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자 행성 5-8장 후기

뚜복
2020-03-29 22:48
480

위험하고 불안정한 기체인 메탄가스가 지구대기에 고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의 반추위에 살면서 소와 공생관계에 있는 미생물들의 대사과정 끝에 발생하는 메탄올이 소의 트림을 통해 지구 대기로 배출되기 때문이라 한다. 지구 환경에 작은 미생물들이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또한 수십억년전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곰팡이류는 식물뿌리에 공생하며 얽히고 섥히며 뻗어나갔다. 살아있는 물이라 불리는 이 균근 네트워크는 ‘초바다’를 이루며 메마른 대지를 생명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만일 곰팡이 협력자들이 없다면 식물의 대부분은 죽고만다고 한다. 우리는 마치 인간이 수도 많고 가장 위험하며 그렇게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인간은 삼십오억년 지구 생명의 역사에 있어 극히 최근에 등장한 신참이며 그저 그런 포유류의 한 종일 뿐이다.

가이아이론은 지구를 살아있는 몸이자 행성생명의 총합이라고 본다. 모순에 가까운 지구의 기체조성이나 기온 등을 지구적인 규모에서 조절하면서 항상성을 띠는 체계이자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구를 하나의 생물로 보는 것은 아니다. 토지, 해양, 대기, 생물들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차원에서 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환경조절이자 일종의 생리조절계이다. 이론의 창시자인 러블록은 초기엔 구성원들에게 맞도록 환경을 최적화하는 계로서 주장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주장을 접었다고 한다. 순환과정에는 자연선택이 포함된다.

달팽이는 ‘자연선택’이라고 말하게 되면 적극적인 어떤 선택을 했다는 주장처럼 읽힌다, 오히려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자연표류’라는 관점이 더 맞는 것 아닌가라는 메모를 썼다. 자연선택과 자연표류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해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연선택이라 하면 마치 선택받게 되는 바람직한 방향이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마굴리스는 “가장 바람직한 종의 목록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가이아 이론을 알아서 조화를 이룰거라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절시스템이 작동해서 온난화가 적당선에서 멈추고 이산화탄소가 적정농도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온난화의 결과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산화탄소가 과도해지면 거기에 맞는 종이 늘어나는 식으로 조절될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기후위기라는 것은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간의 위기일 뿐”이라는 블랙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폐기물 역시 마찬가지다. 에콜로지는 지구를 살리려는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존속을 위한 활동이다, 그렇다고 긴급함에 호소하기 위한 ‘지구를 살리자’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의미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태담론들을 다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마굴리스는 어떤 생물도 자신의 폐기물을 먹어치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지나치게 폐기물을 배출하는 종은 자신들의 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어서 쇠퇴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어차피 인간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생명의 큰 순환 속에서 인간이 멸종한다해도 별일 아니지 않나...라는 식의 논리로 흐르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종의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생명경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나와 이웃들에게 엄청나게 큰 고통을 준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떻게 자연과 관계맺고 살 것인가는 우리 자신에게 구체적인 문제로서 질문되어야 할 것이라고 정리되었다.

띠우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하며 인간은 생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결국은 우리로서는 인간과 관련해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데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토토로는 생소한 분야인 과학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지만, 린 마굴리스가 공생발생이라는 이론을 정립하고 또 그것을 확장시키려하는 과정,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것에서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늘 열공하는 꿈틀이 또한 과학책은 익숙한 분야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낯선 분야의 책을 읽고 다른 지혜를 얻게 되어 의미있었다고 했다.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을 가졌고, 거의 삼십년만에 생물책을 읽으면서 대혼란이었지만 세균, 곰팡이, 원생생물들에게 조금의 친근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공생이라는 게 서로 협력하고 살아간다는 의미를 넘어 서로 개입하고 함께 새로운 존재로 변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생명에 대해 그동안 가졌던 막연하고 추상적인 내용들이 생명들이 꿈틀대며 공생하는 시스템이라는 이미지로 바뀌게 된 것이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큰 수확이다.

댓글 4
  • 2020-03-31 08:43

    린 마굴리스의 공생이론을 읽으면서 생물용어에 서툰 저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시험공부용이 아닌 생물공부이기에
    제 삶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뚜복샘의 후기도 잘 읽었습니다^^

  • 2020-03-31 09:45

    코로나로 세계의 공장들이 멈추고 도심의 인파가 줄어들고 해변에 사람의 흔적이 끊어지자
    하늘이 맑아지고, 원숭이떼가 도심으로 진출하고, 거북이들이 해변에 알을 낳으러 몰려드는 걸보니
    정말 인간이 지구를 구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구나 싶네요.
    겨우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할진대
    우리가 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활발한 생명의 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그저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것이 시급할 뿐이구나..
    린마굴리스의 통찰로부터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 2020-03-31 20:56

    몰랐던 사실은 아니었지만 정말 내가 아는 건 티끌만큼도 안되는구나 실감케한 책이었네요
    공부할 게 너무 많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할듯 ㅋㅋ

  • 2020-04-01 23:26

    어렴풋하긴 한대요 ㅎ ... 다원은 [종의 기원 ] 초판에서는 ‘자연 선택’이라는 용어대신 ‘자연 도태’라고 썼어요 . 스스로도 오해의 여지가 많은 개념으로 본 것같긴해요
    최종적으로는 여섯번째 증보판엔가에서는 여러 학자들의 요청에 의해 ‘자연선택’ 이라는 용어를 쓰긴 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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