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2 (금) 클로즈업 세미나 : " 육식의 시대, 먹기의 윤리를 생각하다 " 후기

안혜진
2020-05-26 23:22
93

5/17(월) 길드다 세미나 중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고은이 동물에 관한 주제로 세미나가 있을 예정이라고, 시간 괜찮으면 오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아직 동물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듣고 싶어 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세미나를 가기 전 텍스트 [ 고기로 태어나서 ] 를 읽고 가야 해서 , 읽던 중 나는 더 이상 읽지 못하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와 책을 읽다 중단해버렸다.

고기로 태어나서의 책은 닭, 돼지, 개 농장에서의 작가가 경험한 내용을 쓴 책인데, 나는 동물이 농장에서 겪고 있는 참혹한 상황들을 작성한 내용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그런 내용이 적혀있었고, 단어만으로도 머릿속으로 그림들이 그려지며, 가장 나에게 자극적이게 되었던 상황들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내가 읽어본 동물에 관련된 책과는 조금 다르게, 그 농장에서 일하는 ( 책에선 그들을 힘쓰는 고기라고 칭한다) 노동자의 상황 또한 세밀하게 묘사해 나간다.

그 상황이 또 얼마나 그려지던지 .. 동물과 인간이 서로 내 머릿속에 엉키고 설켜있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힘이 축축 빠졌다.

닭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도 감당이 안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데, ( 사실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도 못 하겠지만 ) 돼지랑 특히 개는 어떻게 읽지..? 라는 생각에 책 읽기를 중단했다.

그렇게 읽지 못한 상태로 혜화역에 위치한 세미나 장소 교문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분들 과 익숙한 분들 과 인사를 나누고 앉아있는데, 참 따뜻한 향냄새가 나서 마음 '만' 차분해졌다.

책에 대한 발제를 읽기 전, 우리는 웬델 베리의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 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읽게 되었다.

웬델 베리는 나에게 또 다른 동물에 관련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는 우리가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음식을 대할 때 책임감을 가지고 먹으라고 주장한다.

너무 추상적인 말이어서 도대체 어떤 게 책임감 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짧은 텍스트에서도 그는 명확하게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나는 평소 동물이 처해있는 환경, 인간이 동물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이런 해결을 위해선, 항상 대기업 때문이야 ! 자본 때문이야 ! 우리는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했어 ! 편하게 살고 있는 것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희생이 많은데도 말이야 !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으로, 예전에 편하지 못했던 삶으로 돌아가야 해 ! 라는 막연한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너무나 추상적인 나의 생각을 웬델 베리는 하나하나 왜 그런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책임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단 대부분의 우리는 음식을 단순히 먹는 거에서만 더 나아가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서 왔고, 어떤 식으로 재배가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단순히 자신들을 소비자라고만 생각하는 데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이고 의존적인 단순한 소비의 형태를 기업들은 주요 목표로 삼고 있고, 계속해서 그렇게 우리는 그 뒤에 상황들을 알지도 ,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기업들이 보여주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의미 없이 먹는 행위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은 당연히 기존 생활보다 힘을 써야 하는 부분, 할애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이 음식이 어떤 식으로 우리 앞에까지 왔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웬델 베리가 말하는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 책임감 있게 음식을 대하자 !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다.

오늘 당장 내가 먹은 음식들 중에 내가 책임감 있게 생각한 것들이 몇 개나 될까? 과연 이런 방법이 내가 추구하는 방식으로의 좀 더 가까워질수 있는 해결책이 될까? 지금도 항상 의문이 들지만, 해보지도 않고 비관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 고리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져 정말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이번엔 박규창님과 정건화님이 발제하신 텍스트를 읽으며 , 궁금했던 부분 , 각자가 생각하는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또한 말하고 싶던 내용들이 있었지만,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아 속으로 삭히고 있다가 여러 사람들이 얘기하고 발제에 나온 단어들을 떠올리며 또 하나의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먼저 개 부분까지 읽지 못해 알지 못했던 부분인 (발제에 나온) 작가는 병아리를 폐기하는 것보다 개에게 고함을 지르는 일에 더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

