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셋이서...제주도 강정마을로

여름밀양팀
2020-08-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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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톡방이 만들어졌다. <여름밀양>팀! 작년 이맘때쯤 여름에 밀양에 가겠다고 나섰던 세 사람, 뚜버기, 새털, 여울아가 톡방회원이다. 그러나 우리는 밀양에 가겠다고 했으나, 제주 강정마을에 왔다. 우리가 밀양에 내려가겠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강정마을에 가신다고 해서 갑자기 제주도번개가 이루어졌다. 밀양 어르신들은 왜 강정마을에 가신다고 하신걸까?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전시회가 열렸다. 비닐하우스와 비수기를 맞은 선과장(과일을 선별하는 작업장)이 '농성장' 캡션을 살린 전시회장이 되었다. 우선, 밀양농성장을 구경해볼까?

 

 

 

 

 

 

 

 

 

 

 

    

 

전시장이 습도가 많은 관계로 원화가 아니라 프린트로 전시되었지만, 밀양 어르신들의 그림에서 전해지는 생기발랄함과 생명력은 그대로 전달되었다. 농성장에서 먹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바나나를 그린 할머니, 손과 발모양에 각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을 그리라고 했더니 고추와 가지와 상추를 그리셨다는 영자님, 빨간색이 돋보이는 그림이 있었는데, 빨간 입술색이 아니라 경찰을 향한 욕이었다는 설명를 듣고 바로 이해가 됐다!! 할머니들은 그림에 항상 꽃과 새와 나비와 소나무를 그리셨다. 늘 봐오셨던 것을 그리셨다는데, 꽃과 새와 나비와 소나무는 정말 송전탑과 너무 안 어울린다!! 밀양할매들은 대형 전신 그림을 보고, 어깨가 기울어진 게 누구다! 목이 짧은 것을 보니 누구다!! 척척 맞추셔 놀랐다. 척 봐도 알 수 있게 그림을 잘 그리셨나보다^^

 

 

 

강정마을에도 새로운 소식이 있다. 강정마을에 갈 때마다 아지트가 됐던 <강정평화센터>가 5월 20일로 문을 닫고 새로운 터전 건립을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강정평화센터에 대한 아카이브기능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담아냈다. 애인이 유학간 다음, 4시 44분마다 44초를 녹음한 음반을 작업한 분, 꿈에 나온 공룡과 돌고래를 따뜻하고 재미있게 표현한 분, 밤산책길에 찍은 가로등 사진을 전시한 분 등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나는 이 작품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작품 제목은 <안부를 묻는 방식>이다. 연대자로 강정마을에 왔다가, 강정주민이 되었다고 본인을 소개하신 작가님은 처음 연대자로 왔을 때는 밖에서 보는 시선으로 사진을 크게 찍었다면, 강정주민이 된 다음에는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사진을 찍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도 자세히 보라고 작게 전시하셨다고 한다. 우리의 안부를 묻는 방식은 어떤가? 밀양과 강정에 그리고 문탁 식구들에게 나는 어떤 방식으로 안부를 묻고 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 사진이 이번 강정마을 전시의 하일라이트이다. 문정현신부님이 이 천막에 앉아 사람들에게 커피를 타주셨다고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농성일수를 적은 입간판이 있어 소중하고....누군가에게는 구속자의 수를 기록하는 플래카드가 있어 중요하고...... 너무 사연이 많아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천막이라고 한다. 이 설명을 듣고 나는 마음이 짠해졌다.^^

 

 

 

  이날 저녁 밀양팀과 강정팀 작가님들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되었다. 강정팀은 밀양팀에게 전시를 계속할수록 괴로웠던 날들의 기억이 떠올라 더 괴롭지는 않은지 질문하셨고, 밀양팀은 강정팀에게 강정에서 사는 일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무엇이라 대답하셨을까? 작가님들의 대답에 대해서는 각자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날 밀양강정합창단의 공연도 있었는데, 백발의 꾀꼬리님이 계셔 너무 듣기 좋았다. 마지막에는 다같이 손을 잡고 춤을 췄다. 춤을 추느나 사진은 못 찍었다. 모처럼 노래가 마음에 와닿고,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고, 각자의 일상과 느낌이 들어간 예술작품을 바라보니 왠지 눈물이 좀 났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눈물을 흘리는 일.....이런 사람의 일을 모처럼 느껴본 하루였다.

 

댓글 7
  • 2020-08-14 06:58

    아, 가슴이 뭉클합니다!

  • 2020-08-14 07:42

    아, 강정!

  • 2020-08-14 10:10

    사람과 사람이 만나 눈뮬을 흘리다는 문장이 가슴에 쑤욱... 들어옵니다.

  • 2020-08-14 13:15

    밀양과 강정의 만남... 뜻깊네요.
    잘 보내다 오셔요~

  • 2020-08-14 13:17

    <밀양X강정, 우리는 산다>
    늘 살고 있으면서 '산다'는 것에 무감각해진 요즘.
    늘 그렇게 살고 있음에 질문이 생기는 요즘.
    멀리서 소식 고맙습니다~

  • 2020-08-14 14:33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소식이군요.
    밀양×강정

    서로에게 힘이 되고 공감이 되어 곱하기 이상의 결과가 그려집니다.

    반갑고 재미있고 힐링되는 소식 좋습니다~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0-08-14 18:54

    보고 싶고
    가고 싶고
    함께이고 싶은
    그곳......
    그곳에 무엇이 있어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