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手)인문학> 시즌 2 소박한 삶-부엔비비르 마지막 전시회

ekfvoddl
2019-08-2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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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시작한 손인문학 시즌 2가 오늘 마지막으로 작품 전시를 하고 끝이 났습니다.

봄 끝자락부터 여름 끝자락까지 <소박한 삶 - 부엔비비르>를 주제로 일리치의 책을 읽으며

소박하게 살게 해줄 소박한 핸드메이드 물건들을 만들었습니다.

시즌 2에 함께 했던 분들 중에는 이미 손작업 고수이신 분도 있었고, 소싯적에 손 좀 쓰셨던 분도 있었고,

손을 쓰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 내신 분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다들 텍스트는 낯설고 어려워 작업을 병행하지 않았더라면

10주 계속하기 힘들었을 거라고들 하셨어요. ㅋㅋ

어려운 공부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던 손작업 어떤 작품들을 만들었을까요?

전시회 오신 분들은 이미 보셨겠지만 깜짝 놀랄만한 작품들이 많답니다.

그 작품들이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는 사실 기대하기 좀 어려웠어요.

다들 조금 어리버리하셨었거든요 

주연님은 뜨개질로 텀블러 가방을 만들려는 줄리님께 한 수 배우려는 중

청바지 조각더미에서 텀블러 가방 재료 찾는 스르륵

새은이도 붉은 염색천을 재단하고 있어요.

줄리님도 어떻게 해야 하나 헤매고 계십니다.

이랬던 분들이 2주 후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 가지고 나타나셨어요.

이 이쁜 글씨는 곰곰님 따님 솜씨

주연님의 수저집과 인형

아마 뜨개는 포기하신 듯 ㅋㅋ

도도님은 피부가 예민한 아이를 위해 솔기가 뒤집힌 바지를 만드셨어요

뜨개질 어려워하던 줄리님 동네 뜨개방에 가서 배워서 만드셨다네요

두번째 것은 능숙해지셔서 3시간만에 만드셨다는  와우~~

새은이는 큼직한 텀블러 가방과 캡달린 모자를 최신 유행디자인으로 

리폼했답니다.

곰곰님은 털실로 글씨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셔서

예쁜 모양의 글자장식을 단 작품을 완성^*

어떻게 손작업을 대충 끝내나 고심하던 스르륵님 만들다 재미들려

두 개를 만드셨어요~~

퀼트부터 규방공예 재봉까지 손작업 고수이신 파란달님은

시즌2동안 틈틈이 만드신 작품들에다 

이전에 만들어 두셨던 작품들까지 소개해주셨어요

아름다운 작품들 덕분에 전시회가 빛났지요.

다들 지난번에 만들었던 생리대에 대해 한마디씩 써주셨는데

쓰고 있는 3사람은 장점을,  쓰지 못한 3사람은 못 쓰고 있는 이유를 

써주셨네요

손인문학을 하다보면 정말 우리는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은근히 중독성 있는 손작업, 하다보면 우리 손이 이러라고 있는 것이었구나 느끼게 된답니다.

(이 이야기는 댓글로 달린 미니 에세이에 잘 담겨있어요)

손을 쓰다보면 존재하는 것들이 조금 더 귀해 보이고

그래서 좀 더 소박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손인문학 하면서 이런 깨달음의 순간을 더 많이 맞이하고 싶네요.

함께 하실 분 시즌 3에서 만나요~~~ 

댓글 8
  • 2019-08-24 11:57

    '상품'이 아닌 물건?, 사물?에 대해 머리와 가슴으로 교감하고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상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일종의 취미와 특별한 사건으로서만 소비되는것 아닌가하면서 나름 시니컬한 태도로 겨우 바늘을 잡았지만 ᆢ 왠걸, 머리로 생각만 하는건 역시 손과 발이 움직이는 것 앞에서는 암 소용이 없었습니다 ㅎㅎ

    손과 발, 몸의 응축된(?) 욕망은 머릿속 욕망과 다름없이 강하고 아름답고 재치있고 간절하고 에 또 ᆢ 그랬습니다.^^
    하여, 능력자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망덩어리 '손'과의 새삼스런 만남은 이제 곧 마음수련이 강하게 요구되는 저의 하반기 생활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너무 좋았어요!!

