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7 많이 올까 걱정되는 영화모임 '클로즈업' 후기

풀시계
2020-05-23 00:36
37

저번주에 장비테스트를 바탕으로 이번주는 무사히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길드다공간에 볕이 너무 잘 들어와 해가 지고나서 모임을 해야하나 프로젝터는 어디에 설치해야 좋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지용이의 지휘로 차근차근 밀고 나가니 꽤나 맛이 나는 상영환경이 조성되었다. 보는 장소가 바뀐 것이 모임을 다시 시작하는데 있어 알게모르게 힘을 주는 듯하다.

 

 

이번주는 나, 지용, 형섭, 요선이 모였다. 요선누나는 저번시즌부터 온다고 온다고 말만했었는데 드디어 왔다. 

 

<클로즈 업>을 골랐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저번 시즌에 보았던 같은 감독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에 대한 감상이 만장일치로 좋았기 때문에 두번째는 최근 하고있는 미학 세미나에서 재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영화가 재현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용이는 꽤 재밌었다고 했다. 다만 사브지안이 버스에서 아한카 부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흥미로웠는데 그 이후로는 지루한 감이 있었다고. 깡통차는 장면, 인물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샷의 구도, 차 안에서의 일상적인 대화들이 재밌었다고 했다.

형섭이 역시 영화 초중반부가 좋다고했다. 뭔가 표현하기 힘든 중동권 특유의 레트로 감성이 느껴졌다고.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았던 이란 영화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또 고소인 측 가족들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고 했다.

요선누나는 요즘 상업적인 감각의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지루했다고 했다. 감독이 사브지안을 보는 시선이 관조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클로즈업은 대상을 아주 가까이서 찍는 촬영기법을 말한다. 이 촬영기법은 연극과 영화를, 육안과 카메라를 구분짓기도 한다. 대상을 가까이서 찍으면 우리는 대상을 더 잘 볼 수 있는가? 물론 물리적으로 더 잘 보이긴 할 거다. 그렇다면 대상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을까?

 

어느 가난한 청년이 유명한 영화감독을 사칭하며 상류층 가족에게 사기를 쳤다. 이 사건을 기자(언론)는 바라보고 기사를 내고 판사(법정)는 바라보고 판결을 내린다. 영화는 이란의 언론과 법정이 이 기묘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사브지안이 체포된 당일을 재현할 때 기자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등장할 수 밖에 없었고, 사건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공간이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이었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재판 당일의 진술을 그대로 보여주어야만 했을까? 그 때의 진술이 후에 감독과 당사자끼리 일대일로 인터뷰하는 것보다 사건을 더 잘 보여줄까?  

 

재판 장면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연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신시 되는 장면이다. 만약 이 장면이 혹여나 연출된 장면이라고 쳐도 영화는 이 장면이 다큐멘터리 장면이라고 느끼게 하게끔 촬영되었다. 다른 장면들과 영상의 화질 자체가 다르며, 재판이 시작할 때 키아로스타미는 사브지안에게 현재 당신은 촬영되고 있다, 1번 카메라는 여기에서 이 각도로 찍을 것이고 2번 카메라는 저기에서 저 각도로 찍을 것이다라고 (마치 관객에게도 들으라는 듯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있다. 

 

재판 장면이 처음 시작될 때 슬레이트가 나온다. 그리고 그 슬레이트에는 S#1 C1이라고 적혀있으며 스태프로 추정되는 사람이 '씬1 컷1'이라고 외치며 슬레이트를 친다. 키아로스타미는 이 재판 장면을 영화 도입부로 사용하려 했던 것일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사브지안이 수감되어있는 동안 촬영은 할 수 없었을테니 아마 이 재판 장면은 가장 먼저 촬영된 장면일 것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처음에는 사건에 대해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가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작정 촬영하기로 마음 먹은 이후의 첫 사건인 재판 날에 카메라를 처음 들이밀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법정 장면은 제한된 촬영 여건 때문이겠지만 거진 클로즈업으로 촬영 되었고,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당사자들의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그렇다면 인물을 확대해서 보여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 사건의 대해 더 잘 보여주는 것일까? '영화라는 매체가 사건의 진실을 더 잘 보여주는 방법은 무엇일까?'라고 <클로즈 업>은 묻고있다.

 

주요 인물들 중 택시기사와 음악감독은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다른 시간대에서 한번 더 등장하지 않는다. 군인들은 사건 당일과 사건 이후에, 판사는 재판 이전과 재판 이후에, 사브지안과 아한카 부인의 가족들은 대부분의 시간대에서 등장하지만, 택시기사와 음악감독은 사건 당일에만 등장할 뿐이다. 어쩌면 이 두 인물은 키아로스타미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인물이 아닐까. 택시기사는 기자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낙엽 위에 있던 깡통을 내리막길로 살짝 밀고서는, 데굴데굴 굴러가며 멀어지는 깡통을 바라본다. 사브지안은 경찰들이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창문을 통해서 본다. 음악감독은 사브지안이 창 밖을 바라 보았던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사브지안이 연행되어 가는 것을 바라본다. 이 두 인물들을 키아로스타미가 왜 이런 식으로 집어 넣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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