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후기, 사회적 관계가 사라진 무례한 일터

요요
2020-08-31 18:41
452

투게더 2부의 4장,5장,6장은 현대사회의 협력의 약화를 다루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차별화하는 비교가 지배적 상황에서 불평등을 학습한다.(4장)

더불어 그런 불평등 속에서 점차 상품의 소비자가 되어간다.

아이들이 사람보다 상품에 의존하게 되니, 인간관계는 점점 더 중요성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상품에 의존하는 아이들은 '관계'의 의미를 알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다!

 

5장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무례한 공간이 되었다는 것을 검토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에서 실직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세넷은 금융업의 화이트 칼라들에게서는 위기상황에서 협력하려는 모습이 1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세넷은  신자유주의적인 노동형식 즉, 단기적인 고용방식, 혹은 단기적인 팀작업과 같은 노동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사무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팀제가 도입되고, 팀워크가 강조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기업에서 그렇게 강조되는 팀워크라는 것은 그저 연대감을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어떤 사회학자는 그것을 조사하고 분석한 뒤  '심층연기'라고 개념화했다.

 

근대초기에 사회성이나 예절(예의?)이 등장했다.

예절의 등장은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뭔가를 해야 하는 도시적 삶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협력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이기도 했다.

의례에는  반복과 그것을 신체에 새겨 습관이 되게 하는 시간의 지속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이벤트와 일시적으로 시선을 끄는 스펙타클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지속성은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를 부여받지도 못한다.

단기노동, 파트타임 근무가 일반화된 오늘날의 노동현실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심인  '예의'를 위한 자리는 없다!

 

"단기적 시간 단위는 예절을 녹여 없애는 용제이다."

바우만의 <액체근대>가 바로 연상되는 문장이기도 했다.

 

이렇게 협력이 약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조차 피상적인 것에 그치는 무례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협력하는 신체가 되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세넷은 중국의 '꽌시' 문화를 협력의 네트워크의 한 모델로 제시한다.

그는 "꽌시는 조심스런 악수가 아니라 비판과 날카로운 조언으로 가득한 지속적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대부분의 친구들이 꽌시를 키워드로 메모를 써왔다.^^)

세넷은 이 점에 관한 한 오리엔탈리즘의 혐의를 벗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꽌시'의 현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협력의 네트워크로 퉁치고 넘어가는 안일한 저술 태도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비판에 힘을 쏟기 보다는 효율성을 따르지 않는 인간관계의 한 모델을 찾아보려는 시도정도로 이해하기로 했다.

아무튼, 차별화하는 비교가 아니라 대화적 대화를 교환하고 서로에 대한 비판과 조언이 통하는 협력적 인간관계,

그런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예의든 대화든 연대감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필시 그것을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터.

모든 것이 짧은 시간단위로 분절되는 곳에서는 협력의 실천을 도모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그곳이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대화적인 사회적 행동을 구성해 갈 수 있을까?

우리가 <투게더>를 계속 읽고 있는 이유이다.^^

 

 

 

 

댓글 1
  • 2020-09-02 06:28

    꽌시가 통하는 사람사이를 만들려면 일단 오래 지속해봐할 것 같아요
    단기적 시간성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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