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후반부 후기

블랙커피
2020-03-13 22:48
288

공생의 관점에서 보는 코로나19 사태

 

2월 18일 화요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른바 코로나19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경 세미나는 한 주는 쉬고, 한 주는 가벼운 산행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정국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마냥 세미나를 중단하고 있을 수 없기에 서로의 의견을 물어, 이번 주는 참석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세미나를 진행했다. 문탁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2층 강의실에서 널찍널찍하게 앉아,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진행된 세미나. 아쉽게도 기념(?)사진을 못 찍었다.

 

 

1. 다카기가 말하는 에콜로지적 자연관

지난 세미나에서는 다카기 진자부로의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에서 기계론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근대적 자연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다루는 1부를 살펴보았다. 이번 주 세미나는 생태의 위기를 낳는 근대적 자연관에 대한 대안을 찾는 2부를 다루었다.

 

다카기는 먼저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진 근대적 자연관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고찰한다. 특히 개방정상계 모델과 가이아 모델은 구체적인 실천을 간과하는 한계를 가지지만, 생물의 공생을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적자생존을 말하는 다윈이즘에서는 적대적 공존만 사고할 수 있지만, 앞의 두 모델에서는 상호작용 속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서로의 생존조건을 안정화하고 향상시켜 나가는 평화적 공존(공생)을 사고할 수 있다.

 

다카기는 근대 이전의 민중의 세계에서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토착적 자연관을 발견한다. 합목적적인 노동이나 자연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유희적이고 에로스적인, 그리고 합리주의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지혜가 작동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이렇게 저자는 ‘자연=공생’이라는 점을 에콜로지적 자연관의 핵심으로 본다. 이러한 관점은 공생에 반하는 모든 차별과 억압을 반자연으로 보며, 자연에서 해방의 근거를 찾는다. 이는 오랜 세월을 반원자력발전운동에 투신해온 저자가 지향하는 에콜로지적 운동이 과연 무엇인지도 명확히 보여준다. 인간사회를 포함하는 지구 전체 생태계의 공생과 순환을 파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대항적 실천. 저자는 이를 “모든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좀 더 자연스러운 것을 향해가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2.다시 근대에 갇히는 에콜로지를 향하는 운동

근대적 자연관과 에콜로지적 자연관을 개념적으로 대비시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키고 자연을 대상화시켜버리는 관념이 굳어져 버린 우리에게 에콜로지적 자연관을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요요샘은 메모에서 미나마타 병과 관련한 싸움, 밀양의 싸움들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의 비전”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동은 근대라는 정신적·사회적 지평 속에서 진행된 측면이 있지 않은지를 묻고 있다. 이와 함께 자연과 반자연에 대한 좀 더 치열한 고민과 실천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에콜로지를 지향하는 운동들이 결국 라이프 스타일로만 남는 문제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3.에콜로지적 관점에서 본 '코로나19 사태'

‘자연=공생’이라고 보는 에콜로지적 관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이 사태의 원인은 반자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염병과 관련된 많은 학자들은 야생동물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많아지게 된 점을 우리가 겪고 있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는 지구 전체 공생계 안에서 인간사회와 야생 생태계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생을 유지해 왔는데, 인간의 무차별적인 자연훼손으로 공생이 깨지게 되어 인간사회에 야생동물의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서 증폭되고 더 강한 파괴력을 가지게 되는 양상에서도 반자연이 깊게 관여한다. 사회가 공생의 기능을 잃어 사람들 각각이 삶의 활력과 만족을 얻지 못할 때 발호하는 과열화된 신앙. 약탈적 산업·노동 구조 속에서 하청과 비정규직에게는 주어질 수밖에 없는 열악한 노동 조건. 이 모두가 공생이 실현되지 못하는 사회에 생길 수밖에 없는 약한 고리들로, 바이러스는 이러한 약한 고리에 쉽게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의 시작과 증폭의 과정에 반자연이라는 원인이 핵심을 이룬다면, 파괴되고 약해진 공생계의 부분들을 다시 건강하게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아닐까?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나 지역사회 그리고 언론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대응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다. 중국, 신천지, 정부, 부주의한 몇몇 확진자 등이 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이들을 향한 온갖 혐오와 미움의 감정이 서슴없이 표출된다. 이 사태에서 인간사회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신속한 봉쇄와 분리(사회적 거리 두기)밖에 없는 듯하며, 백신의 개발로 이 사태를 확실히 종결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겪어 온 몇 번의 전염병 사태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이렇게 분리·차별하는 방식의 대응 속에서도 어찌어찌 이 사태는 마무리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몇 년 후에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와 지금과 같은(아니 더 심각한) 사태를 다시 반복하리라는 것도 짐작된다.

