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와 공유지' 첫 시간 후기

띠우
2020-02-20 21:59
349

다카기 진자부로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1부, 첫 시간 후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지역사회 전파로 인해 온 나라가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국내 확진자가 100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00번 확진자로 불린다.
인간중심주의가 신앙이 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을 바라보는 기반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목도하게 된다.
반갑지는 않지만 어쩌면 불가피하게 찾아왔던 사스나 메르스의 충격 속에서 이번 코로나까지,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이즈음 시작한 마을경제세미나의 첫 시즌 주제는 ‘생태와 공유지’다.
다카기 진자부로의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1985년 초판이 나왔다.
30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가 이 책을 통해 제안했던 생각의 대전환은 일어났는가?
그는 전 세계가 환경파괴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것이 효율성에 대한 논의에 불과할 뿐, 결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의 자연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책의 1부는 그러한 역사적 맥락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처음 이야기는 저자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였다.
이반 일리치는 <학교없는 사회>에서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해석을 통해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상을 보여준다.
희망과 기대의 차이,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은 희망이 아니라 기술과 제도에 기대하는 존재다.
다카기 진자부로는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친 영웅적인 존재로서 프로메테우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신과 함께 공생했던 인간을 운명적인 한계를 갖게 만든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는 제우스와 헤시오도스, 노라가 고향인 브루노와 중국 문명의 예를 통해 

우리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인 자연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려준다.

 

이어서 헤시오도스의 <노동의 나날>에서
철기 시대에 표현되고 있는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자본주의 노동의 기원으로서 방점을 두느냐,
아니면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무게를 두느냐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우리의 자연관이란 것도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을 맞이한다.
하나의 통일된 자연관이 아니라 여러 층위를 가지며
실제 일어나는 조건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헤시오도스의 정의에 따르면, 적정함을 찾아가는 것이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진리를 발견한다거나, 법칙에 의해 해명된 것들이 너무나 설득력이 있어서
그것이라면 세상의 이치를 다 설명할 수 있겠거니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자연의 흐름 속에 있을 뿐이다.
그 흐름을 잘 타는 순간에 적정함이 찾아오는 것이다.

 

동서양이 가진 자연관의 차이에 대해 나눈 말들이 있지만 정리는 잘 못하겠다.
코로나19나 젠더감수성과 관련되어 벌어진 일들에 대한 말도 오갔다.
직업적 과학관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숫자나 바이러스로 표현되는 인간존재를 보며
인간중심주의적 인간이 갖고 있는 나약함을 실감한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갖는 자연관이란 사회질서를 떠나서 해석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간인 만큼 발제나 메모의 분위기 파악도 해가면서
다음 시간에는 다들 늦지 않게 메모를 올리기로 했다. 노라님을 선두로ㅋ
마지막으로 노라에서 태어난 브루노를 기억하자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어떤 과학적 법칙이나 인식이
유일하다거나 보편적인 것이라고 느낄 때 떠올려볼 만한 글을 옮겨 적어본다.

 

부르치오: 이런 말로 세계를 뒤집자는 건가요?
프라카스트리오: 세계를 거꾸로 뒤집으려는 게 자네에겐 나쁜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 브루노

 

이번 시즌 동안  반장님인 블랙, 뚜버기, 달팽이, 코스모스, 노라, 꿈틀이, 요요, 오영, 띠우
그리고 사정상 다음 책부터 참석하기로 한 토토로님까지 총 10명이 세미나를 하게 된다.

2부 발제는 블랙이 맡았고, 간식은 집에 남아도는 것이 있거나 꼭 가져오고 싶은 사람이 가져오기로 했다.
마음은 있지만 아직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어서 오시라고 손짓해본다.

 

 

댓글 3
  • 2020-02-22 16:49

    '마을경제비전 세미나-생태와 공유지'로 이렇게 모인 10명.
    모두 이 전에 이런 저런 세미나에서 함께 한 적이 있는 분들이네요.
    올해 이 10명의 조합에서 우리는 무엇이 될지....무척 기대를 갖게 한 첫 시간이었습니다.
    두어달 쉬기도 했고, 첫 시간이라 분위기 파악도 해야하는지라 아직은 몸이 좀 덜 풀린 느낌. ㅎㅎ
    담 시간은 좀 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열띤(?) 세미나를 해보아요~~

  • 2020-02-22 18:09

    저는 첫 세미나를 통해 지의 자연관과 손의 자연관이라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방법을 하나 얻었어요.
    똥손 금손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니까요.ㅎㅎㅎ
    다카기 진자부로 선생님이 참 고맙네요.^^
    마을경제와 에콜로지를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도 잊어버리지말고 계속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꼭 그렇게 되기를!

  • 2020-03-20 15:38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자연을 보아 왔는지
    인간 중심주의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닐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세미나를 같이 하게 되니
    오랫만에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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