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와 거주하기> 7,8장 후기

띠우
2020-10-20 16:10
431

짓기와 거주하기 7,8장 후기

 

스트리트 스마트는 도시 삶에서 실용적 지식을 가진, 곤란한 상황에 잘 대처하고 세상물정에 밝은 사람을 뜻한다. 이는 이론적 지식과 관련된 북스마트와는 대조적이다. 본래 스트리트 스마트는 미국의 위험한 도심을 걸을 때 주변을 살피면서 수상한 사람을 경계하며 안전을 확보하는 길거리의 감각을 의미했는데, 풍부한 현장경험을 통해 지혜와 통찰력을 보유한 사람의 의미가 추가됐다. 우리가 문탁에서 지지고 볶고 저항과 마찰을 통해 가까이가려는 것은 북스마트에 머물지 않고 스트리트 스마트로서 세상속에 살아가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지역적 지식은 낯선 곳에 갈 때마다 새롭게 배울 수밖에 없다. 포착하는 능력 같은 것. 만보객은 걸어다니면서 도시의 지리학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경험을 겪으며, 높고 낮음이나 거리등에 대한 신체적 감각을 갖는다. 신체를 통해 장소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 세계 도시는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과 발명된 후가 극명하게 다르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을 때는 교통도 발달하지 않았기에 건축재료를 주변 사물, 즉 돌이나 나무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건축자재를 이용함으로써 건물들은 통일감을 가졌다. 또 토목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건축물을 지을 때에도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없었다고 한다. 반면, 현대에 이르면 자동차가 필수인 세상이 되었고, 교통과 토목기술발달로 인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자재를 쓸 수 있고, 아파트를 짓기 위해 산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게 되었다. 휴먼 스케일이 아닌 자동차, 기차, 비행기 중심의 건물이 생겨난다. 현재의 서울에서 걷기를 통해 장소에 대한 수치적 감각을 익히기란 쉽지 않다. 기계에 의해 기준이 된 도시는 사람이 움직이고 부딪히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어느 정도 주거비용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살고 있다. 그럼에도 서로의 소통은 차단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그 속에 담겨진 이질적인 측면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말하는 이질성이란 실제로 어떤 것일까, 이 내용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도보와 차로 이동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는 최근 ‘멍때리며 걷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왔다. 느리게 걷고 멍 때리며 걷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세넷은 뇌졸중을 겪으면서 사유한 내용을 보며, 이 사람 참...싶었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 말해지지 않는 말을 듣는 실천이나 가정법의 좋은 역할, 비인칭 목소리, 비공식적 대화의 중요함은 다들 이해하고 있었다. 이중에서 비인칭 목소리는 유체이탈화법과는 다른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부재의 경험을 느낀다. 이민자가 살아남기 위해 낯선 환경이나 존재들과 만나 변위를 받아들이고 관리하며 거주에 숙달되어 가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도시사람들이 만드는 정신적 장소를 시테라고 세넷은 정리하고 있다.

 

8장은 이를 돕는 개방형 빌에 관한 이야기였다.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채택되지 못한 워싱턴 D.C. 내셔널 몰의 경험을 통해 세넷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다. 그 이유는 초대를 설계하는 방법을 몰랐으며 물리적인 유인 요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우리 공간에 너무 다양한 성격을 부여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도 생겨났다. 그러다보니 초대장을 누구에게 줄지가 애매해졌고, 받는 사람도 초대장을 편안하게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동시성은 활기차지만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공간적 체험을 야기하므로 동시성 설계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우리의 활동은 아고라적 활기와 같은 것을 형성하며 많은 역동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때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간에 방향을 설정해주는 표시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앞으로도 열린 공간, 개방형 요소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계속 이야기해 볼 것이다.

 

이제 세넷과도 마지막 시간만 남았다. 9장과 10장 발제는 재하군과 블랙커피님이다. 꿈틀이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세미나를 함께 하지 못하게 되어 많이 아쉽다....다시 만나기를~~

댓글 1
  • 2020-10-20 21:22

    북스마터도 스트리트스마터도 쉽게 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 예민하게 감각을 열고 맞닥 뜨리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몸에 익혀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북, 스트리트 어느 것에서든 조금씩 스마트해지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해지기를 멈추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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