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읽기, <프랑켄슈타인> 메모 2 - 윤수민

윤수민
2020-11-09 22:00
55

 

 

과거의 어떤 정권이든 시민들을 끊임없이 감시할 힘이 없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보다 쉽게 여론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영화와 라디오로 인해 한층 더 용이해졌다. 특히 텔레비전의 발명으로 동일한 기계가 동시에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짐으로써 사생활은 마침내 종말을 고했다. 모든 시민, 적어도 요주의 인물들을 하루 24시간 내내 경찰의 감시 아래 둘 수 있고, 다른 모든 통신망은 폐쇄시킨 채 정부 선전만 듣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의 뜻에 완전히 복종하게 하고 의견 통일까지 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287p)

 

 현대 사회를 분석해놓은 글 중에 하나를 읽은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사실적이었다. 처음 <1984>가 출판되고 났을 때 사람들은 현실과 다른,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놀라운 소설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 ‘디스토피아’ 속에서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들었다. 사회·정치·기술적인 부분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윈스턴과 줄리아가 사랑을 하는 장면에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세계에서의 사랑이 마치 현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사랑과 같다는 생각. 사랑과 감정이 제거된 세상, 마이크와 카메라, 수많은 시선들을 피해 숲속에서 서로의 몸을 느끼고 사랑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성애 중심의 사회를 돌아보게 되었다. 검열의 눈빛, 죄악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오래된 글자, 깊고 음침한 공간에서야 드러낼 수 있는 형태.  결국 나를 나대로 살지 못하게 만든다. 다름을 틀림으로 이야기한다. 수많은 정보와 감시의 늪은 혼용을 낳고, 혁명과 반란을 바꾸어 기록해놓는다. 정말이지, 윈스턴과 줄리아의 세상은 우리와 닮아있다. 

 

 ‘새는 노래 부른다. 노동자도 노래 부른다. 그러나 당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세계 도처에서, 런던과 뉴욕에서, 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국경선 저 너머에 있는 신비스런 금단의 땅에서, 파리와 베를린의 거리에서, 끝없는 러시아 평원의 마을에서, 중국과 일본의 시장에서 굳세고 정복당하지 않는 아낙네와 같은 사람들이 노동과 출산으로 괴상한 꼴을 하고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생하면서도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언젠가는 저 힘센 여자의 벵서 의식을 가진 종족이 태어날 것이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미래는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이다. 누구든 노동자들이 육체로 살아남듯 정신으로 살아남는다면, 그리고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는 은밀한 법칙을 전달할 수 있다면 미래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307p)

 

 그러나 책 속의 이 문장처럼 살아야한다. 아직 넘기지 않은 3부의 내용이지만, 이미 암담한 결말을 알고 있다. 그 처참함은 독자들의 의식이 깨우기 위함이지 조지 오웰이 바라는 미래는 아니다. 지금 우리는 살아있다. 그는 우리가 노래하기를 바란다. 가장 강력한 노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연애적인 사랑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들에 대한 모든 사랑, 삶에 대한 사랑 말이다. <기억전달자>와 수많은 SF소설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을 말해왔다. 이것이 우리가 지배자들에게 맞설 수 있는 막강하면서도 유일한 방식이다.

 

 

댓글 1
  • 2020-11-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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