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한시기행 세째날...도를 아십니까? (청성산, 도강언, 사천박물관)

봄날
2019-11-05 04:43
1876

기억은 시간따라 흩어져서 몇 개의 잔상만이 남은 지금, 사진을 흔적삼아 더듬거리며 세째날 청성산과 도강언 기행을 적는다.
도교의 명산인 청성산에 오르는 길. 푸른 나무숲이 성처럼 둘러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청성산은 말 그대로 어딜 가나 푸르디푸른 나무천지이고,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깊은 느낌이 있었다. 과연 도교의 명지다웠다. 영발을 받기 위해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 자작슨생님의 설명에 따라 공부도 하고...2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를 배로 넘어가는 맛이란.

곳곳에 붙어 있는 붉은 리본들, 열쇠들은 이미 곡부여행때부터 익숙했던 모습들...도교와 불교가, 또 각종 신앙이 마구 엉켜서 여기가 절인지 도교사원인지, 나는 구분을 할 수 없었다. 다만 도교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끌어들일 수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웃고 떠들며 청성산을 오르는 가운데 이제 본격적인 도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지점에 다다른다

사진보다 훨씬 묘하고 어둡고 깊어 뭔가 진짜 신명스러운 것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짙은 향냄새와 함께 절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나도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아니었는지 정성스럽게 향을 피우고 초를 올리는 여행자들...ㅎㅎ 간절한 저 예심샘의 기도가 들리는 듯 하지 않나요?

정상에 우뚝 선 노군각. 노자를 '태상노군'이라 해서 도교에서 3대 성인으로 꼽는다던가. 노군각이 서있는 주변의 풍광을 찍으려 했으나 사람의 눈만한 카메라렌즈가 없는지라 그냥 패스... 노군각 뒤편으로 노자의 일대기를 그린 석벽화가 재미있었다.

이제 도강언으로. 
2,000년전에 만들어진 수리시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과학적이고 규모로도 압도되는 곳이었다. 어주(물고기 입모양이라고 하는데 물 속에 가려 그렇게 안 보임)가 민강을 내강과 외강으로 분리하고, 그렇게 흐르는 내강이 범람하는 것을 비사언이 막아주고, 보병구로 내강의 폭을 좁게 함으로써 물살을 세게 밀어낸다는 것. 외강은 댐으로 관리함으로써 지금도 3만개(?)의 물줄기가 사천성 40여개의 현과 시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이 수리시설이 이용된다는 것이다. 도강언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도강언을 지은 고촉의 태수 이빙부자를 모신 이왕묘가 있다. 사천분지가 도강언 덕에 '하늘이 내려준 땅'이 되었으니 모실만 하다. 도강언 입구와 어주.
 
도강언을 지나는 구름다리(안린교?)와 다리를 지나간 곳에서 만나는 이왕묘.

여행 최초(?)로 그룹이 나뉘어 그래도 걸을 기운이 있는 사람들이 갔던 사천박물관의 한 컷. 벽 한면을 가득 메운 당시 비단베틀. 비록 요요샘과 일행이 티벳관에서 나올 줄 몰랐지만 하필 후기가 내 담당...난 티벳관에서 잠깐 있다 나왔을 뿐. 일행 각각의 기호대로 머물렀던 곳. 더우기 입장료가 무료!! 

눈 호사, 입 호사한 날! 마지막 사진은 박물관팀이 식사한 약간 색다른 중국요리집 입구...음식을 찍는다는 건 너무 어려워..왜냐 하면 늘 배고픔에 시달리다 들어가서 먹기가 바빴기 때문..ㅋㅋ

댓글 3
  • 2019-11-05 10:30

    사진 좋네요 ㅋㅋ
    우리 도강언, 사천박물관에 다녀온거에요. 이름 수정 부탁 ㅋㅋ
    마지막 티벳음식점도 색다르고 좋았어요

    4박6일 동안
    문탁샘. 콩땅샘 두둑한 노자돈 보태주셔서 정말 맛있는거 많이 먹고 왔어요.
    누구하나 다치지 않고 싸우지 않고 삐지지 않고
    잘 다녀왔어요

    모두들 걱정해주신 덕인듯 합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꾸벅

    저희 여행단이 문탁학인들 선물로 여러가지 사왔는데
    모두들 하나씩 챙기시길 바래요. ㅋㅋ

  • 2019-11-05 17:14

    오전에 청성산 상청궁과 노군각에서도 보지 못한 도교의례를 도강언의 이왕묘에서 보게될 줄이야!
    염불하고 목탁 치는 우리나라 사찰의 예불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악기는 더 다양했고, 해질녘에 들리는 노랫소리 같은 챈팅은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더군요.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좋은 날들이었어요.
    4박6일 동안 여행 코디네이터 역할 뿐 아니라
    두루두루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살피느라 애쓴 노라에게 스페셜 땡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우리를 공부시키느라 애쓴 자작나무도 고맙고,
    가는 곳마다 우리의 입과 귀가 되어준 중국어 능통자들에게도 감사드려요!
    두고두고 천천히 공덕을 갚을게요.^^

  • 2019-11-06 11:52

    노군각 올라가는 계단부터 노군각 난간의 벽을 빙 둘러 64괘가 있었던 것이 신기했습니다.
    도교와 주역과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不二, 不異 이런 것 일까요?
    또 상청궁부터 계속계속 올라가다 보면 계속계속 복 빌고 절하는 곳이 나옵니다.
    제가 가져간 용돈중에 가장 많이 쓴 곳이네요^^

    도강언에서는 처음 들어 갈때 위치적으로나 폭의 크기는 냇가 같은데 물의 깊이와 물살의 세기가 엄청나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보병구의 준설로 그렇게 흐르는 것 같군요. 내강의 관개수로 역할이 상상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