  • 2019-08-24 21:51

    이렇게 또 손으로 뭐라도 만들고 끝나네요오오~~
    손작업도 재밌었고, 빵만들어서 함께 먹는 것도 즐거웠고, 오랜만에 화장품도 만들고
    알차게 손 썼네용
    손인문학 하길 잘했습니다~

  • 2019-08-25 10:33

    어느새 가을에 들어서네요~
    한여름을 함께 넘긴 시즌2의 손작업~
    저의 몸에도 새로운 흔적이 새겨지는 시간이었어요~~
    스르륵 새은 주연 파란달 줄리 곰곰 도도 은주 여수댁님~
    덕분에 재미있는 여름 보냈습니다^^

  • 2019-08-25 14:59

    나이가 들수록 손으로 하는 일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는 이유가
    학창시절에는 이것을 글로만 배웠고
    그 때 그리고 이후엔 더 '중요한' 다른 무언가에 늘 뒤로 밀리는 시간이라고
    여기게 된 부재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문득 손인문학을 통해 이러한 손작업이 '체험'이나 '취미' 영역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 2019-08-26 11:04

    버려지는 짜투리 천들을 알뜰살뜰 챙겨 패치워크를 하고
    면과 면을 넓혀 새로운 뭔가(주로 가방이나 조각보)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제게 있어 작은 즐거움이자 쾌락입니다.

    그러니 품도 들고 힘도 들지만
    상품을 구입하는 교환가치에 익숙한 소비자에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일궈가는 감각을 회복하며 사용가치를 높여가는 과정은
    분명 제 삶에 전환점이 되어주고 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손인문학 2 세미나를 하며 만난 일리치의 책들이 조금은 어렵긴 했지만,
    볼프강 작스의 "일리치를 읽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하고 우리의 눈을 밝게 한다"는
    그의 말을 함께 책을 읽고 나누고, 손작업을 하며 조금은 새겨 나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소비경험을 반성하고 되돌아볼 기회가 되는 시간들이기도 했구요!!

  • 2019-08-28 20:34

    저도 오후에 작은 아이와 전시회에 갔어요. 어떤 시간이셨을지... 작품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재주가 많으시더라구요. ^^ 다음 시즌에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 2019-08-28 23:49

    늦은 봄 시작하여 한 계절을 몽땅 쏟아부은 손인문학 시즌 2.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말랑말랑한 제목만 보고 덜컥 신청한 후 '공동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던 시간들.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몇 년 간 집순이였던 나는 말문이 트여 참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 것 같다.
    마지막 에세이에서조차 'buen vivir'라는 거창한 제목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내 인생 고백록을 써내려가다니...
    3개월을 함께 한 세미나 선생님들과는 격의 없이 나눈 이야기가 일면식 없는 분들께 읽힌다는 생각을 하니
    감히 낯이 뜨거워진다. (그래서 마지막 에세이는 전시회장에 두고 온 페이퍼로 갈음하는 무례함을 용서해주시길)

    시즌 3는 스포에 의하면 증여론을 함께 읽는다던데....
    심히 고민해 보아야겠다 ㅋ

    달팽이 선생님, 띠우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 2019-08-30 01:33

    일단 두 튜터님이신 달팽이님, 띠우님을 비롯한 시즌2팀 너무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손작업인 텀블러백을 만들고서야 어깨힘 좀 빼고, 원래 제 모습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텍스트 때문에 많이 움츠렸었나봐요. ㅋㅋ. 손인문학 세미나 덕분에 알찬 여름을 보냈습니다. 중간중간 특강에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