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론>2강 후기

띠우
2021-06-08 00:26
369

선물을 준다는 것은 자신을 주는 것이다(강의안 제목)....... 음, 뭔가 있어 보이는군ㅋ

 

 

이번 시간에는 폴리네시아와 멜라네시아의 구체적 이야기를 가져와 모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가 보았다. 고대 사회에서 증여란 지금과는 다른 교환방식인데, 여기서 주고받는 것은 물건 뿐 아니라 사람, 결혼이나 수양제도도 포함된다. 강의는 사모아 섬의 꼬여가는 족보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작되었다. 아이를 중심으로 두 가족 사이에 발생하는 수양제도는 단순히 물건의 주고받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맺음으로 연결되며 사회를 구성한다. 폴리네시아의 증여는 단순하지만 전형적인 급부체계로 주고 받고 답례하기의 의무를 보여준다. 누구든 초대를 해야 하며, 초대를 받았을 때 거절해선 안 되며, 선물을 주어야 하며 받은 선물을 거절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받은 것에 대해선 반드시 답례를 해야 한다. 

 

왜 답례를 해야 할까. 모스는 받거나 교환된 선물이 사람에게 의무를 주는 이유를 받은 물건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영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에게 물건을 주는 것은 자신의 영혼의 일부를 주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의 영혼이 깃든 물건을 간직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하고, 자신의 명예를 떨어뜨린다. 그 물건은 다시 보내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 관계는 일대일의 관계가 아닌 것인데, 선물의 순환이 A→B→C로 이어지는 것은 마오리족의 우주관에서 비롯된다. 마오리족은 우주의 기원을 하나로 본다. 모든 존재가 하나의 거대한 계보에 속한다는 생각인데, 영이 담긴 물건을 잠시 소유한다하더라도 우리 자신이 그것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유동적인 소유개념을 갖고 있다. 이런 원리로 세상을 이해한다면 위대한 인간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좀 더 겸손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강의 도중에 모스가 왜 답례의 의무를 먼저 다루는 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답례에 초점이 맞춰지면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질문이었다. 선물은 무엇을 바라지 않고 주는 것이 의미가 있는데 보답을 기대하면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때 우리가 등가교환이라는 사고의 틀을 버리면 문제는 달라진다. 전통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증여 참여자들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행동하는가가 아니라, 답례가 강제됨으로써 사회적 유대의 그물망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관계성의 확장과 관련된 문제이다. 여기서 나는 모스의 이상이 개인적 공산주의였다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가 아닌 개인들에 의해 새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상호대갚음의 강제가 불가능한 현대, 또한 등가교환식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대에 어떻게 답례의 힘을 환기할 수 있을까.

 

나는 되갚음이 아니라 대갚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오타인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강의에서 설명을 듣고 <진리의 가격>을 찾아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대(對)가 사용되는 것은 한쪽에서 다른 한쪽인 상대방을 향하고 있다는 뜻으로 인격적 관계를 분명히 강조한다는 것이다. “대갚음하다”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격적 관계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이와 유사한 “되갚다” “도로 갚다”는 뜻으로 경제적 부채에 중점을 둔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인격적 관계!

 

물건의 이동에 따라 만들어지는 법적 관계는 영들 사이의 유대로써, 자신의 일부를 주고받는 것이다. 이들에게 물건이란 음식물, 여자, 아이, 재산, 호부, 토지, 노동, 봉사, 봉헌, 위계, 이 모든 것을 의미하며 이것들은 양도되고 답례하는 물질에 속한다. 이런 사람과 사물을 포함해 영적인 물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교환하면서 개인 및 집단간의 일종의 결연과 유대를 이루어간다. 즉, 이들은 인격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따라갈 수도 없는 과학기술의 산물들 앞에 놓인 개인인 나의 현실이 떠오른다. TV 켜는 일도 가끔 어려운 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수없이 마주하는 비인격적인 사물들과 살아가는 일은 과거 원시사회와 같은 사회원리로는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물은 어떻게 바라보아야할까. 총체적 급부체계로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도덕적인 교환체계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왜 만들고, 왜 사용하고 왜 교환할 것인가. 

 

하우라는 개념이 신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매개로 한 네트워크의 형성은 오늘날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유대관계 자체가 이익이라고 보면 이 힘의 순환이 가능한 세상은 이루어질까. 강의가 끝나고 조별 토론을 이어갔다. 우리 조는 마음, 오늘, 참, 토토로, 블랙과 뚜버기님이 함께 했다. 강의 도중에 나온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우리와는 다른 소유권 개념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자유로운 이야기 속에서 고대 사회의 교환이란 놀이형식이 좀 더 강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고, 놀이안에도 공포나 긴장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마오리족의 조상계보를 따지는 원리와 월가에서 이용되는 수학적인 원리가 지닌 공통점은 고대 사회가 원시적이라는 선입견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선물이 상호관계를 맺게 하고 사회를 구성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실천적 측면이 강해보인다는 의견도. 또 하우 개념을 네트워크의 형성으로 읽으면 영적인 것이 포함된 교환에서 유대관계자체가 이익이라는 생각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소유개념과는 달리 여기서 증식되는 중요한 가치가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형성이라면? 이 힘은 피라미드식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쿨라와 같은 원의 순환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 

 

강의안 마지막 장에 밑줄친 부분이다. 

