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화장품상식⑦] 스테디셀러 스킨, 그리고 겨울 필수품

자누리
2019-12-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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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사용후기를 공모한 적이 있다. 생산을 시작한 지 3년 째 되는 해이니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리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오늘 할 얘기는 그 중 세콰이어의 후기이다. 세콰이어는 “다들 어떤 기준으로 기초 화장품을 구입하시나요?”라고 물은 뒤 자기는 여러 화장품을 섭렵했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피부는 소중하니까 아무꺼나 쓸 수 없잖아요. ㅎㅎ 페이스샵, 바디샵, 이니스프리, 아이오페, 랑콤, 키엘, 샤넬, 시슬리, 라프레리, 프레쉬....등등 모~~~ 두 제 피부를 거쳐간 것들입니다. 이중 저렴한 것도 있고 헉...소리 날만한 고가의 것도 있습니다.” 세콰이어의 미모,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생각하면 그럴 만 하다고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화장품을 거쳤다는 것은 딱히 꼭 맘에 드는 게 없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팽당한 화장품은 있을지언정 쓰는 즉시 '캬~~~ 이거 정말 좋다. 십 년은 젊어진 것 같아!' 하는 기능성 화장품은 없었습니다. 결론은...그게 그거라는 거죠.” 나도 처음 화장품을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은 얼굴이 땡기다 못해 가려워 못살겠을 정도로 건조했을 때였다. 언니가 사준 고가의 로션과 크림을 발라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우연히 만들게 된 천연화장품을 발라도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반년 쯤 지난 어느 날 더 이상 가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세콰이어도 비슷한 만족감이 있었나보다. “몇 년 간 화장품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으니....바로 자누리생활건강 덕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제가 생각하는 자누리 화장품의 가장 큰 장점은...” 하며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가격이 합리적입니다. 제가 알기로 거의 원가 수준에 책정된 가격이다 보니 부담 없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저렴해서 성능이 가히 의심스러운 수준도 아니구요. 착한 가격!” 그로부터 6년이 지날 오늘도 그 가격 그대로이니 이건 착하다 못해 우매한 수준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자극적이지 않은 허브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에센스 오일의 아낌없는 투척덕에 은은한 향이 바를때마다 기분을 업 시켜 줍니다.” 향은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므로 뭐라 다른 말은 할 수 없지만 천연향을 쓴다는 자부심만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셋째, 다품종으로 인한 고민을 덜어줍니다. 자누리 화장품은 소비자들이 쓸데없는 고민을 안하도록 도와줍니다. 로션, 스킨, 에센스...각 대표로 한 품종 밖에 없습니다. 미백, 수분, 링클 케어 등등 각종 알 수 없는 기능으로 그동안 화장품 고르는데 얼마나 머리가 아팠던지... 오죽하면 화장품 판매원이 바르는 순서를 친절하게 네임펜으로 적어줘야 잊지 않고 바를 정도니...이 무슨 쓸데 없는 짓이랍니까. 자누리 세계는 그런 복잡한 것 없습니다. 온리 원! 하나만 제대로 키웁니다.” only one 하나의 세계, 자연스레 통일된 세계, 자누리 세계란다. 그 하나씩 밖에 없는 각 품종의 대표들은 오늘도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 모든 제품이 스테디셀러이다.

 

 

스테디셀러라는 말은 한 품종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며 팔리는 제품을 말한다. 정확히는 경쟁에서 계속 이기는 중이라는 뜻을 품고 있으니 우리 것과는 좀 다를 것이다. 우리는 경쟁이 없다. 보통 독점기업이라 해도 제품을 자주 갈아치우니 같은 기업 제품 중에서도 스테디셀러가 나온다. 물론 우리는 사업단이 하나이고 독점이지만 각 품종마다 대표 하나씩 밖에 없으니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신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스킨은 항상 같은 색깔이지만 겨울철에는 유분을 좀 더 늘린다. 또 계절마다 중점적으로 만드는 품목이 조금 다르다. 여름에는 모기기피제를 많이 만들지만 겨울에는 풋밤을 많이 만든다. 겨울이 시작됐으니 이제 바디로션과 립밤도 생산량을 늘릴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주문을 하면 그 때 만든다. 바디오일이나 헤어오일, 아토피크림 등은 쓰는 사람이 한정되어서 주문하면 한 두 개 더 만들어 내놓는다.

자누리의 생산은 시장경제와는 역행하는 방식이다. 최근의 다양다종하게 바뀌는 시장의 생산품들이 매번 획기적으로 품질이 다른 제품이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 거기서 거기이다. 오히려 너무 효과가 좋으면 독한 성분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때가 너무 깨끗이 닦이면 과연 때만 깨끗이 닦일까? 주름이 펴지면 과연 주름과 연관된 다른 부위는 괜찮을까? 이런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의 제품은 대부분 소비자 취향을 세분해서 디자인이나 향 등 특정 부분을 강조하여 신상품을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전제 하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정말 욕망의 화신이고 소비의 왕들일까? 이런 담론을 만들어내는 최근의 시장의 경향을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의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는 경제성장과 소비욕망이 한계에 다다른 효과로 본다. 사실 나는 누가 무얼 선물해줄까를 물으면 답할 게 없다. 없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기초 생활품이 거의 갖춰진 사람들에게 시장은 무얼 판매할 수 있을까? 시장의 교환가치 개념을 갈고 닦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교환가치는 교환당사자들에 의해서만 결정되므로 원래 단기적이다. 그런데 발길이 뜸해지려는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교환가치를 더 심화시켜 가치의 유효 기간을 더 단축한다. 소비자들의 개성을 강조하며 차이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될수록 차이는 강조되며 욕망은 세분화된다. 디자인이 강조되고 신상품 홀릭이 발생하며 어떤 상품도 장기간 시장에 머무르기 어려워진다.

시장이 욕망을 만드는지, 욕망이 시장의 상품을 결정하는지, 선후를 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단순한 욕망 덩어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개성과 차이의 지나친 강조는 삶의 가치에 대한 토론을 멈추게 한다. 시간을 짧게 짧게 끊어 쓰는 생활방식은 단순히 개인주의를 넘는 새로운 삶의 유형을 만드는 것 같다. 반대로 자누리 화장품의 스테디셀러는 삶을 더 신중하고 폭넓게 보려는 그런 가치를 담고 있다고, 세콰이어는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라고 맘대로 생각해본다.)

 

댓글 1
  • 2019-12-11 09:52

    6년 전의 글을 소환해 주시다니..ㅎㅎ '자누리판 슈가맨'인가요?

    여전히 저는 자누리 화장품을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자누리 화장품 덕에 노화가 늦춰졌는지, 피부가 더 하얘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쓰고 있는 것은 '자누리&뚜버기'샘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이 분들은 절대, 절대 재료를 가지고 장난치거나,
    가감하거나, 꼼수를 부릴 분들이 아니거든요.

    정직한 재료를 필요한 만큼 정확히 계량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근거있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하루 두번 자누리 화장품과 만납니다.
    두분의 노고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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