃으셨다고 하지만

모든 일정을 가장 앞장서주셨다. 

누구 발일까?

김옥희님. 그녀는 소주파였다.

그리고 구미현님. 밀양할매 그림책이 나오고 그림 전시회까지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시다.

동화전 박은숙위원장님과 셋째 진서. 장맛비가 그치자 밀린 일하시느라 남편분은 못오셨다. 

대책위에서 그림 전시 관련 업무를 맡고 계신 어책연대 김금일님. 

식사, 숙소, 차량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해주셨다. 

어책연대분들이다. 2012년 문탁이 희망버스를 타고 동화전마을로 향했을 때

어책연대는 철탑101 용회마을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어책연대는 전국단위로 순천, 울산, 부산 등지 회원들이 철탑으로 도시락을 나르며 밀양어르신들과 인연을 이어나갔고,

행정대집행 당시 어르신들과 산에 같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다른 연대자들이 싸움이 끝났다고 떠날 때 이들은

구미현님과 바느질방을 만들어 매주 금요일마다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림전시의 실무 및 후원 등 큰 역할을 하고 계셨다. 

왜 우린 진작 만나지 못했을까? 잠깐 얘길 나누었을 뿐인데 서로 이제야 만난 아쉬움을 느꼈다.  

 

박운제님은 대책위 소속으로 부산에서 밀양을 오가며 오랫동안 함께해오신 분이다. 

함께 있는 다큐 감독은 밀양아리랑 박배일님입니다.

밀양다큐팀에는 <즐거운나의집101> 감독 조현나(예명 련)님도 있었다.

 

그리고 김영희 교수님을 만났다.

밀양할매들을 어르고 달래서^^ 그림을 그리며 이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죠.

의욕만 있는 내게 그림만 있으면 전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고 하시며,

관심 있는 사람들과 그림책을 가지고 공부하며 밀양할매 그림을 전시를 할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문탁의 예술가들과 동네 예술가들이 과연 그렇게 마음을 보탤 수 있을까? 

 

둘쨋날 오전은 일찌감치 4.3 평화공원을 다녀왔다. 

4.3당시 어떤 마을은 400명 중 350명이 군경에 학살당했다고 한다. 

강정마을은 150여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우리가 머문 날 중 가장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11시부터는 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여했다.

로터리에서부터 해군기지 앞 정문까지 행진했다.

강정에 머무는 활동가들과 청년들이 매일 하는 행사 중 하나다. 

오랜 만에 뵙는 문정현 신부님은 건강해보이셨다. 

우리 안내를 맡은 딸기님. 새털은 5년전 만났던 딸기님을 다시 만나 반가워했다. 

수많은 청년과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강정마을은 요즘 한적해졌다고 한다.

이들은 주소지를 옮기고 주민회에 참여했는데, 최근 주민회가 이들과의 교류를 거부해서,

올해초는 <강정마을평화네트워크>라는 별도의 조직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조직 없이 이토록 오랫동안 하루하루를 꾸릴 수 있었다니 놀라웠다. 

조현나씨와 얘기 나누는 단지님.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트위터로 강정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제주로 달려왔다가... 여적 머물고 있다. 

잠시지만 그녀의 고민을 듣고 있자니 남은 자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더 많은 연대자들이 있다. 

자신을 공연기획자라고 밝힌 청년은 하룻동안 한 사람만을 위한 투어를 한다고. 눈가리개를 하고서 말이다.  

대만에서 10년 전 들어온 에밀리와 그녀의 딸. 

이들은 자신들이 여기 왜 있는지에 대해 묻고 길을 찾고 있었다. 

 

 

저녁에는 일행들과 횟집에서 식사를 했다.

문탁의 연대기금 지원과 회원들이 노잣돈을 보태줘서 한라산21도와 17도의 차이를 흡족하게^^ 경험했다. 

저녁 식사전 들렀던 군산오름. 1킬로 가량을 차를 타고 오르고 10분간만 걸어 올라가면 정상이다.

원래 정상에서 바다의 일몰과 서귀포시내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안개가 자욱해서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이날 밤 내 폰은 습기가 차서 작동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날 아침엔 해군기지 앞에서 100배를 했다.

100배 절은 도법스님이 처음 시작하셨다고 한다. 

몇년 간 지켜보던 청년들이 합류하면서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왜 108배가 아니라 100배일까?

매일 아침 7시 30분간 어른아이남자여자(녹음)목소리 구령에 맞춰 100배를 한다.

나도 따라 100배를 하고 났더니 '미움과 증오가 아닌 무엇으로 강정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밀양 바느질방에서 선물해준 마스크. 특히 목에 거는 매듭줄이 인상적이다. 

필요하면 기꺼이 패턴을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밀양할매 그림전시를 문탁에서 해볼 수 있을까 싶어 찾았던 밀양*강정마을전시에서

우리가 미리 계획하지 않은 많은 만남들이 있었다.  

 

제주까지 찾아 갔을 때는 밀양 전시를 꼭 해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왜 하고 싶은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길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뚜버기, 새털, 여울아의 밀양*제주강정마을 2박 3일간의 일정이 끝이났습니다. 

빡센 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온 느낌, 도대체 체험비는 어디에 내야 할까요? 

 

ps. 공항가는 길에 서귀포올래시장에 들러 귤과 갈치를 사서 문탁으로 보냈습니다. 

갈치 2~3토막씩 집에 가져 가서 구워드세요~ 소금만 쳐서 드셔도 비리지 않은 싱싱한 놈입니다.

댓글 7
  • 2020-08-18 06:37

    <나는 여기 왜 있을까>란 작품이 생각나네!

  • 2020-08-18 07:30

    박배일 감독이신듯.
    아, 딸기씨...아직도.
    밀양원정대, 감사합니다. (진짜루...나도 가고 싶었었어....ㅠ)

    • 2020-08-18 08:46

      아, 맞네요. 수정할게요.

  • 2020-08-18 08:03

    이렇게 여울아 뚜버기 새털 세사람이 마음내어준 덕분에
    "올해 문탁은 밀양과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밀양의 질문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고 갑니다.
    그런데 강정에서 신령스런 기운을 받아 온 이 세사람이
    앞으로 우리를 가만 놔둘 것 같지 않은 이 예감은 뭘까요?^^

  • 2020-08-18 08:23

    흑흑 또 사진이 없어졌네요... 아.. 다시 넣어볼게요. 왜 이럴까요? 앞에 사진이 없어져서 다시 넣었거든요. 다시 뒷 사진이 없어졌네요....

  • 2020-08-18 13:38

    여울아 사진줄이고 후기올리느라 고생했어요~ 어떤 후기로 우리만남이 남겨질까 궁금했는데 정다운 후기네요^^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 밀양 아지매 아니고 언니로서 새롭게 만나게 된 것... 좋은 기운 받고왔습니다.

  • 2020-08-19 12:44

    딸기샘, 에밀리와 그의 딸 ...제가 봤을 때는 갖난 아기 였는데요... 그리고 은숙샘과 진서 ...모두 반갑네요. 제주원정대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