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랩 만남 후기

석우
2019-09-25 01:12
311

(후기가 늦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우현에게 처음으로 자리를 소개받고 고민하던 와중 결국 학원을 쨌습니다!

 

엄청난 비가 내린 날이었어요. 도착해서도 이곳이 민들레가 맞나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다 지원이형을 발견하고 들어가게 됐습니다. 처음 민들레를 봤을 때는 파지사유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청소년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보드게임이 무척 많았다는 점?

 

지원이형이 따라준 청귤차를 홀짝이며 기다리던 중 사이랩의 혜민님께서 등장했습니다. 이 고장 맛집이라며 만두를 싸오셨는데 너무 배고프던 와중이라 정말 감사했습니다... 퇴근시간에 비까지 겹친터라 만남이 다소 늦어졌지만 혜민님의 밝은 표정 덕분에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자기소개와 공간소개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아, 민들레는 책을 출판하는 곳이었어요! 제가 감명깊게 읽은 여러 책들이 민들레에서 출판됐다는 사실이 엄청엄청 신기했습니다. 정해진 안건은 없었지만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만두를 먹으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랩은 민들레 공간 내에서 여러 수업 또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청년모임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피드백과 더불어 강의 기획, MT 등 청년들이 마을(지역이라고 하는게 나을까요)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서울시와 협업해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프로젝트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인원이 감소하고 있는,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자리에 참석한 분은 많았지만 그 중 사이랩은 두 분에 불과했습니다.(혜민님, 신애님) 대부분의 참석자분들은 전에 사이랩 활동을 하셨던 분들(승빈님, 다미님) 또는 그와는 전혀 다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분(용근님, 모경님)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혜민님께서는 사이랩의 '비전'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혜민님은 "이 활동(사이랩)이 일이 되는 순간 빠져나가는 사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시며 일과 공부, 둘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10대 시절부터 대안교육을 경험한 사람이 많은 길드다와 달리 사이랩에는 대안교육을 접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안교육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교육"으로 비춰지고 있고, 일반 공교육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며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용근님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공교육을 거쳐 성인이 된 후 대안교육을 처음으로 접한 용근님은 이러한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굉장히 많은 활동을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지구마을 청년대학' 등 여러 대안교육 공동체를 기획했지만 대부분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대안교육 활동의 재정적/행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머리를 아프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나 대안학교를 다닌 제게 있어 이러한 질문들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함께 공부하는 것이 과연 일이 될 수 있는가', '이미 견고한 구조와 지속가능성 그리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주류 시스템이 아닌 대안적 시스템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그리고 '대안교육이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를 다니며 크고 작은 일들에서 느꼈던 지점들이 주류 사회 속 '일'의 문제로 나아갔을 때 더이상 회피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길드다 소속이 아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사이랩과 길드다 모두 공통적으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상의 논의를 진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남은 시간이었습니다.

 

왜 찝찝했는지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이랩이 지나치게 '비즈니스적'인 관점의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치만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공부하고 돈을 벌며 함께 나누자는 기조 하에서 이 문제는 두 단체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주제였습니다. 결국 지금의 고민이 다르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이랩과 달리 길드다는 (어디까지나 제 관점입니다...) 어느정도 안정적인 '틀'을 갖춘 상황인 것 같습니다. 고정적인 참여 인원과 상근 멤버가 존재하는 길드다와 달리, 사이랩의 경우 인원 감소를 경험하며 당장의 가시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상황이기에 논의의 방향이 다소 일관적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물론 고은누나도 길드다에서 좀 더 비즈니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이번 사이랩과의 만남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교육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무엇이었으며 참여한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해 듣고 싶었습니다. 기획자는 기획자 나름의 고민을, 참여자는 참여자 나름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바랬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다만, 현재 텍스트랩의 구성인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재 길드다의 활동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고정적이라는 점에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주위 친구들에게 길드다 텍스트랩을 추천하지만 항상 '부담된다', '멀다'와 같은 말이 나오는게 제게는 꽤 서운하게 느껴지는 터라... 결국 상생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 교육의 틀 안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쓰면 쓸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 다소 횡성수설했던 것 같습니다... 그치만 이러한 움직임이 다른 지역에도 있다는 점은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동천동을 벗어나보지 못한 제게, 다른 지역의 대안교육공동체를 만나는 일은 무척 신나는 일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많으면 좋겠습니다. 학원을 쨀 구실이 있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에요. ><

 

 

댓글 3
  • 2019-09-25 12:44

    호호 굿

  • 2019-09-25 12:45

    시간이 더 많았다면 구체적 이야기도 더 나오지 않았을까....이번주 카페오공 만남을 기대!

  • 2019-09-26 09:56

    길드다가 또 ~ 재밌는 일을 하러 다니네요.
    현재 인원이 고정적이라 생각했군요
    전 참가자로써? 매년 다르고 시즌마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천천히 달라졌을 뿐이라고, ㅎㅅㅎ 더 많은 칭구들이 길드다와 함께하면 좋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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