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인문학캠프 '전국노래자랑'

새털
2019-08-11 22:41
9438

 

8월 10일 토요일 오전 6시 50분 롯데리아에서 버스가 출발했고, 두 군데의 휴게소를 들렀다

11시 30분 너른마당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밀양에 가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31명이었는데

아침에 누구도 늦지 않았고 여름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정체는 없었다. 

이렇게 순조롭게 올해의 밀양인문학캠프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말복을 하루 앞둔 더위 초절정의 하루를 너른마당에서 복잡대며 보냈다. 

 

 

올해 밀양인문학캠프의 주제는 '전설을 말하다'이다. 밀양청년들의 독서모임인 '수북'팀에서

먼저 밀양의 전설을 새롭게 해석하여 '다시쓰기'를 선보였다. 아랑전설에서 아랑의 해원을

풀어주는 이를 남자인 어사가 아니라 여자로 바꾸기도 하고, 마을의 꼬마가 이무기강철의 억울함을

어른들을 설득해서 '열등감에 찌든 꼰대'에 의해 시작된 재난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속이 후련한 '사이다전설'을 우리에게 들려줬다. 물론 청중 중에는 전설의 비극성이 가져오는

다층적 해석을 '해피앤드'로 바꾸면서 더 평면적이 된 것이 아닌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분도 계셨다.

이런 의견들을 수렴한 수북팀의 다음작업을 기대해본다^^

 

 

 

다음 발표는 문탁 근대사세미나팀의 '역사과 기억2: 어제와의 낯선 대화'였다.

이 발표는 작년 밀양인문학캠프에서 '구영필과 1920년대 의열단'을 주제로 한 '역사와 기억1'을

올해도 이어 좀더 공부의 깊이를 더했다. 올해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기도 했고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경제전쟁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이번 발표에 관심이 갔다.

올해 봄부터 공부를 시작한 근대사세미나팀 덕분에 1920년대의 복잡다단한 면모를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는데,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정세의 변화 속에 만주와 간도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까지

펼쳐진 이주사와 독립운동사를 퀴즈로, 낭송극으로, 팟캐스트로, 에세이로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해온

세심함이 돋보였다.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밀양의 전설과 1920년대 독립운동사를 아우르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마치고 나니

저녁밥때가 되었다. 늘 그렇듯이 모이면 먹는 재미가 빠질 수 없고, 밥을 함께 먹다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게 된다. 그래서 이후 우리는 밀양과 문탁을 오가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너른마당의 소식과, 송전탑싸움 이후로 두동강이난 마을을

다시 화합하기 위해 '여름음악제'를 여신 밀양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컥하고 기뻐했다!

 

 

 

그리고 5개월 태권꿈나무 찬결이의 태권도 시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노래자랑'이 시작되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남행열차' '새야 새야 파랑새야' '오실 땐 단골손님 안오실 땐 남인데' '사노라면' '무조건' 등등

주옥 같은 명곡들이 너른마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맨날 에세이나 발제로 고민하던 문탁식구들이 

마이크를 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깨가 쏟아지게' 재미있었다.

 

 

 

 

 

 

'아모르파티'의 열정적인 시간과 살풀이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밀양인문학캠프는 막을 내렸다!

나는 이 순간을 기점으로 이 '언니들'의 팬이 되기로 작정했다!!

 

 

 

 

 

참! 캠프때마다 같이 밥먹고 떠들고 부대끼며 지내는 문탁과 밀양 젊은이들 올해도 반가웠고

버스에서부터 인원점검에 식사대열에, 그리고 전국노래자랑 사회자까지 '하얗게' 영혼을 태운 노라님 감사합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꼬박 하루를 같이 보낸 모든 분들께도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올해 캠프가 어느 때보다 순조롭고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은 어느새 우리에게 밀양과 너른마당이

익숙한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실 땐 남'이라는 밀양어르신의 노랫말이 귀에 아른거린다.

내년에도 우리는 밀양에서 여름을 보내지 않을까?

 

 

 

 

 

 

 

 

 

댓글 6
  • 2019-08-11 23:22

    근데 왜 내가 밀양인문학캠프 후기를 쓰게 되었을까?
    그건 도넛 하나의 달콤함 때문이다.
    캠프날 누군가의 생일이었고, 휴게소에서 케익 대신 도넛을 사와 생일축하세러머니를 했다. 세러머니 후, 후기를 쓸 사람이 도넛을 먹기로 했는데....
    딴생각하다 도넛을 먹겠다고 손을 번쩍 들어... 사진 200장 속에서 캠프 후기쓰는 일을 내가 도맡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생일 맞으신 분께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해피버스데이투유"

    KakaoTalk_20190811_231419217.jpg

  • 2019-08-11 23:24

    참! 밀양에서 선물을 주셨다.
    밀양의 특산품인 깻잎 한박스와 요렇게 예쁘고 정성스런 것을!! 이 선물은 개런티 없이 공연에 와주신 봄날님과 메리포핀스님께 드렸다^^

    KakaoTalk_20190811_142327322.jpg

  • 2019-08-12 07:05

    난 내 자식보다 한결이나 겸서를 더 자주 본다. 나는 지난 몇년간 내 이모들 보다 밀양 귀영샘을 더 자주 만났다. 만약 내가 어머니와 함께 살지 않았더라면 내 형제들보다도 밀양 은숙샘을 더 자주 봤을 것이다. 내년에도 그랬으면 좋겠다.

  • 2019-08-12 08:21

    너른마당 회원분들은 마을마다 어르신들을 모셔오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아주셨어요. 너른마당에서 우리가 수북의 발표를 듣고, 근대사 퀴즈를 풀고, 저녁을 차리는 동안 너른마당에서 차출된 차 3대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았답니다. 기꺼이 함께 밀양인문학캠프를 하겠다고 응답해 주시고, 어르신들께 연락하고, 모셔오고, 또 마지막까지 어른들을 모셔다 드리는 일까지 잘 마무리해주신 너른마당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서울가는 버스가 떠날때까지 저희를 배웅해주신 너른마당8월 운영위원장님, 김철원실장님, 어진이에게도 스페셜 땡스!!(우리가 문탁에 도착한 11시 넘은 시간까지 너른마당 회원 다섯분은 헤어지기 아쉬워 마당에 남아 찐한 시간을 가졌다는 후일담도..^^)

  • 2019-08-12 08:43

    새털 잘했어!
    후기 넘 좋아!

    다시 기억나!
    그날밤 열기!

    너른마당에
    다시 가고파!

  • 2019-08-12 10:03

    그리고...
    그날 밤 내년은 어찌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겨울 문탁의 인문학 축제에 올 독수리 오형제는 결성 되었읍니다.
    옥희언니, 권귀영, 구미현, 박은숙, 그리고 최근 너른마당 회원이 되시고 단장면으로 이사를 하고 은숙샘 땅에서 도라지 농사를 지으시는 그 분(아~ 이름이 기억이 안나요) 까지 5명입니다.
    그리고 구미현 샘께서는 살풀이 춤에 밀양의 소망을 담아 기도하듯 보시며 눈물을 흘리셨다는 후기를 전하셨습니다. 근대사 세미나 팀과는 추석 전에 여유있게, 여행하듯 만나서 뒷풀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영고탑도 함께 가고 싶다고 소망도 전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