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길드다는 ‘청년, 공부, 자립’이라는 주제로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공부 공동체들을 초대해 <2019 비학술적 학술제>를 열었다. 우리 길드다는 2019년, 3년차 활동을 준비하며 우리의 힘만으로 자립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한 일인가를 깨달았다. 이를 돌파할 계기로, 우리는 네트워킹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비학술적 학술제는 그렇게 기획되었다. 첫 행사인 만큼 주제나 형식의 통일성은 부족했지만, 중구난방의 표현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공통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은 길드다가 내린 결론과 같았다. 우리가 우리 자신들의 생존, 그리고 우리가 의미 있다고 믿는 활동의 지속을 확보하기 위해 혼자의 힘이 아닌, 친구들과의 네트워킹을 필요로 한다는 것, 더하여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작년의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직후, 그러니까 2020년 초부터 두 번째 비학술적 학술제를 준비했다. 사전 모임, 운동회, 세미나 등의 활동을 기획했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의 결과물로써 두 번째 비학술적 학술제를 위치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의 해이기도 했다. 계획된 하나하나의 활동이 실행되려 할 때마다 1차, 2차 유행이 퍼졌고, 우리는 행사들을 취소하고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코로나가 대면 만남을 멈추도록 하긴 했지만, 그러나 우리가 익히 경험한 연결의 기쁨, 연결의 욕망까지 멈추도록 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소규모로 만나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온라인을 통해 일을 진척시켰다. 작년 행사의 끝에 우리가 상상했던 것처럼 다양한 소통과 만남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더 다양한 그룹들과 접촉하고, 소규모의 세미나를 만들고, 잦은 회의를 이어갔다.

   그런 결과로 올해는 더 다양한 청년 그룹들과 더 구체화된 주제를 가지고 두 번째 비학술적 학술제를 개최한다. 연대와 네트워크를 갈망하던 우리에게 코로나는 한편으로 우리의 물리적 연결을 가로막는 장벽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다 근본적인 연결의 의미를 사유하도록 하는 장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제안했다. <2020 비학술적 학술제>의 주제는 ‘코로나 시대, 청년과 연결’이다. 우리와 함께 행사를 꾸리고 있는 9개의 청년 그룹들은 공동체, 페미니즘, 비대면, 자립, 지역성, 기후 위기, 연대, 퀴어, 종교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우리가 놓인 상황과 조건들을 살핀다. 길드다 역시 이 상황을 진단하고 이해하기 위해 세미나를 열고, 강좌를 꾸리고, 글쓰기를 통해 질문을 다듬고 있다.

   차명식은 마스크와 비대면(面)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새로운 ‘얼굴’에 대해 질문한다.

   김지원은 위기와 비상사태, 때론 ‘전쟁’이라 불리는 코로나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김고은은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코로나 상황이 드러낸 ‘여성 실존’의 문제들을 경험적으로 짚는다.

   그리고 송우현은 코로나 상황 초기 문제시 되었던 ‘신천지’ 사례를 통해 혐오와 차별을 넘어 우리 사회가 구성해야 할 공동체란 어떤 것일지를 질문한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들을 여타의 청년 그룹들과 공유하고, 토론함으로써 코로나 상황에 대한 사유뿐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함께-자립이 이전보다 조금 더 손에 잡히는 것이 되길 바란다.

   행사는 12월 24일부터 27일까지 사흘 간 9개 그룹의 에세이, 영상 등의 결과물을 웹사이트를 통해 전시하며, 웹상에서 누구나 각 그룹들이 업로드 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남길 수 있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화상회의 어플 줌(zoom)을 통해 각 그룹이 컨텐츠를 요약 발표하며, 질의응답과 주제 토론을 실시간으로 진행한다. 이 또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2020 비학술적 학술제> 참여 그룹 및 컨텐츠 소개

- 고전비평공간 <규문> ‘기쁨의 역량의 논리로 교환의 논리를 대체하기’ (qmun.org)
- 청년 인문학 스타트업 <길드다> ‘COVID19 PANDEMIC “NEW NORMAL” GUIDE Ver.202012’ (guild.tistory.com)
- 인문학 공동체 <남산강학원> ‘팬데믹 시대, 함께 산다는 것’ (kungfus.net)
- 페미니즘 프로젝트 그룹 <들불> ‘랜선 허그는 정말 따뜻할까?’ (instagram.com/fieldfire.kr)
- 온라인 글쓰기 그룹 <마감의 기쁨과 슬픔> ‘신 인류의 우정’ (instagram.com/weeklymagam)
-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모인 학습공동체 <무지개신학교> (facebook.com/Rainbow.Theological.Institute)
- 대안교육공간 <민들레> ‘2020 사이랩 편지 프로젝트 : 지역에서 함께 ㅇㅇ한다는 것’ (mindle.org)
- 독립 연구자·기획자·창작자 모임 <삼색불광파> ‘오픈 테이블 : 보드게임 <재앙의 신> 제작과정과 기후위기를 둘러싼 질문들’ (facebook.com/3redgreenpurple)
- 다학제적 조직 사무소 <티슈 오피스> (instagram.com/tissueoffice)

<2020 비학술적 학술제> 웹사이트: forumnotfor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