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문탁남자

텃밭도라지
2019-08-17 16:31
504

산골 소년 출신의 남편이 좋았던건 서울 변두리 출신인 내가 상상하지 못한 과거들을 그가 살았다는 것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산에 가면 그는 인간인지 다람쥐인지 모를 실력으로 잣을 깠고, 흡사 사냥개의 후각으로 땅 속의 묵은 더덕을 찾아냈다.
세상에 넙적한 풀잎은 다 깻잎이 아닐수 있으며, 기다란 풀잎은 다 대파가 아닐수 있다는 사실에.

당시의 나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경험했었다고나 할까?! 
또한  뭇남성들의 돈자랑 지식자랑보다 어쩐지 컨츄리한 그의 모습이 더 끌렸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나도 호두가 호두 나무에 어떤 모양으로 달리는지 훤히 알고(어쩐지 문탁쌤은 모를것 같기도~) 
잘라먹을수록 더 싱싱하게 올라오는 부추를 기다릴줄도 알지만(이또한 새털쌤은 모르리라~~)
굳이 서울특별시 출신의 누구누구들을 꼽지 않더라도 어쩌면 당신도.

 

호두나무를 심어보고, 부추를 잘라먹어보면 알게되듯. 만지고 관심을 주고, 기다리고 보살피는 관계는

사물과 나를, 저 생명력의 존재감을 달리 체험하게 해준다.  그리하여!

여기 올 겨울 김장무가 예전의 김장무와 다르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되는 7인의 문탁남자가 있다.

 

이들은 과거의 어느순간에도 커다란 무가 애초에 얼마나 작은 씨였던가를 상상하며 무를 먹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산만한 덩치의 세남자(더하기 한남자)가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홍수같은 땀을 쏟는 것을 보았다.
나는 삼사년 후면 더이상 아빠와 나누지 않을 웃음들을 함께하는 열살 소년들을 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나는 내가 그로부터 이십년 후 텃밭을 기어다니는 네발동물로 강원도에 출몰할지 상상도 못했으니깐.
이들 또한 어쩌면 이날의 기운이 새로운 존재로의 변신을 불러올지도!

 

그나저나 저 7인의 문탁남자에게 올 가을 초록초록한 요리를 해주고 싶다. 감사를 전하며~
초코쌤, 청량리쌤, 뿔옹쌤, 자룡쌤, 도윤, 겸서, 찬결!

 

내년 봄에 텃밭에서 또 만나요!제발요~~~ㅎㅎㅎ

 

댓글 4
  • 2019-08-17 17:23

    "제발요~~~"라는 말이 귀에 맴도네요. 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초록초록한 음식........궁금해지네요.

  • 2019-08-17 18:06

    아이고 땀 바가지로 흘렸겠다!!

  • 2019-08-18 09:14

    이뽀이뽀요. 너무 이뻐요
    작은 세 남자

  • 2019-08-19 22:31

    이 사진 예술이네 ㅋㅋㅋㅋ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761
선집에 들어왔습니다. (7)
동민 | 2024.03.17 | 조회 193
동민 2024.03.17 193
1760
쿠바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5)
동은 | 2024.03.11 | 조회 206
동은 2024.03.11 206
1759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 않아] 제작비 펀딩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단편영화를 보내드립니다. (4)
청량리 | 2024.02.28 | 조회 254
청량리 2024.02.28 254
1758
2024년 [읽고쓰기 1234]에 초대합니다(3/1,2) (5)
진달래 | 2024.02.24 | 조회 454
진달래 2024.02.24 454
1757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 않아] 펀딩 127% 달성!!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3)
우현 | 2024.02.21 | 조회 313
우현 2024.02.21 313
1756
[펀딩 70%달성!!!] ‘도대체 지용이 누구인가’싶으신 분들에게 (5)
동은 | 2024.02.08 | 조회 387
동은 2024.02.08 387
1755
청년영화인 권지용, 긴급수혈 펀딩프로젝트 (18)
청량리 | 2024.01.27 | 조회 665
청량리 2024.01.27 665
1754
12월은 에세이의 달, 에세이 데이에 초대합니다~
요요 | 2023.12.02 | 조회 913
요요 2023.12.02 913
1753
상추쌈 출판사에서 온 선물: <안녕, 모두의 바다>
요요 | 2023.11.06 | 조회 341
요요 2023.11.06 341
1752
문탁네트워크 읽고쓰기 1234에 초대합니다~ (8/25,26) (4)
고은 | 2023.08.17 | 조회 2151
고은 2023.08.17 2151
1751
크리에이티브주역 발표회에 초대합니다~
봄날 | 2023.07.13 | 조회 2089
봄날 2023.07.13 2089
1750
문탁에서 고은의 인터뷰집 <함께 살 수 있을까> 축하자리를 가져요!!
동은 | 2023.06.20 | 조회 2082
동은 2023.06.20 208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