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미나 다섯 번째 시간 후기 - 열역학

우연
2021-08-10 02:07
434

열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차갑다, 따뜻하다, 뜨겁다 등의 감각적 느낌 말고 과연 열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definition 말이다.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머뭇거려지는 그런 종류의 앎은 과연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이번 시간의 열역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게 뭔지 생각조차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어떻게 규정되어 왔고 어떻게 정착되었는지 말이다. 지금은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에너지`와 `엔트로피`도 과거에는 없었던, 19C 창작 단어(?^^)이다.

열역학은 어떤 특정 상태에 있는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그 시스템이 고립되어 있다면 시스템은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한 시스템의 평형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들이 고려된다. 압력, 부피, 온도, 에너지, 열역학 포텐셜까지. 개념 정의도 어려운데 이런 상태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수식으로 표현되며, 한 시스템의 상태 방정식이 어떻게 구해지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냥 이런 게 있나보다 하고 넘어가자. 과학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기초 개념을 완벽하게 숙지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우리의 세미나는 이런 기본이 갖추어져 있을까. 당연히 아니쥐~~. 그러기에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고립된 시스템에서 에너지는 보존된단다. 이게 그 유명한 제 1법칙이다. 왜? 모른다. 그냥 경험적으로 그렇다(라고 나는 이해했다). 물체의 열은 일을 하지 않고서는 결코 차가운 곳에서 따듯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열은 자연상태에서 반드시 따듯한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이것이 제 2 법칙이다. 이 또한 경험적 사실이다.라고 나는 이해한다.

 에너지는 여러 형태로 변환 가능하여 열은 일로 전환된다. 하지만 어떠한 엔진도 일정 온도에서 추출한 열을 전부 일로 변환할 수는 없다. 이 사실은 카르노의 순환엔진을 통해 알 수 있다. 카르노 순환엔진은 이상적 가역기관으로 실생활에서는 불가능하다. 허나 이런 엔진을 사고함으로써 기체의 부피와 압력, 온도 사이의 관계, 흡입열과 방출열 차이만큼의 일, 이에 따른 효율에 대한 사고가 이루어졌다. 열역학에 혁신을 가져온 사고실험이다.

이전에 광산의 광물을 채취하기 위한 극히 실용적 목적으로 증기기관이 발명된다. 기체의 성질을 통해 열을 일로 변환시키는 초기의 엔진 형태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훗날 인류의 문명을 뒤바꾸는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누구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계를 새로 만들기도 하는데  400년이 지난 시기의 누구는 그 원리를 이해하기도 벅차다.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네이버 백과사전을 얼마나 뒤적거렸는지 모른다. 하기사 겨우  400년 남짓 지났을 뿐.  20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피타고라스의 원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인생 참 불공평하다. 누구는 수 천년 전에 자연의 이치를 생각해 내고 누구는 수백년이 지난 시기에도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사실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으니. 어쩌저찌해서 카르노의 순환과정을 그런대로 이해했다. 그런데 세미나 시간에 잘 설명하지 못했다. 증기기관을 얘기하느라 체력이 소모된 것도 있었고-난 이미 노화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들 관심이 없어하는 분위기인 것도 같았고. 하기사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 굳이 머리 싸매며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인생 뭐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세미나를 했으니 알고는 있자. 그런 이상적 가역엔진이 있고 어떤 엔진도 이보다 더 높은 효율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실제 현실에서는 40%도 굉장히 높은 열효율 기관이라 한다. 계산상 효율이 60%가 넘으면 무조건 잘못 설계, 계산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검토한다고 한다.  보통의 인간은 얼마의 효율을 가지고 살아갈까? 기계의 평균 효율보다 나을까?  하나를 가르쳐 열을 안다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우리, 인간의  자존심 상 그래도 기계보다는 나은 효율을 가지고 살아보자.

흔히 무질서도라 알고 있는 엔트로피의 초기 과학적 규정은 세간의 그것과는 약간 다르다.  단위온도에서 시스템 안에서 교환되는 열용랑을 측정하는 도구이다. 이는 현실에서 오직 증가만 한다. 간혹 유지도 되지만 절대 감소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상상거리는 무궁무진하다. 타임머신, 또 다른 우주, 엔트로피 감소의 현상, 공상과학 소설, SF 영화, 빅뱅.....

