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세미나 시즌2>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첫째주 세미나 후기

조재연
2019-07-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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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의 시작은 각자 헤테로토피아를 어떤 개념으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왠지 그 짧은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누군가는 하나의 물리적인 빈 공간에 여러 의미와 역할을 부여해가며 구성하고 채우는 일이 헤테로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며 얘기했고, 누군가는 그것을 "상대성이 짙어지는 공간들"이라고 표현했다. 통치의 개념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의도롤 직접적으로 실천하지 않는 공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사건도 공간일 수 있을까?"하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헤테로토피아의 예시로 SNS를 말한 것도 재미있었고,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비-개인적인 공간과 개인적인 공간의 차이로 구별 짓는 이야기도 도움이 됐다. 

워낙 어려운 책이었고,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의 윤곽이 선명하지 않아서 우리는 책에서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해 질문하고, 누군가의 해석을 들어보고, 이해가 잘 안되면 또 다시 물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주체성의 공간화", "통치적 합리성"과 같은 설명되지 않은 개념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일이 지루할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하나의 표현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듣는 일이나 누군가가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보려는 시도들을 듣는 일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의 이해들과 생각으로 이어져 좋았던 것 같다. 특히 푸코를 많이 공부한 지원이 상대방이 이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때까지 설명하고 다시 더 쉬운 언어로 얘기해보고 하는 모습에 힘을 조금 더 내고 귀를 많이 기울인 것 같다. 

아직도 헤테로토피아는 정확히 어떤 공간인지에 대한 감각이 희미한 것 같다. 하지만 본질상 그 윤곽이 희미해지다 분명해지다를  끊임없이 오고가는 공간일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벌써 "위치가 있는 유토피아"라는 정의에 있음과 없음이 묘하게 교차하는 것 처럼. 

아무튼 나는 요즘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거나, 어떤 건물 안에 들어서거나,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볼때 등, 그런 사소하게 어떤 문턱을 넘어서는 일상들에서 세미나 시간에 나왔던 얘기들을 자주 생각한다. 

실천으로서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영이 말했던 것 처럼, 계속 변화하는 유동적이고 다원적인 헤테로토피아는 긍정과 부정을 떠나서 기존의 경계들을 초월해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그 시도 안에서 금방 또 다른 벽이 다시 생겨날 수도 있지만, 초월하는 순간 순간 자체는 해방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렇게 미학을 공부하고 모여서 세미나를 하고 다시 흩어지는 일을 하는게 아닐까 싶다--변화를 받아들이는 감각과 그 안에서도 자유로워지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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