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마지막 시간 후기

뫼비우스의 띠WOO
2020-08-11 13:32
372

장인의 협력? 되뇌이며 묻고 있는 시간

 

리처드 세넷의 <장인> 마지막 시간이었다. 3부는 장인의식에 관해 말한다. 일을 훌륭히 해내려는 장인의 욕망과 훌륭한 일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이 그것이다. 세넷은 동기와 재능을 두고, 동기가 재능보다 더 중요하다는 논의를 펼치고 있다. 자칫 질을 추구하는 장인의 욕구가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넷은 친절하게 비트겐슈타인이 집을 완벽하게 짓고자 하는 강박관념으로 일 자체를 그르친 경우와 다가오는 저항을 잘 다스리며 집을 만든 로스의 예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집을 짓는 경험이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없었다는 것이지만, 세넷은 우리가 일을 실패하는 이유를 능력부족보다는 강박관념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나 로스가 질을 추구한다는 점은 같았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너무 지나쳐 형식적인 규격화에 빠져들었기에 다가오는 저항과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마치 로버트 오펜하우어가 자신의 기술과 솜씨를 발휘해 최고의 폭탄을 만들었던 것처럼. 그러나 로스는 다가오는 저항을 부수거나 지우지 않고 다스려가며 물리적인 힘을 최소한으로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다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하고 마주하고 해결하는 길로 나아간다. 이때 질문은 답을 향한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풍성해진다.

 

장인이 가진 동기와 열망이란 일을 잘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 동기와 열망이란 것이 구체적인 매일의 일상에서 어떤 일들을 꾸준히 하고 있느냐와 어떻게 관계 속에서 존재하느냐이다. 협력을 배우는 작업장으로 문탁은 나에게 존재한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아니말 라보란스와 호모 파베르가 따로 떨어지지 않는 삶이 필요하겠구나 싶다. ‘어떻게’와 ‘왜’라는 질문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으로서 작동하는 가운데 같은 놀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말이다.

 

자주 비슷한 질문에 마주한다. 현재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돈을 중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장인의식을 발현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바쁘게 살아가는 가운데 다가오는 저항을 로스식으로 다스리며 한발씩 나아갈 수 있을까. 계속해서 해왔던 일에 대한 동기와 열망을 다시 들여다볼 시기인가. 지금 여기에서 함께 추구하고 싶은 가치에 다시 주목하고 변형하고 나아가면서 도약의 순간을 맞이해야할 텐데... 결국 계속하는 일밖에 없다. 계속 하는 것이 세넷이 말하는 직관적 도약에 이르는 길일 수 있다.

 

다음주에는 리처드 세넷의 두번째 책 <투게더>를 읽기 시작한다. 자가격리중인 노라님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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