원자나 분자의 미시적 상태들이 모여 관찰 가능한 거시적 시스템을 형성한다. 미시적 상태의 단순 집합이 거시적 현상의 상태를 규정하진 않는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열역학이라는 분야가 나타났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자들은 참으로 심하게 머리를 굴린다.  그렇게 해서 또 하나의 세계가 설명되어진다. 놀라운 일이다.

생물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설명하는 학문이라면, 물리는 무생물의 자연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실제 경험의 관찰적 사실로 알아낸 법칙도 있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유추하는 사고실험도 있다. 눈에 보이는 감각적 현실도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순수 사변적 사고 실험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세미나가 있기에 다들 서로서로 헤매더라도  유쾌하게 깔깔거리며 즐겁게 한 발작씩 앞으로 걸어나간다. 좀 삐뚤빼뚤 걸어가면 어떠한가. 뜨거운 태양빛 내리쬐는 한여름, 나름 품위있게(ㅋㅋ)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지는 않는가.^^

댓글 5
  • 2021-08-11 07:48

    어흑... 대충 넘어가자고 한 거 저인가요... 찔리네요... 오픈북 테스트 문제로 내주세요..ㅎ

    어려운 얘기를 쉽게 써주셔서 후기가 술술 익히네요^^ 로그함수 수식 왜 빼셨어요!! 뚜버기한테 배워온 열정 아깝게~ 

    • 2021-08-11 09:31

      학창시절 물리 시간에 영어 독해만 하고 있었다던 여울아에게는 로그함수보다 아보가드로의 수를 집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언급조차 하지 못해 아쉽네요. ㅎㅎ

  • 2021-08-11 08:48

    우연님의 가열찬 설명이 없었다면 제가 과연 이것들을 요~~~만큼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ㅋㅋ 그리고 우리 세미나 분위기 정말 너무 좋아요. ㅋㅋ 모두 처음 뵙는데 같이 한참 공부한 것 같은 이런 편안한 분위기는 무엇인지 ㅋㅋㅋ 과학이 자꾸 철학과 문학과 사회학과 겹쳐지는건 우연이 아니겠죠. 전 자꾸 겹쳐지면서 놀라울 뿐이에요.. 각기 다른 영역 속의 질서, 그것들이 향하는 이상마저 서로 닮아있다는 것.  함께 맞물리고 있다는 것. 그것을 이번 세미나에서 안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 2021-08-11 09:32

      경지에 이르셨네요. 축하합니다.^^

      • 2021-08-12 12:54

        그러게요.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은가비님~~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99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두번째이자 마지막 강의 후기 (2)
요요 | 2024.02.16 | 조회 164
요요 2024.02.16 164
498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1강 후기 말하기는 언제나 '함께-말하기'다 (4)
정군 | 2024.02.08 | 조회 266
정군 2024.02.08 266
497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4주차 후기 - 신명나는 사물놀이 한 판 (3)
청량리 | 2024.01.29 | 조회 302
청량리 2024.01.29 302
496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강의 질문 모음 (2)
정군 | 2024.01.25 | 조회 382
정군 2024.01.25 382
495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4주차 질문 모음 (18)
정군 | 2024.01.23 | 조회 384
정군 2024.01.23 384
494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3주차 후기 - 형이상학과 신유물론 (10)
가마솥 | 2024.01.20 | 조회 380
가마솥 2024.01.20 380
493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3주차 질문 모음 (16)
정군 | 2024.01.16 | 조회 401
정군 2024.01.16 401
492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2주차 후기 - 신유물론이라는 유령 (8)
경덕 | 2024.01.13 | 조회 379
경덕 2024.01.13 379
491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2주차 질문 모음 (17)
정군 | 2024.01.09 | 조회 346
정군 2024.01.09 346
490
<세계끝의 버섯> 3회 세미나 후기 (4)
요요 | 2024.01.05 | 조회 260
요요 2024.01.05 260
489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1주차 후기 (9)
김윤경 | 2024.01.03 | 조회 436
김윤경 2024.01.03 436
488
[신유물론 이론의 전장] 1주차 질문 모음 & 공지 (15)
정군 | 2023.12.29 | 조회 475
정군 2023.12.29 475
글쓰기