내가 여기서 느낀 건 처음 내가 가슴이 답답해 읽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특히 개에 부분은 어떻게 읽지?라는 생각을 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내가 동물의 생명을 주장하는 건 모든 동물은 다 똑같다라는 생각 속에 있는 건데, 왜 나는 여기서도 개에게만은 특별대우를 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이 감정은 뭐지? 라는 생각에 또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도대체 우리는 소비라는 형태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야 동물에게도 그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더 많은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고은에게도 말했지만, 난 여기서 뚜렷한 생각이 떠올랐다.

앞뒤 생각 안 하고 단순히 생각한 거지만, 우리는 요즘들어 더 많은 무언가를 원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과소비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그 금액을 더 적절하게 더 비싸게 책정을 해 소비자도 그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렇게 되면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기업도 소량으로 동물을 사육하게 될 거고, 그럼 사육하는 환경도 개선이 되며, 노동자가 일하는 조건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이렇게 쓰면서 갑자기 또 이게 맞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서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에 대한 비관적인 나의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은 내용들이 있었는데,

아픔을 느끼고 우리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닮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우리는 고기라는 단어로 음식이라는 당연한 재료로 만들어 간 게 너무 슬펐고, 우리 자신의 필요성과 유용성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 우린 우리의 필요성에 따라 동물을 죽일 수도 동물을 살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도대체 인간이 뭐라고 이렇게 동물이나 자연을 마음대로 남용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졌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난 그러지 않아라고 절대 말할 수 없으며, 나 또한 이렇게 살아왔고 완벽하게 동물의 입장을 이해할수있어 ! 로 살아가지도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점점 비관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세미나에서 느낀건 좋은 방향으로 서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느꼈고, 더 많은 공부를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장소가 생긴 것 같아 그래도 아주 0.00000001% 자신감도 붙고 긍정적 여진 것 같다.

모든 상황들이 양가적일지라도 내가 추구하는 바에 한해서는 단호하고 확고하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자신감도 붙었고 말이다.

그래서 발제문과 세미나를 통해 정리한 바로 나에게 책임감 있게 먹기란 나와 동물, 자연은 거스를 수 없는 순환고리 속에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다음에는 자신이 동물에게 먹힐 것을 약속하는 것 , 자신이 먹는 것과 자기 자신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먹어야 하는 것이 책임감 있게 먹는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댓글 1
  • 2020-05-27 21:15

    규문에서 청년 친구들이 <클로즈업 세미나>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클로즈업 세미나>에서 규문 친구들은 공부와 일상을 가깝게 붙이기 위해서, 청년들을 불러다놓고 일상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세미나 안내는 http://qmun.org/?page_id=3112&uid=8398&mod=document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저번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첫번째 모임이 열렸는데요, 주제는 '육식'이었습니다. 길드다도 초대를 받아서 금요일에 저와 명식, 우현 그리고 길드다강학원의 혜진씨와 지원씨가 함께 참석해주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운동회가 취소되고 대신 인문학 커뮤니티 친구들의 부름에 성실하게 응답하자고 방향을 틀었던만큼, 남산강학원과 삼색불광파에서도 자리에 참석해주었습니다.

    청년들간의 '육식'는 세시간에 걸쳐 열띄게 진행되었는데요, 아마도 다들 육식에 관해서 할 말이 아주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세미나는 규문 친구들의 발제로 시작해서 다함께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정해진 텍스트가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고기로 태어나서>), 모두가 육식이나 채식과 관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이야기가 원활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길드다에서는 육식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던 적이 없어서 생소하기도했지만, 육식에 대해 다함께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 채식에 관심 있었던 혜진씨와 지원씨가 함께해서 더 좋았던 것 같기두 하고요. 규문의 다음 세미나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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