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젠다> 통권 9호(2021년2월20일)가 발간되었습니다

길드다
2021-02-21 13:32
2205

매번 아젠다 발간소식을 알리는 것도 쫌 거시기하군요.

읽어주실지 관심을 가져주실지도 잘 모르겠어서요. (댓글도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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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사장잡설>을 통째로 보여드립니다.

지금 길드다 상황을 잘 알려드릴 수 있는 글이기도 하고

겸사겸사...

 

 

 

<사장잡설> 2021년 길드다 청년 기본소득 월 50만원!!

 

 

   드디어 얼마 전 길드다 워크숍을 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끝났다. 장장 열 시간을 꼬박 마스크-오프라인으로 강행군!! 내 이럴 줄 미리 알고 회의 전에 쌍화탕, 패독환, 프로폴리스를 챙겼었다. 예전에는 강의나 회의를 앞두고 자료나 서류를 챙겼었는데 요즘엔 이런 나만의 “EMS 구급키트”를 젤 먼저 챙긴다. 덕분에 나는 저녁6시쯤부터 이미 넋을 놓아가는 명식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냈다. 하하하...

 

   올해 워크숍의 가장 큰 이슈는 뭐였을까? 역시 코로나였다. 코로나는 길드다에 사업의 축소, 공간의 비활성화, 관계의 후퇴, 수입의 감소 등을 가져다주었는데 이 모든 건 과연 불가피했는가? 그렇다면 향후 우리의 스텝은? 두 번째 이슈는 각자의 공부와 글쓰기. 작년에 지원과 고은의 글쓰기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과연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진단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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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결산 워크숍 (2019년1월, 평창)
 

   이번 워크숍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길드다가 걸어온 길을 잠시 살펴보자. 

   알다시피 길드다는 2018년 초 3천만 원의 종자돈과 문탁 공간의 한 귀퉁이를 불하받아 오랫동안 이런저런 공부를 함께 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래알처럼 서걱되던 4명의 청년들이 모여 시작했다. 조직의 성격은 남산강학원의 <공자스쿨>이나 규문의 <텐투텐 공부하는 청년들>과는 다른 “청년인문학 스타트업”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불투명했고 모든 것이 애매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남겼었다.

   내가 생각하는 길드다 활동 평가의 기준, “첫째, 우리는 길드다를 통해 친구가 되어갔는가? 둘째, 우리는 길드다의 비전을 더 구체화하게 되었는가? 셋째, 하여 우리 각자의 역량은 조금이라도 커졌는가? (이 때 역량은 공부, 관계의 기술, 일의 능력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결과는? “2018 길드다, 훌륭했다. 계획했던 대부분의 일들이 진행되었다. 모두 너무 고생하고 수고했다. 이제 찬찬히 우리가 한 일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잘 꺼내야 할 시점이다.” 한 마디로 나는 길드다 사업에 대만족이었다.

   그럼 2019년, 길드다 2년차에 대한 나의 평가는 어땠을까? 나는 마치 좋은 원석을 발굴하여 매력적인 노래를 듣고 감격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 위원처럼 매우 후한 평가와 높은 점수를 줬었다. 

 

   “나의 소감은? 한마디로 “기특한 것들!”이다. 물론 고은이는 여전히 “열심히 하자”와 “그러지 말자” 사이에서 왕복달리기를 하고 있고, 우현이는 종종 멍 때리고 있으며, 동은이는 틈만 나면 예전의 습(習)을 쓰곤 하고, 명식이는 생각보다 공부가 늘지 않는 것 같고, 지원이는 벌려놓은 일을 수습 못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청년들, 없다^^”가 내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2020년 3년차 길드다의 방향으로 ‘청년’, ‘자립’, ‘공부’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이것은 2019년 말 <비학술적학술제>의 키워드였다) ‘청년’과 관련해서는 더 다양한 청년들 혹은 그룹들과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네트워킹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아시아청년포름’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자립’과 관련해서는 메일링서비스를 통한 후원회원을 모집하자고 제안했다. ‘공부’가 문제였는데 나는 길드다 청년들의 문제의식이나 글쓰기 내용이 좀 반복적이라고 느꼈다. AI, 이주, 기후위기 등 좀 더 신선한 이슈를 발굴하고, 이 이슈를 이슈메이킹하는 방식도 좀 더 창의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세미나 말고, 원탁테이블, 영상공모전, 버스킹식 강의, 시사연구회 등 더 많은 상상력을 청년들에게 요구했다.

 

   그런데 길드다 3년차 진입 문턱에서, 즉 2020년 초에 코로나가 터졌다. 잘 나가던 (혹은 잘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길드다 활동에 일종의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KakaoTalk_20210220_111407194.jpg
2019년 10월 길드다스토어 오픈 고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뉴노멀’ 상황에서 길드다의 새로운 사업전략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또는 과감하게 실험해보면 될 일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길드다TV’의 활성화, 비대면 세미나의 신설 등에 대해 논의가 되었다. <아젠다> 같은 메일링 서비스도 더 공들여 하면서 구독자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진전시켜보기로 했다.

 

   문제는 사업이 아니라 관계였다. 혹시 우리는 다른 보통의 회사처럼 가장 큰 관심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관계는 그것을 위해 가장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맺어지면 되는 것일까? 

