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한시기행 후기 1탄

구름
2019-11-02 16:47
6245

올 여름 당시에 빠져있던 동생과 청두 여행을 계획 했는데 티켓 결제 과정에 착오가 생겨 포기 했었다.

나는 별 생각없이 따라가는 여행 이었지만 막상 못 간다고 하니 아쉬움이 생겼던 차에 청두 한시 기행팀이 꾸려 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백일 수행(?)을 절묘한 타이밍에 끝낸 여여샘과 함께 여행길에 동참하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예심샘, 기린샘의 활약으로 허브 라운지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심샘과는 초면이라 소개를 받고 비행기 탑승을 했는데 옆 좌석에 배정되어 순간적으로 어색함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교차 되기도 했다. 어색함은 잠깐이고 예심샘의 번역원 스토리(이문서당에서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성백효 샘의 책의 전통 문화 연구회가 번역원과 다른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뇨인의 삶,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청두에 도착했다.

 

청두 시내 금대고리 안에 있는 숙소는 중국식 4층짜리 건물로 중정이 있고 복도가 회랑식이며 차를 마실 수 있게 테이블이 놓여있는 곳이다.

우리 일행의 룸은 3인실 2개, 2인실 2개 였는데 획일적 룸이 아니고 특색들이 있어서 우루루 몰려 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간단한 저녁식사 후 숙소 앞 문화공원 안에 있는 이원에서 변검 공연을 관람 하였다.

이원은 궁정 악공을 키웠던 곳으로 두보 시에 이원제자를 만나다. 라며 인용 되기도 했다고 들었다.

노라샘의 애씀으로 VIP좌석에서 식사와 안마를 받으며 관람했는데 앞 좌석이어서 악기 연주자들의 지친 무표정, 공연자 들의 많은 연령대의 얼굴이 잘 보였다.

예술인과 광대의 차이는 어디쯤에 있는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는 것 같은데 아무 것도 아는것이 없는 것 같은 청두 여행을 위해 잠을 청했다.

 

   

 

댓글 7
  • 2019-11-03 09:15

    저도 사진을..

    1572593772236.jpg

  • 2019-11-03 13:23

    한시 기행이니만큼 한시 이야기 하나^^

    이원에서의 공연관람 중 육유의 <매화절구> 중 한 편을 노래로 들었습니다.
    네 사람이 등장하여 각자 뭔가를 노래하는데
    다행히 자막으로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를 각자 다르게 노래하는 거였더라고요.ㅋ
    예심샘이 남송시대 시인 육유의 시 매화절구라고 알려주시더군요.
    두번째 구절에 등장하는 진흙처럼 취했다(醉似泥)는 표현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고 감상을 나누었는데
    이 후기를 쓰기 위해 찾아보니 이백의 시에 이미 등장했던 표현이더군요.
    곤죽이 되도록 취한 것을 그렇게 표현했던 듯. ㅋㅋ역시 이백!!
    그런데 매화향에도 그렇게 취할 수 있을까요?
    둘째날 두보초당 기념품 가게에서 맛보기로 주는 매화주를 마셔보아서 그런지
    시인이 매화주에 취한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ㅎㅎ

    공연에서 불릴 정도니 아마도 성도 사람들이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시가 아닐까요?

    當年走馬錦城西(당년주마금성서) 그해에 말을 달려 금성 서쪽으로 가서
    曾爲梅花醉似泥(증위매화취사니) 일찌기 매화에 완전히 취했네.
    二十里路香不斷(이십리로향부단) 이십리 길에 매화향이 끊이지 않아
    靑羊宮到浣花溪(청양궁도완화계) 청양궁에서 완화계에 이르렀네.

    위 시에서 금성은 곧 우리가 간 곳인 성도이고요.
    청양궁은 우리가 묵은 호텔 옆의 문화공원 안에 있는 도교사원입니다.
    일정상 들어가지는 못하고 바깥에서 지나가며 보기만 했지만요.
    완화계는 두보초당을 감싸고 흐르는 물.
    매화향을 맡지는 못했지만 청양궁과 완화계 사이는
    여행 중에 몇차례 오간 길인지라 육유의 이 시를 보면 앞으로는 성도 여행이 생각날 것 같군요.^^

  • 2019-11-03 14:04

    전 이번에 육유라는 시인을 처음 알았는데요, 두보초당에서 그리고 검문관에서 육유상을 볼 수 있었어요.
    말을 타고 있는 훈남의 모습이었죠. 아마도 '매화절구'의 말 타고 금성에 왔다는 구절 때문인가봐요.
    실제 말 타고 성도에 왔을 수도....
    내년 봄에 매화향기를 맡아볼 생각에 설렙니다. 醉似泥를 정말 느껴볼 수 있을까요? ㅋㅋ

  • 2019-11-03 18:27

    초면인 구름님과는 비행기에서 친해지고, 마지막날 호텔방도 같이 써서 좋았어요~~ 맛난 커피도 계속 얻어 마시고 ㅎㅎ

    매화꽃피는 내년 봄이 무척 기다려지네요.
    매화꽃이 반쯤 만개했을 무렵, 보름달 아래에서 마시는 매화주라니~~

  • 2019-11-03 18:31

    매화절구 시를 외워서 각 버전별로 노래하기로 한 약속 잊지 않으셨지요?

    작년 샤오싱 여행에서도 육유와 관계있는 공원에서 공연을 보았는데.
    이번에도 육유시를 읽게 되었네요. ㅋㅋ

  • 2019-11-04 19:51

    진짜 갈까 싶었는데 진짜 다녀왔네요~
    애들없이 가는 여행이 언제적이었나 싶네요.
    매일매일 배달음식 시켜먹고 친구 데려와서 같이자면서
    애들도 엄마없는 집의 자유를 만끽한 듯해요~

    아직도 성도 여행이 꿈을 꾼 것만 같네요^^

  • 2019-11-05 02:46

    저는 뱅기를 타면 아래 내려다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어떤때는 솜 같은 구름위에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해 뜨는 것, 해지는 것을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서운 비구름과 번개를 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도시와 산과 강 그런 것들을 오랜시간 볼 수 있었어요. 비행고도가 엄청 낮은 것 처럼 보였지만
    그럴리는 없겠고 아무리 날씨가 맑더라도 이런경우는 없었거든요.
    인천에서 쓰촨성까지 가는데 대륙의 웅장한 산맥들을 그대로 본 것 같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