 

마스크를 쓰고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 접속할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서 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역으로 사람들과 자신이 분리될 수 없고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웃의 건강, 사회의 건강, 야생 생태계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정국은 생생히 보여준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이웃들, 여러 사회 집단들, 지구 생태계 모두와 어떻게 하면 평화적 공존(공생)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깊게 성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적확한 타이밍이 아닐지 싶다.

댓글 2
  • 2020-03-14 18:17

    1부에서 '손의 자연관'과 '지의 자연관'을 대비할 때보다 훨씬 생생하고 긴박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19사태를 맞아 자연의 파업이라든가 자연의 복수라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때
    우리에게 자연이란 무엇인가,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에콜로지적 자연관이란 어떤 것이어야할까, 라는 물음이
    더 이상 멀고 고원한 문제가 아니라 가깝고도 절실한 문제로 다가와서 그런 것 아닌가 싶네요.
    이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녹여낼 수 있을까.. 그것도 과제겠지요.
    정리를 잘해준 블랙님의 후기도 감사해요!

  • 2020-03-20 15:53

    에콜로지적 관점에서 본 코로나 사태 ㅠㅠ
    1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1미터씩 떨어져 앉아 하는 세미나도 새로운 경험이네요

    저번 세미나는 어떻게 자연을 보아왔는지를
    이번 세미나는 어떻게 자연을 봐야 하는지를 이야기 했네요
    자연을 대상화 시키지 않고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살아 왔던 저자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72
<짐을 끄는 짐승들> 1회차 후기 (5)
| 2024.04.16 | 조회 57
2024.04.16 57
971
<짐을 끄는 짐승들> 2회차 메모 (9)
관리쟈 | 2024.04.15 | 조회 64
관리쟈 2024.04.15 64
970
<짐을 끄는 짐승들> 1회차 메모 (9)
관리쟈 | 2024.04.02 | 조회 70
관리쟈 2024.04.02 70
969
3차시 <세상 끝에서 춤추다> 후반부 후기 (3)
달팽이 | 2024.03.28 | 조회 69
달팽이 2024.03.28 69
968
[세상 끝에서 춤추다] 2회차 메모 (11)
관리쟈 | 2024.03.26 | 조회 121
관리쟈 2024.03.26 121
967
2차시 <세상 끝에서 춤추다> 전반부 후기 (10)
뚜버기 | 2024.03.26 | 조회 105
뚜버기 2024.03.26 105
966
2차시 <세상 끝에서 춤추다> 메모 (10)
관리쟈 | 2024.03.19 | 조회 113
관리쟈 2024.03.19 113
965
첫시간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후기 (6)
토토로 | 2024.03.13 | 조회 136
토토로 2024.03.13 136
964
첫시간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메모 (7)
관리쟈 | 2024.03.12 | 조회 117
관리쟈 2024.03.12 117
963
에코프로젝트 첫 시간 공지입니다!!
관리쟈 | 2024.03.01 | 조회 152
관리쟈 2024.03.01 152
962
[2024 에코프로젝트 시즌1] 비인간&인간: 에코-인문학적 상상 (10)
관리쟈 | 2024.02.10 | 조회 1458
관리쟈 2024.02.10 1458
961
에코프로젝트 Ⅱ 마무리 발표회 후기 (7)
| 2023.12.19 | 조회 250
2023.12.19 25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