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철학 시즌 1 다섯 번째 시간 후기

느티나무
2022-04-11 23:02
177

부담없이, 주중 하루, 저녁 시간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철학책을 읽는 세미나

누군가 읽어주는 글을 듣고, 내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

낭송을 하면서 알게 된 목소리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코로나 때문에 매주 한 분씩은 결석이 생기고 건강이 회복이 더딘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 

 

이번 주는 지난 주에 이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계속 읽었다. 

이 책은 루크레티우스가 에피쿠로스(<자연에 관하여>)의 논의에 시적 상상력을 더하여 쓴 저작이라고 한다.

그가 말하는 소위 원자론이다.

그가 말하는 원자는 비단 사물이나 물질의 가장 작은 상태를 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주 곧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움직이고, 방황하고, 충돌하고, 뭉치고, 변화하면서 어떤 것들을, 무슨 일들을 이루는

사물 혹은 우주자연의 본성(원자)에 관한 사유다.

아직 책의 초반이라 좀 더 읽어봐야겠지만

우리끼리는 스피노자를 소환하여 원자들의 우연적 뭉침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

들뢰즈를 소환하여 변화를 ,

장자를 소환하여 허무와 초월을  논해가며 

좌충우돌

헬레니즘 시대,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고자 힘쓰고 있다.(물론 튜터 덕분에...)

그러고 보니 이 기원전의 원자론이 위대한 철학자들의 철학을 낳았나 보다.

가장 작은 알갱이 원자로 끝이 없는 우주를 시적 언어로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원자는 쉼 없이 운동하며, 여러 밀도를 가진 사물들 속에 결합되어 있음

만일 그대가,

사물들의 기원이 멈춰 설 수 있으며

멈춰 섬으로써 사물의 새로운 운동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길을 잃고 참된 이치로부터 멀리 방황하는 것이리라.

왜냐하면, 그것들은 허공을 통하여 떠돌아다니므로,

사물들의 모든 기원은, 그것이 무게를 지님으로 해서,

아니면 때때로 다른 것의 충격에 의해 이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움직여진 것들은 흔히 서로 부딪혔을 때,

즉시 이리저리 서로에게서 튕겨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이,

이들은 무게 지닌 견고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매우 단단하고,

아무것도 이들을 뒤쪽에서 막아서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질료의 모든 알갱이가 튕겨지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꿰뚫어 볼수록,

모든 것의 총체에는 가장 깊은 곳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리고 기본적인 몸체들이 정지해 머물 곳이 없다는 점을 기억하라.

공간에는 경계도 한도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방으로 전 부분으로 펼쳐져 있다는 것은

내가 여러 말로 보여주었으며, 확실한 논증에 의해 입증된 바이다.

이것이 확정되어 있으므로,

확실히 깊은 허공을 두루 다니는 기본적인 몸체들에게는 어떤 휴식도 주어져 있지 않으며,

오히려 쉼 없는 여러 방향의 운동으로 요동되어,

일부는 충돌하여 큰 거리를 되튕겨 나가고,

일부는 또 부딪힌 데서 짧은 간격만큼 이동한다.

(중략)

태양의 빛살 속에 요동치는 게 관찰되는 이 알갱이들에 주목하는 것은

이런 이유로 하여 더욱더 타당하다.

즉 그 같은 요동은 그 밑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질료의 운동이 또한 존재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거기서 당신은,

많은 입자들이 보이지 않는 타결에 흔들려

궤도를 바꾸고, 뒤로 튕겨나 때로는 이쪽, 때로는 저쪽,

사방 온 부분으로 돌아서는 것을 볼 터이니 말이다.

물론 이 떠돌이 운동은 시초적인 것으로부터 와서 모든 것들에게 있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에 사물들의 기원들은 그 자체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작은 집합으로 이루어져서,

말하자면 기원들의 힘에 가장 가까운 물체들이

이 기초들의 보이지 않는 타격에 밀려 동요되고,

또 다음 차례로 이것들 자신이 조금 큰 것들을 요동시킨다.

이런 식으로 시초들로부터 운동이 상승하고,

조금씩 우리의 감각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저것들,

태양의 빛 속에서 우리가 구별할 수 있는 것들도 움직여지게 된다.

어떤 타격에 의해 그들이 이런 일을 이루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댓글 1
  • 2022-04-11 23:35

    어쩐지 당한 것 같은 이 후기는... ㅎㅎㅎ

     

    "새 운동은 옛 <운동으로부터> 정해진 순서를 좇아 생겨난다면,

    그리고 기원들이, 원인이 원인을 무한한 시간부터 좇게 되지 않도록,

    비껴남으로써 운명의 법을 깨뜨릴

    운동의 어떤 시작을 이루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에서 이 자유의지가 온 땅에 걸쳐 동물들에게 생겨나 있는 것이며,

    묻노니, 대체 어디에서 운명으로부터 빼앗아낸 이 의지가 생겨나서,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쾌락이 각자를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또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공간적으로 정해진 자리에서가 아니라,

    정신 자체가 이끌어간 그곳에서, 그때에 운동의 방향을 비껴 바꾸는 것일까?"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252-260행)

     

    제가 이 부분을 읽을 때 떠올린 문장은,

    "즉, 내가 우주라 부르는 상들의 총체 속에서는 내 몸이 내게 그 유형을 제공하는 어떤 특별한 상들의 매개에 의하지 않고는 진정으로 새로운 어떤 것도 일어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이 진행된다." (최화 옮김, <물질과 기억>, 44쪽)

    "그 상들은 우리가 도중에 멈춰 세운 것,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그것들의 실체로부터 떼어 낼 것이다. 그것들을 연결하는 철저한 기계성으로 인하여 서로에 대해 무관하기 때문에, 그 상들은 서로에 대해 상호적으로 모든 면을 동시에 드러내며, 그 말은 곧 그것들의 요소를 이루는 모든 부분이 서로 작용-반작용하며 그 결과 그것들 중 어떤 것도 의식적으로 지각되지도 지각하지도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그것들이 어디선가 반응을 보이는 모종의 자발성에 부딪힌다면, 그들의 작용은 그만큼 감소되고, 그런 작용의 감소가 바로 그것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표상이다. 그러므로 사물에 대한 우리의 표상은 결국 사물들이 우리의 자유에 반사되어 온다는 데서부터 발생할 것이다. (같은 책, 74-75쪽)

    "의식은 바로 그러한 선택에서 성립한다. 그러나 의식적 지각의 그러한 빈곤성 속에는 이미 정신을 예고하는 적극적인 뭔가가 있다. 그것은 어원적인 의미에서의 분별(discernement)이다." ( 같은 책, 75쪽)

     

    요것들입니다. 들뢰즈가 괜히 저 원자론으로부터 베르그손까지를 어떤 '선'(線)으로 잇는 게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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