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본듯이 날 좀 보소" 밀양 온라인 집회

자누리
2020-06-13 00:55
25080

6월 11일,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이 일어났던 2014년으로부터 6년이 지난 날입니다.

아직 한전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그 날을 잊을 수 없어서 밀양어르신들과 연대자들이 zoom을 열고

컴과 핸폰 앞에 모여 생소한 화상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렇게라도 어르신들과 다른 지역에 계시는 친구들 얼굴을 보니 몹시 좋았습니다.

zoom에게 격한 칭찬을 하고 신문물도 쓰기 나름으로 유용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미리 예행연습도 했건만,

당일날 zoom은 기대를 저버리고, 송출이 원활하지 않아서 화질도 소리도 많이 끊겼습니다.

아마 동시에 접속하는 숫자가 많았던 걸까요? 전국 각지에서 8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저는 8시 시작 시간 다되어 입장했는데, 머리도 빗고 나름 정갈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화질과 음성이 깨지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신호들이 반박자씩 늦게 들어오니 진행 따라가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게 되었고,  오히려 여유가 생기더군요. 

선명하지 않아도 어르신들 인터뷰하는 장면 자체가 정겨웠고, 방에 혼자서 여럿인 양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치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문탁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누구 누구인지 한 번씩 찾아보셔요.

 

집회순서는 이러했습니다.

1부 – 보고싶은 할매
2부 – 잊을 수 없는 그 날
3부 – 다시 시작하는 밀양

 

3부에서 여러 연대자분들 인터뷰가 있었는데 문탁에는 요요쌤께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밀양과 연대 계획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요요쌤은 준비할 여유도 없이 훅들어와서 살짝 당황하셨다지만, 시절이 이래서 밀양인문학 논의도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고민과 의견을 모아보아야 할 것 같다고 답하셨습니다. 

벌써 6월인데, 과제를 받은 느낌입니다. 

 

어르신들은 너른 마당에 모여서 대형 화면에 비치는 저희를 보고 계셨습니다.

어떤 기분이셨을까 하는 뒤늦은 물음이 생기네요. 어색하고 불편하셨겠지요?

 

 

사진을 보니 반갑고 가슴이 찡합니다. 뵙고 싶기도 하구요.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1시간 반에 걸친 화상집회는 몸이 힘들었습니다.

얼굴보고 침튀기며 구호외치는 대면집회보다 더 힘들었다고, 다음날 만난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더군요. 

어쩌겠습니까. 코로나는 도대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다시 한번 궁금해집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참가하셨던 분들께 한가지 팁을 드립니다. 화상회의를 하느라 컴에서 카메라를 모두 열어놨을텐데

이게 해킹이 가능하고 실제 문제가 되기도 한답니다. 즉 나도 모르게 내가 찍히고 있는 거지요. 안쓸 때는 꺼두는게 좋습니다.

"설정>개인정보>카메라>액세스 허용-끔")

 

 

 

 

 

 

 

댓글 3
  • 2020-06-13 10:42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탈핵바느질을 하고 있다는 울산팀의 유쾌하고 밝은 기운, 멋지던데요!
    성미산 아이들이 밀양어르신들에게 쓴 편지를 읽을 때는
    새삼 밀양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었던가, 그런 마음이 올라오면서 좀 울컥했어요.^^

  • 2020-06-14 08:34

    길드다에서는 올 해 한번은 밀양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으니 과연 갈 수 있을지... 고민이예요.
    그래서 전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은숙샘이나 구미현선생님은 줌을 다루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탁과 밀양의 줌미팅....^^ 뭐 이런 건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가 한, 두명만 내려가서... 귀영샘 집에서 몇몇분 초대해서 줌 미팅 할 수도 있어요)

    6.11 집회는...전...일단 소리가 자꾸 끊기고 ...음.....그래서 잘 안 들리고 집중이 잘 안되더라구요.

  • 2020-06-15 22:42

    반가운 얼굴들을 뵈니 반가웠습니다.
    은숙샘이나 어진씨, 빛나씨가 다시 뭉쳐서 뭔가를 함께 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전 핸드폰으로 했더니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를 보느라 목과 허리가 불편했어요.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좋았습니다.
    뵙고 나니 더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