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스님에게 듣는 무상과 무아

요요
2019-09-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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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도법스님이 문탁에 오신 적이 있다.

'수행'이 주제였던 만큼 이연학신부님의 특강과 도법스님의 특강이 한 주 간격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도법스님이 언제나 현장 가까이 있는 불교계의 실천적 영성가였다면

이번에 모신 정화스님은 공부에 매진하는 학승으로 이름을 떨치는 분이라고 했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뒤에 앉아있어서 그랬는지 인사를 나누지 못한 반가운 얼굴들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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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스님이 쓴 책을 검색해 보니 2000년부터 출판하신 책이 한 두 권이 아니었다. 

의상스님의 <법성게 강의>가 있고,

<금강경> <반야심경>을 풀이한 책도 있고,

용수의 <중론>, 마명의 <대승기신론>을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했으며

세친의 <유식30송>을 해설한 책,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도 있었다.

최근 출판한 책으로는 6조 혜능의 <육조단경 돈황본>(2012)을 풀어썼고,

베르그송을 공부하고 쓴 <생명이 말해주는 철학 이야기>(2018)라는 책도 있었다.

<섭대승론>을 풀어 쓴 책도 곧 출간될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은 과학 공부에 꽂혀있어서 불교가 아니라 과학강의를 하신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만나기 전에는 진지하고 심오하고 그러면서도 스마트한 느낌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뵙고 보니 외모에서나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풍겨오는 느낌은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풍문에 전해들은 대로 생물의 진화와 DNA와 뇌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종횡무진 오가며 불교의 핵심개념인 '무아'와 '무상'을 푸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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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는 불교의 기본 원리이다.

정화스님의 무상과 무아에 대한 설법은 간명했다.

“우리는 대개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자아는 ‘있는 것’이 아니고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것들과 접속하느냐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즉 다른 것으로 되어간다.

그것은 분자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분자지성의 차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관계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우리 몸의 기계적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단백질 차원에서 다르게 담금질되고 다른 연결망, 다른 통로를 만들어 간다.

네트 속에서 우연히, 그러나 필연적으로 되어간다.

그러니 고정불변의 나는 없다. 자아, 나의 본질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통로에 의해 오직 되어가는 것일 뿐!

그 무상함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삶은 필연적으로 고통이 된다.

 

이야기의 통로가 늘 같은 것이면 언제나 그 통로(단백질과 세포의 연결)만 활성화될 게 뻔하다.

스님은 자식을 볼 때마다 불안을 떠올리면 불안 통로가 강화된다는 예를 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다른 통로를  만들 가능성, 과거의 업식이 만든 기억을 다르게 현재화할 가능성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간은 수행(!)을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의식이 의식을 다시 의식할 수 있는 지켜보는 힘(자증분)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능력을 발휘하면 우리는 과거의 업이 프로그래밍 해놓은 대로 살지 않고

현재의 수행으로 업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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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인간은 물질(色), 느낌(受), 지각(想), 행위(行), 의식(識), 오온으로 구성되었다고 본다.

정화스님은 오온 중 물질(색)과 느낌(수)과 지각(상)은 과거의 업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그건 세계를 인식하는 일종의 메카니즘이다.

우리의 몸의 구조상 그렇게 파악된 무의식의 심상이 의식 수준으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0.2초~0.5초 사이에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수행은 뭐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주의집중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수행이다.

오온 중에서 수행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과거가 만든 심상이 아니라 현재의 행, 즉 생각과 말과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 자신이 어떤 심상을 만들었는지 바라보는 연습을 하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만든 심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수행하게 되면 우리는 익숙하게 보아 온 것들과는 다른 실재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무아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아! 참, 쉽다.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안 되는 걸까?^^

(아마도 이건 그냥 아는게 아니라 몸으로, 분자지성의 차원으로 아는 과정을 밟아야 알게 되는 것이리라.)

 

그럼 영성을 계발하는 수행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님의 처방은 이렇다.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공부하라!(인류의 지성의 결과물인 과학을 공부하라!ㅋ)

 

과학을 공부하라는 정화스님 말에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학 공부하면 영적인 인간이 되나요?’ 딴지를 걸고 싶기도 하다.

부흥기를 맞은 <과학세미나>에 하는 말은 절대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라.^^

스님을 모셨고 많은 분들이 오셔서 경청했지만

아쉽게도 결과적으로 <붓다액팅스쿨>과 <중론강독>과 <마음세미나>를 위한 부흥회는 아니었던 것 같다.ㅎㅎㅎ

불교공부에 관심있는 분들! 추석 휴가 후에 시작되는 <중론강독> 집중코스에도 관심 좀 가져주세요~~~

http://moontaknet.com/?page_id=161&uid=28793&mod=document&pageid=1

 

 

댓글 6
  • 2019-09-14 20:41

    특강 이후에 요요쌤이 저한테 정화스님 강좌 어떻게 들었느냐 물으셨었는데,,, 음. 대충 얼버무렸죠.
    제가 감히 무어라 말하랴~ 싶었거든요. ^^;

    후기를 보니 요요쌤이 생각하신 정화 스님의 모습과 제가 상상한 모습이 상당히 겹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ㅎㅎ
    사실 MVQ에서 정화스님의 글을 찾아서 읽기도 했어서 스님을 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강좌에서 정화스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지 너무 기대되었고,
    한편으론 과학으로 무상 고 무아를 설명하시면 어쩌지... 근심도. ㅎㅎ
    왜냐하면 제가 듣고 싶은건 영성과 관련한 수행 이야기였으니까요.

    원래가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ㅋ 기대한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지금까지 하던 공부들을 새롭게 환기시킬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곧 나온다는 '섭대승론' 을 읽어보고 싶다는 과한 욕심도 스멀스멀...^^

  • 2019-09-17 14:40

    저도 남상강학원 홈피에 들어 갈때마다 정화스님 강의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아는만큼 보이는건지 들리는건지 ㅠ 제가 앉은 자리에서는 강의에 잘 집중할수 없었나 봅니다. 강의보다 요요샘 후기를 읽으니 이해가 되는걸 보니 ㅠ

    그러나 붓다액팅스쿨에서는 이 강의에서 2분의 학인을 섭외하게 되어서 나름 성공한것같습니다.
    2학기 내내 무상과 무아가 무엇인지 잘 공부하겠습니다 ㅋㅋ

  • 2019-09-17 15:26

    막연한 무상의 계념을 "되어가기" 로 말씀 하실때
    되어간다? 된다= 무상이라니?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머머물지 않되 무엇이든 되어간다라는 부연설명을 들으며 아하 그것이로구나 유익한 감동의 시간이였습니다.

  • 2019-09-17 16:39

    붓다 액팅스쿨을 위해 들었어야하는 강의인데 못 들어서 엄청 아쉬웠어요.
    이렇게 자세한 후기로 접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ㅠㅜ ..!!

    뭔가 과학이 접목 되는 게 신기하고, 후기는 자세하나 제가 불교지식이 하나도 없다보니 이해가 쉽게 되지 않네요. 조금 이해가 되는 것도 붓다액팅을 하며 많이 수정 될까요?
    액팅스쿨이 더 기대가 됩니당 £@£

  • 2019-09-20 02:46

    저는 요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생각하고 느꼈던 심상을 잘 들여다보고 그것과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
    다른 존재가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ㅋㅋ

  • 2020-05-09 19:25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령 입니다 저는 방탄소년단 펜이애요 입니다 저는 방탄소년단 남준 생일 입니다 저는 정말 정말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