 

   나는 지난 2년간 길드다의 가장 큰 성과를 어느 정도 서로 “소 닭 보듯 했던” 청년들이 점점 원팀(one-team)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데 두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1년, 비대면의 시간은 길드다의 구심력을 매우 느슨하게 흩어놓았다. 청년들의 횡단성이 현저하게 떨어지자 길드다를 길드다로 묶어두고 있는 것이 이들의 우정과 팀워크가 아니라 혹시 내가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이 친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새로운 일들을 도모할 수 있을까? 이번 워크숍을 앞두고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의 이런 고민을 고은은 “관계의 상호 돌봄”의 문제로, 명식은 “관계의 기능적 결합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의 문제로 들고 왔다는 것이다. 지원이도 워크숍 전후의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아마 올해의 활동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계속 안고 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와 관련된 두 번째 문제는 공간, 세 번째 문제는 기본소득이었다.

   공간은 워크숍 중에도 그 이후에도 이견이 가장 많은 이슈이다. 나는 코로나 비대면 정세가 올해도 계속 될 텐데 월 80만원의 월세를 내고 길드다의 단독공간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다. 워크숍에서 우현은 길드다 단독공간을 스튜디오로 변신시켜서 개인음악작업도 하고 길드다TV 방송도 해보자는 참신한 안(案)을 들고 왔다. 나쁘진 않지만 그러자면 또 리모델링 비용을 들여야 한다. 1년 반 전에 이미 700만원이나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도 제대로 활용 못했는데 또 돈을 들여야 할까?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혹시 관성 아닐까? 차라리 오프라인 법당을 다 없애고 온라인 법당으로 모드 전환을 하는 법륜스님과도 같은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닐까?  마음이 복잡하다. 길드다 청년들 중 반은 길드다 단독의 오프라인 공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반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도 쟁점이었다. 작년에 길드다는 구성원들에게 월 2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고 회계, 공간운영, 인스타 운영, 블로그 운영 등과 관련하여 활동비 명목으로 개인당 월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지급했다. 이것도 일종의 준 기본소득이었다. 보통은 이런 기본소득에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받게 되는 강사비, 튜터비 등을 포함하여 개인 소득이 결정된다. 2019년 길드다 청년 4명의 평균 월 지급액은 846,000원이었다. 그게 2020년에는 582,000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닥쳐도 수입이 줄어도 청년들은 먹고 살아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년 최저생계비는 월세 20만원을 포함해 월 80만 원 정도이다. 누가 이 돈을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워크숍에서 길드다 청년들은 그 중 50만원을 길드다 기본소득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을 가지고 왔다. 나는 머릿속에서 잽싸게 계산기를 두들겨보았다. 지금 통장에 남아있는 잔액, 예상 수입, 예상 지출, 남겨두어야 하는 비상금, 리모델링 비용, 수입과 지출 비교표, 월별 지출과 잔액 그래프...........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든 계산을 멈췄다. 순서가 잘못되었다. 이건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소득은 수입과 지출 수지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는 길드다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나의 목표는 각자에게 평균 80만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역할은, 외부에서 앵벌이를 해서 길드다 곳간을 메워주는 사람은 아니다.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기본기를 전수하는데 충실할 것이다. 돈은 활동에 따라 온다는 것을, 활동력의 상승은 서로가 서로를 돕지 않으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하여 팀워크는 때론 무용해 보이는 공동의 일에 곡진하게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렇게 피로가 쌓여가겠지만 어느 순간 나도 친구도 팀도 성장하고 있다는 기쁨을 정말 맛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하여 우정만이 이 미친 세상을 넘게 해준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몸으로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니 그걸 가르쳐 주는 게 사부의 역할이고 그게 내가 이 청년들의 사장을 자임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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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청년페어 <공산품> 쇼케이스
 

   어떤 점에서 4년차 길드다 청년들은 다시 원점에 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원점일터, 이제 길드다 청년들은 내가 길드다에서 했던 역할들을 하나씩 가져다가 자신의 역할로 맡아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길드다 청년들이 진정으로 ‘자립’하는 길이 아닐까? 얘들아, 나를 쓰고 나를 버려라. 올해는 그 원년으로!!

 

피에쑤.

공부도 워크숍의 두 번째 이슈였는데 글이 길어져서 이것은 다음 기회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우현 왈 “길드다와 문탁에서 얻은 수입으로도 아주 만족스럽게 지냈다...재작년 대비 작년이 더 풍족했기에 크루와상 친구들에게 밥도 많이 샀고, 특히 먹는 데에는 아낌없이 썼던 것 같다.” 또 우현은 이런 글도 남겼다. “작년은 글쓰기와 활동, 음악 모두 방향성을 잡게 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보다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시 우현이가 길드다 ‘치트키’일까? 그나마 우현 때문에 고되고 긴 워크숍 동안 간간히 웃을 수 있었다. 우현, 땡큐!!

댓글 2
  • 2021-02-21 13:45

    여러분, 길드다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아젠다>도 많이 구독해주세요. (위의 맛보기 버전을 클릭하시면 여러 코너의 글도 살짝 맛보실수도 있고 '아젠다 주변에 소문내기'를 클릭하시면 구독신청도 가능합니다)

    길드다 막내 우현이 앞세워서 열심히 해볼게유~~~~~~~~~~~~

  • 2021-02-21 20:39

    아주 잘 읽고 있어요. 길드다에 관심 많고요~ ㅎㅎ

    작년에 한동안은 자주 보는 얼굴들이 쓴 글이라서 이상하게 열독을 안 하게 되더니,
    이제 얼굴 본지 하도 오래 돼서 자세히 읽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되나? ㅎ)

    다른분들은 어떻게 읽고 있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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