"모스는 유복하고 근면하며 상당한 잉여물을 산출한 인류의 일부가 잉여를 자본으로 형성하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형식과 이유로 막대한 물건을 교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류가 새로운 형태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와 희망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이곳에 모여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매주 고생해서 준비해주시는 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주간실천과제는 증여론 2장(~193)까지 읽기와 인상깊은 구절을 필사, 일상에서 증여에 관한 질문들이나 느낀 점등을 포착하기다.

 

청소당번은 오늘, 유님이다 

 

댓글 8
  • 2021-06-08 08:21

    대갚다=서로갚다 한번 갚고 끝내는 게 아니라 상대가 계속 새로 생길테니 계속 갚는 뭐 그런 느낌을 주는 “대” 인 것 같네요

    “되”와는 느낌이 달라요

    자세한 후기에 “대”갚느라 “대”ㅅ 글 답니다 ㅋㅋ

     

  • 2021-06-08 08:48

    훌륭한 후기에 센스 짱 댓글까지 아침부터 감동입니다.😍

  • 2021-06-08 09:10

    오~~~

    이런 완벽에 가까운 복기라니!

    덕분에 복습 잘 하고 가요^^

  • 2021-06-08 12:16

    상호대갚기 잘 정리해주셨네요~ 경제적 기능보다 인격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 그러네요~

    현대의 도덕관념은 선물은 보답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받는 사람이 보답의 무게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 것을 경험에서 많이 느껴요. 

    이전엔 그런 것에 대해 등가교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했는데 요즘엔 아닐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답에 대한 부채감은 주는 사람의 인격적인 일부를 받았기에 거기서 발생하는 게 맞는 거 같고, 그 부채감은 나의 무엇인가를 주는 것에서 다른 색깔로 전환될 수 있겠죠.

    단지 받은 재화의 경제적 가치를 되갚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인정받으면서도 다채로운 대갚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짊어진 짐이 가볍네요~

    • 2021-06-08 16:27

      '보답에 대한 부채감은 주는 사람의 인격적인 일부를 받았기에' 가 참 와 닿아요.

      '보답에 대한 부채감'을 기분좋게 누릴 수 있게 됐어요^^

  • 2021-06-08 12:46

    와~~후기로 시간여행했네요^^감사합니다!

    증여론은 읽을때도 흥미롭지만, 나눌때가 훨씬 잼있어요~
    진짜, 직관적인 부분이 우리를 열고 상상하게 만드네요~

  • 2021-06-08 16:15

     후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희 조는 경옥, 코스모스, 달팽이, 유와 조별 토론을 했습니다.

    경옥샘이 먼저, 선물의 순환에서 두 사람과의 선물만 생각했는데 제 3자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삶의 대안으로 공부로서 가치가 있겠구나라는 강의 소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우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더 풍요로워 지는 것인데, 상호대갚음의 경험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간의 격차를 극복하기 힘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내 아이가 쓰던 물건을 몇번 주었다가 난처해하는 반응에 조심스러워진다는...관계맺음이 있다면 활성화 되지않을까?  공동체들간의 관계맺음이 긴밀할 땐 평판이 중요시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익명성이 강화된 사회라는 것. 이 점이 더 어렵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는 것.

    개인화된 사회이기에 타자의 압박, 차이를 어떻게 잘 견디며 축적하느냐, 어떻게 능숙하게 관계맺을까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

    장터의 예로 어떻게 하면 후하게 줄 수 있을지, 서로를 풍요롭고 즐거운 경험이 지속되어 나아간다면 대안이 되지 않을까 라는 의견.

    선물을 줄 때는 고민, 고심하게 되는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받는 사람이 상처 받지 않을까?등의  잘 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메모만 보고 요약하려니 기억이 휘발돼 뭔가 매끄럽지가 못하네요. 더 첨가해 주실 부분 댓글로 달아주세요~  

  • 2021-06-08 22:32

    샘들의 후기와 댓글을 읽을수록 한숨은 깊어지네요^^;;; 너무 잘 쓰셨다는 말입니다..ㅎㅎㅎㅎ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과 이야기들 속에서 혼란스럽기에 정리는 커녕 책을 읽을 떄 놀라고, 강의 떄 또 놀라고의 연속이거든요..

    등가 교환을 비롯하여 머리속과 몸속에 너무나도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습들의 개념과 증여론에서 제시되고 있는 개념들에 조금 혼란스럽기도하지만,

    요즘 사람들(?) 틈에서, 증여론을 읽으며 어렸을 적 이웃들과의 나눔 속 엄마아빠의 행동들을 떠올려보면 조금 이해되는 부분들이 많은 듯 싶어요.

    품앗이 이런것도 생각나고요.(이런게 생각나는게 맞나요??)

    후기 통해 한번 더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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