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S3#7 <장인> 1회차 후기 "사물 없이 관념도 없다"

뚜버기
2021-10-09 00:40
356

달팽이 튜터님이 몇 주 동안 미리미리 읽어두라고 신신당부했던 책, <장인> 셈나 첫시간이었다. 그리고 프라다 쌤도 오셔서 드디어 시즌3 완전체로 만났다.

 

“사람은 자신이 만드는 물건을 통해 자신을 배울 수 있다.”

세넷은 서문에서 일보다 정치, 손보다 머리가 중요하다고 말한 아렌트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달팽이쌤의 말에 따르면 아렌트는 아니말라보란스를 일에 함몰된 존재로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지만 세넷은 오히려 왜 하는가를 사유하는 호모파베르로 고양될 수 있는 존재로 이해한다. 의식은 노동이 완료된 다음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과정 속에 인간의 의식이 갇혀 있다는 것. 그러니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눈여겨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토토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장인의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한다. 외따로이 고립되어 (안경쓰고?) 일에 몰두하는 이미지 대신 어떤 일이건 그 일 자체를 잘 하기 위해 몰두하는 누구든지 장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는 요리를 하면서 장인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유쌤도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 나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고대 이래로 장인의 처지는 성쇠가 있었지만 현대의 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동기부여의 차원에서도, 기능숙달의 차원에서도, 기술의 척도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도. 1부에서는 이 세 가지 고충을 각각의 주제로 삼아 펼쳐나간다. 다루고 있는 방대한 내용을 다 정리하기엔 무리여서...토론에서 활발히 이야기 된 것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 한다.

 

오늘의 교육들은 반복적인 연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장인의 기량에 도달하려면 1만 시간의 실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유쌤은 그동안 반복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반복연습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게 된 것은 한국 교육방식이 손과 머리가 분리된 상태에서 머리를 쓰는 반복만 강조하면서 생긴 부작용 때문 아니었을까라는 얘기가 나왔다. 생각해보면 몸을 써서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경시되어 왔다. 참쌤은 일만시간을 한다는 것은 매일 세시간씩 10년을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을 즐기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새록 새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오늘쌤은 그동안 ‘만드는 일로 돈도 벌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숙달을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에 공감하면서도 노력이 보상받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장인과 자본주의는 함께 하기 어려운 관계 아닐까 싶었다. 내년엔 월든 마니로 함께 하는 오늘 쌤을 보고 싶다 (오마니?)

 

메모를 많이 남겼던 또 다른 주제는 암묵지와 명시지의 충돌이라는 부분이었다. 참쌤은 그림책학교에서 단기간에 명시지의 형식으로 알차게 배웠지만 막상 내 손으로 해보려 할 때는 쉽지 않았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암묵지의 전수가 함께 따라붙지 않은 배움은 체득하기 힘든 것인 듯. 블랙은 지난 시간에 적정기술팀에서 자전거 기어변속 유튜브를 보았던 일이 떠올랐다고 했다. 기어변속을 직접해보면서 배우는 것(암묵적 지식)과 명시적 지식을 얻는 것이 서로 보완적으로 이루어지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자누리 손작업이 많이 떠올랐다. 오늘날의 유통기한 문제나 제조허가 등은 소규모 장인의 암묵적 지식을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사회적이고 근원적 차원에서 탐색했던 일리치에 이어서 “기계와 싸우기보다는 기계를 다루는 일에서 인간해방의 근원을 찾자”고 말하는 세넷을 읽게 되니 일리치와도 많이 비교되었다. 토토로는 기계의 문제를 현실에 발붙이고 소통하는 느낌이어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번엔 숨통이 좀 트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기술을 바라보는 세넷의 시선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느꼈다.

이에 대해 달팽이쌤은 세넷이 강조했던 부분을 환기시켜 주었다.

“기계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기계의 잠재력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한계다. 기계와 경쟁하거나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개성을 주장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리치와 세넷이 진단하는 핵심은 다르지 않다. 차이는 일리치가 기술사용의 한계를 제도화함으로써 해결하라고 강력하게 이야기 하는 반면, 세넷은 장인의 태도를 몸에 익힌다면 스스로 해결책을 궁리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운동 등이 기계를 외면했던 탓에 기계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시각에 관해 노동자들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생각한다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견(블랙커피), 아이들조차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존재로 인식할 정도로 기계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오늘날의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코스모스)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다시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는데, 달팽이쌤이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인간이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 존재인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물질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인간적인 규모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멋있는 말이었는데 맞게 적었는지 모르겠다는 ㅠㅠ)

 

물질의식 부분에서는 의인화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달팽이쌤은 물건에 인간적인 속성들 (착하다, 정직하다..)을 부여하는 의식은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윤리의식을 가지게끔 만드는 것 아닐까라고 설명해주었다. 코스모스도 우리가 물질의식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 자본주의가 인간이 물질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분리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모스는 기능의 숙달이 목표달성의 수단이 아닌 과정 자체로서 중요하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과정에서 작업자가 변형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회의 구조를 잘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큰 회사들이 많다는 의견(오늘)도 나왔다.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 아닌가라는 얘기로까지 이어졌는데 이 문제는 세넷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인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와 연결되는 내용으로 다음시간에 다룰 장인 2부 그리고 투게더까지 연결해서 세넷을 따라가 봐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시간엔 텍스트를 매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에코프로젝트 시간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졌다 (의인화?). 다음 시간의 열띤 토의를 위해 또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특히, 힘든 일들에 백신 후유증까지 겹쳐서 더 슬림해진 프리다쌤 함께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밥도 많이 드시고 건강회복하셔서 담 시간에 만나요~

 

댓글 4
  • 2021-10-09 17:34

    저는 토론 내용 정리하기가 정말 힘들던데 정말 정리를 잘하셨네요~

    다시 그날의 내용을 되새겨 보게되네요.

  • 2021-10-10 10:15

    후기 선물 감사합니다.

    정리된 후기를 읽으니 정리되지 못했던 부분이 조금은 명쾌해지네요~^^

  • 2021-10-10 17:05

    뚜 선생님~
    그날 정성껏 메모하시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읽어내려갔어요.

    많은 생각할 문제들을 안겨준 “장인” 첫시간,

    우리들 이야기의 흐름이 보이네요.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2021-10-12 23:35

    지난 시간 활발했던 토론의 열기가 느껴지는 후기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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